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03.09

  • 10,823 읽음

새로운 기둥

내용

미네르바를 품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워치메이커로 자리 잡은 몽블랑. 만년필과 가죽 제품으로 친숙했던 몽블랑이 시계라는 미지의 영역으로 뛰어든 건 1997년이다. 강력한 브랜드 가치와 정제된 디자인을 앞세운 스타 컬렉션은 몽블랑 워치메이킹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곧이어 찾아온 21세기와 함께 시계 업계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게 됐다. 기계식 시계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신제품이 홍수처럼 쏟아졌다. 몽블랑은 오랜 역사와 전통 그리고 노하우를 가진 브랜드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했다. 리치몬트 그룹은 최후의 매뉴팩처 가운데 하나였던 미네르바를 인수해 몽블랑 지원에 나섰다. 미네르바는 진정한 워치메이커로의 도약이라는 몽블랑의 지상 과제를 풀어낼 열쇠였다.



미네르바는 몽블랑의 크로노그래프와 컴플리케이션을 생산하는 빌레레 매뉴팩처로 거듭났다.



화려한 등장

미네르바가 합류한 뒤 몽블랑은 달라졌다. 새로운 컬렉션이 포트폴리오를 하나씩 채워갔다. 2016년에 출시한 1858 컬렉션도 그 중 하나였다. 미네르바의 창립 연도를 이름으로 내건 1858 컬렉션은 그전까지 몽블랑이 선보였던 시계와는 사뭇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단순히 과거의 엠블럼을 다이얼에 새긴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다. 요지는 몽블랑 워치메이킹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미네르바를 전면에 내세운 최초의 컬렉션이라는 것이었다. 미네르바가 남긴 유산의 뿌리를 찾는 여정이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1858 컬렉션은 단순히 미네르바의 무브먼트를 사용했던 과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정신마저도 온전히 계승했다. 전통 양식에 따라 수작업으로 마감한 핸드와인딩 크로노그래프 모델에 순수주의자들은 열광했고, 빈티지한 디자인은 메트로 트렌드의 열풍과 함께 했다. 브랜드 최초로 브론즈 케이스를 접목시키는 등 여러 컬렉션 중에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뿜어냈다.



1858 컬렉션의 근간을 이루는 미네르바의 회중시계와 군용시계. 



계획을 밝히다

가을의 정취가 깊어가던 지난 10월, 미국 와이오밍주의 잭슨홀에서 몽블랑 4810 클럽 행사가 열렸다. <크로노스 코리아>를 포함한 전 세계 유명 매체가 모인 자리에서 CEO 니콜라스 바레츠키는 몽블랑이 이룩한 성과에 대해 역설했다. 뒤이어 다가오는 2018년에 있을 변화에 대해서도 예고했다. 첫 번째 변화는 대대적인 컬렉션 정비에 관한 것이었다. 12개까지 늘어났던 컬렉션을 통폐합하기로 했다. 콘셉트와 가격에 따라 새롭게 포지셔닝한 8개의 컬렉션을 전통적이고 우아함을 강조하는 세그먼트와 스포티하고 프로페셔널한 세그먼트로 나눴다. 하지만 니콜라스 바레츠키가 힘주어 강조한 내용은 따로 있었다. 바로 미네르바 창립 160주년이 되는 2018년을 장식할 새로운 시계에 관한 것이었다. 그 주인공은 1858과 스타 레거시였다.



몽블랑 4810 클럽 행사에서 연설중인 CEO 니콜라스 바레츠키. 



완전한 모습으로

1858 컬렉션은 1920년대와 1930년대 미네르바의 회중시계와 군용시계에서 영감을 얻었다. 커다란 캐서드럴 핸즈와 아라비안 인덱스 그리고 검은색 다이얼이 이를 뒷받침한다. 몽블랑은 올해 SIHH에서 빈티지와 밀리터리적 요소에 산악 탐험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덧칠해 정확하고 견고하며 극한 상황에서도 믿을 수 있는 시계를 공개했다. 엔트리와 스몰 컴플리케이션에 해당하는 오토매틱,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지오스피어와 한정 모델인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나침반이 있는 포켓 워치까지 총 5개의 시계를 라인업에 추가했다. 1858 컬렉션은 세밀한 부분에서 많은 변화를 꾀했다. 뛰어난 가독성을 자랑하는 다이얼과 바늘은 그대로 둔 채 얇고 입체적인 러그와 플루티드 베젤, 돔형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를 더해 빈티지한 느낌을 끌어올렸다. 케이스백에는 브랜드의 상징인 몽블랑과 나침반 그리고 교차하는 두 개의 아이스 피크를 새겼다. 한정 모델인 모노푸시 크로노그래프와 포켓 워치에는 미네르바의 자랑인 핸드와인딩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탑재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1858이 뚜렷한 주제와 새로운 콘셉트를 바탕으로 온전한 하나의 컬렉션으로 우뚝 섰다는 점이다. 핸드와인딩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탑재한 최상위 모델과 엔트리 모델 사이에 존재했던 공백도 사라졌다. 실용적인 엔트리 및 스몰 컴플리케이션과 최상위 크로노그래프가 어우러져 풍성한 컬렉션이 완성됐다.

1858 컬렉션의 새로운 얼굴. (왼쪽부터)월드 타임 기능을 갖춘 지오스피어, 케이스 지름이 40mm로 줄어든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100개 한정), 커다란 서브 다이얼이 돋보이는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빈티지한 요소로 가득한 엔트리 모델인 오토매틱.



새로운 1858 컬렉션의 케이스백에는 산악 탐험 정신을 새겼다. 



또 하나의 기둥

1858과는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스타 레거시는 기존 스타 컬렉션을 통합한 신규 컬렉션이다. 몽블랑 최초의 시계이자 데뷔한 지 20년이 지난 스타 컬렉션은 타임워커, 1858 컬렉션과 마찬가지로 미네르바의 DNA가 더해져 새롭게 태어났다. 미네르바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에 제작한 회중시계에서 영감을 얻은 스타 레거시는 전통적인 워치메이킹을 기반으로 한다. 우아한 곡선이 두드러지는 원형 케이스와 양파 모양의 크라운은 고전미의 상징이다. 차분해진 아라비안 인덱스, 날렵한 리프 핸즈, 기요셰 패턴이 들어간 다이얼은 과거 스타 컬렉션의 정체성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토매틱, 문페이즈, 캘린더 그리고 크로노그래프 모델은 스타 레거시의 주축 이며, 커다란 밸런스 휠이 다이얼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서스펜디드 엑소투르비용은 스타 레거시에 다양성을 더해준다. 2008년

출시 이래 몽블랑을 대표하는 컴플리케이션으로 활약한 니콜라스 뤼섹 크로노그래프가 스타 레거시의 일원이 된 것도 반가운 일이다.


스타 레거시 컬렉션에 영감을 준 과거 미네르바의 회중시계와 초창기 손목시계.


스타 레거시 컬렉션의 플래그십 모델인 서스펜디드 엑소투르비용. 한쪽으로만 고정된 투르비용은 다이얼 위로 3.2mm나 올라와있다.



미래를 짊어지다

찰스-이반 로버트가 상티미에 계곡에서 미네르바를 설립한지 올해로 꼭 160년이 됐다. 20세기 초부터 크로노그래프와 스톱워치로 명성을 쌓은 미네르바의 유산은 몽블랑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몽블랑은 지난해에 리뉴얼한 타임워커를 비롯해 1858과 스타 레거시까지 미네르바의 정신이 깃든 세 개의 컬렉션을 완성했다. 이들은 미네르바의 유산을 토대로 각각 산악 탐험 정신과 전통적인 파인 워치메이킹 정신 그리고 레이싱 정신을 이야기한다. 몽블랑의 배후에서 조연으로 활약했던 미네르바는 당당히 주연으로 올라섰다. 160년의 역사와 새로운 컬렉션으로 몽블랑의 과거와 현재가 된 미네르바. 그 상징인 화살표는 이제 몽블랑의 미래를 가리키고 있다.

댓글0

댓글작성

관련 기사

배너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