• 2018.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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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네라이의 두 번째 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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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네라이의 두 번째 부티크 오픈을 축하하기 위해  CEO 안젤로 보나티가 한국을 찾았다. 파네라이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발돋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그와 브랜드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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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of PANERAI | 안젤로 보나티 Angelo Bonati

1951년 이탈리아 라노 출생. 경제학을 전공하고 1970년대 중반부터 보석 업계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1980년 리치몬트 그룹의 전신인 방돔그룹에 입사하여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를 경험했고, 2000년 파네라이의 CEO로 임명되어 현재까지 파네라이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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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부터 파네라이를 이끌어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이 같은 성공을 거두리라 예상했는가? 


정확히 말하면 1997년부터다. 당시에는 제대로 된 사무실도 없었고, 비서도 없었다. 오직 책상과 패널 그리고 전화 하나가 전부다. 아직 회사 형태를 갖추지 못한 파네라이에서 나의 직책은 개발 책임자고, 2000년부터 정식으로 파네라이의 CEO를 맡았다. 알다시피 파네라이는 다른 시계와는 매우 다르다. 내 친구들은 처음 파네라이를 보고 벽시계가 아니냐고 놀리기까지 했다. 그만큼 파네라이는 전통적인 시계와는 확연히 달랐고,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진 것도 아니었다. 또한 파네라이만의 고유한 정체성이 확연히 드러나지도 않았다. 그저 ETA 무브먼트를 탑재한 커다란 시계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를 창출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파네라이라는 상자 안에 라디오미르, 루미노르, 무브먼트 등 모든 것을 담아보고자 했던 것이다. 파네라이를 이끌면서 정말 많은 고생을 했고, 나의 모든 정열을 불태웠다고 자신할 수 있다. 또한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오늘날과 같은 성공이 가능했다고 본다.


| 파네라이가 거둔 성공의 요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우선 성공을 위해서 몇 가지 방향을 설정해야 했다. 파네라이의 초기 모델은 너무 크고 미적으로 뛰어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썩 잘 만든 시계가 아니었다. 태생적으로 군인을 위해 제작한 묵직하고 투박한 시계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다른 시계와 차별화할 수 있는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했다.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했고, 새로운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으로 고유한 역사를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탈리아의 역사는 장인 정신과 가치의 역사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전쟁과 관련이 있는 슬픈 역사이기도 하다. 이 시계를 착용했던 사람들은 굉장히 용기 있는 사람들이었고,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이타주의적인 웅이었다. 우리는 이를 부각시켜 인간의 실질적인 존재의 가치를 표현코자 했다. 또한 파네라이가 태동한 피렌체는 문화적으로 매우 가치 있는 역사 그 자체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의 장인 정신을 대변하는 전통 있는 파네라이 가문이 모두 한데 어우러져 파네라이를 알리는 데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 한국 시장에서 파네라이의 인기는 매우 높아졌다.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이에 맞는 전략을 갖고 있는가? 


최근 2~3년간 파네라이는 한국 시장에서 크게 발전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겠지만 그중 하나는 중국 관광객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요인은 한국 로컬 시장의 성장이라고 본다. 한국은 많은 산업이 발전했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서비스 산업도 마찬가지다. 앞서 말한 조건들이 갖춰졌기에 럭셔리 시장도 발전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한국 시장을 항상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고, 그에 어울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우선 한국 고객과 관광객을 위한 두 개의 시장을 동시에 잘 아우르는 것이 중요하다. 로컬 시장에 대해 얘기하자면 무한정으로 매장을 늘리고 싶지 않다. 이제 두 번째 부티크를 열었고, 추후에 세 번째 부티크를 열 계획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부티크를 운할 생각은 없다. 


| 파네라이는 2개의 부티크를 포함한 6개의 로컬 매장을 운하고 있다. 제품 공급(특히 한정 모델이나 인기 있는 엔트리 모델)에 차질은 없는 건가? 


전혀 문제없다. 단지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가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파네라이의 생산량은 조금 많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람들로 하여금 갖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켜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파네라이를 갖고 싶어 하는 이들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이를 잘 조절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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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발표한 로 시엔치아토. 투르비용과 GMT 기능을 탑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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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케이스는 3D 프린팅 방식으로 제작해 경량화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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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 두 번째 부티크를 열었는데 아직까지 한정 모델이 나오지 않았다. 한국을 위한 한정모델 출시 계획이 있는가? 


지금까지 새로운 부티크를 열 때마다 스페셜 에디션을 발표했다. 이번 두 번째 부티크를 위해서도 한국만의 특징을 반한 스페셜 에디션을 준비하고 있다. 기간은 7~8개월 정도 걸릴 것 같다. 


| 올해 발표한 P.4001을 포함해 지금까지 27개의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개발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인하우스 무브먼트 개발에 치중할 생각인가? 


새로운 무브먼트의 개발은 굉장한 모험이고, 위험하며, 오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기술이다. 지금 나온 무브먼트는 사실 10년 전부터 개발을 시작했을 정도로 출시까지 매우 긴 시간이 걸렸다. 앞으로도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무브먼트 개발에 접근할 생각이다. 


| ETA의 무브먼트 공급 중단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데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 유니타스 무브먼트를 원하는 고객의 반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고객에게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고 본다.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려울 때도 있다. 오랫동안 함께해온 과거의 ETA 무브먼트를 사용한 시계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동일한 기능을 가진 비슷한 가격대의 혁신적인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탑재한 시계를 선택할 것인지는 고객의 몫이다. 그러나 우리는 ETA 무브먼트를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어느 정도 ETA 무브먼트를 보유하고 있다.

  

| 신모델 로 시엔치아토(LO SCIENZIATO)의 경우 3D 프린팅 방식으로 티타늄 케이스를 제작했다. 앞으로도 이러한 신기술을 시계 제조에 도입할 생각인가? 


파네라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언제나 혁신을 추구한다. 지금까지 파네라이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 항상 신기술을 도입해서 시계를 만들어왔다. 세라믹과 티타늄 같은 소재를 꾸준히 사용한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다른 회사와 차별되는 시계를 만들기 위해 연구 개발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3D 프린팅 기술의 경우 앞으로 파네라이 시계 제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신기술을 활용해 앞으로도 파네라이만의 시계를 만들어낼 것이다. 


| 아주 작은 디테일의 차이를 가장 잘 이용하는 브랜드가 바로 파네라이다.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너무 많은 변화를 주려고 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바꾸는 것은 쉽지만 유지하고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파네라이의 기본 철학이자 강점이다. 당신은 파네라이 시계를 보면 단번에 파네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케이스, 다이얼, 핸즈와 같은 디테일이 다른 시계와 확연히 차별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특징을 망치고 싶지 않다. 파네라이만의 아이덴티티를 지키고 싶은 거다. 예를 들면 투르비용이나 몇몇 기능을 다이얼에서 보여주지 않는 이유다.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정확히 어떻다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디자이너와 논의를 하고 기술에 관해서는 엔지니어와 상의를 한다. 실제로 생각은 해놓고 아직까지 만들지 못한 모델이 많이 있다. 생각을 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 의견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의 아이디어를 수용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 파네라이의 CEO이기 전에 스스로도 파네라이의 팬이다. 특별히 애착을 갖고 있는 시계가 있다면?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은 없다. 내가 파네라이를 착용할 때는 대부분 새로 나온 제품이나 시제품을 테스트하는 경우다. 시계를 착용한 상태로 골프도 치고 요트도 하면서 시계에 어떤 문제가 없는지 알아본다. 자동차를 개발할 때 커브도 돌아보고 자갈밭도 달려보면서 확인하는 것과 같다. 개인적으로 애착을 가진 모델을 꼽자면 루미노르 마리나다. 상징적인 가치가 있는 가장 중요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무브먼트를 장착할지언정 루미노르 마리나라는 모델 자체는 변형시키지 않고 그대로 가져갈 것이다. 루미노르 마리나는 하나의 상징이자 감동을 주는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 파네라이가 대중화될수록 특별함을 지향하는 파네라이의 가치관과는 멀어진다. 이러한 역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판매하는 모델의 종류와 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파네라이를 원하는 고객들의 요구가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네라이는 정체성을 잘 유지해왔고, 새로운 스페셜 에디션이나 한정판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과거에 유명했던 브랜드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을 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것을 알 것이다. 시간에 순응하고 흐름에 맞춰가야 한다. 세상은 계속 바뀌고 있다. 파네라이가 20여 년 전 시계를 만들 때만 하더라도 핸드폰은 존재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아날로그 기계식 시계의 감성이 원토록 판매에 결정적인 역할을 미칠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3D 프린팅, 세라믹, 인하우스 무브먼트와 같은 신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파네라이를 사랑하는 고객들을 위해 파네라이만의 특별한 가치를 지속적으로 지켜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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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방돔 모델을 복각한 루미노르 블랙실과 루미노르 데이라이트로 이루어진 스페셜 에디션 PAM00786 세트. 인간 어뢰인 ‘피그’ 모형이 함께 제공된다. 500개 한정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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