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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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 산토스

내용

산토스 뒤몽

오리지널 모델의 정통 후계자. 매우 슬림한 케이스와 용도를 가리지 않는 디테일을 지녔다. 약 6년의 배터리 수명을 지닌 쿼츠를 탑재한다. 쿼츠, 라지 사이즈(31.4×43.5mm, 두께 7.3mm), 핑크골드와 스테인리스스틸, 30m 방수, 680만원. 이 외에도 조금 작은 스몰 사이즈(27.5×38mm, 두께 7.3mm)가 있다. 625만원.


리치몬트의 무브먼트 제조사 발 플러리에와 공동 개발한 새로운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해 슬림형 케이스를 구현했다. 케이스 옆면을 보면 입체적인 베젤과 광택이 적은 악어가죽 스트랩이 드레스 워치와는 다른 인상을 주며 현대의 산토스가 ‘포멀’에서 ‘인포멀’로 활동영역을 넓혔음을 알 수 있다.



올해 발표한 산토스 뒤몽은 현재의 트렌드에 아주 충실한 시계다. 얇고 우아한 케이스에 캐주얼과 포멀에 모두 활용 가능한 디자인, 그리고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사이즈는 세그먼트의 귀감이 될 만하다. 하지만 단순히 유행을 좇는 시계라고 판단하는 건 경솔하다. 현재 중요한 트렌드 중 하나인 ‘인포멀 워치’, 즉 일상 시계의 선구자가 바로 산토스 손목시계이기 때문이다. 

산토스 손목시계는 브라질의 부호이자 비행가이기도 한 아우베르투 산토스 뒤몽의 요청으로 탄생했다. 그 이유는 비행 중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 당시 널리 쓰이던 회중시계를 꺼내려면 조종간을 잡은 손을 놓아야 했는데, 그때의 조종간은 매우 무거웠기 때문에 한 손으로 조작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의 친구이자 까르띠에 창립자인 루이 까르띠에는 버클과 벨트를 이용해 시계를 손목에 차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고 한다.

루이 까르띠에가 고려한 시계의 용도는 그 디자인을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산토스의 프로토타입을 완성한 시기로 알려진 1904년(자료에 그 존재를 명기한 시기는 1906년이다) 그때 손목시계라 하면 당연히 조그맣고 둥근 케이스에 와이어 러그를 매단 시계였다. 하지만 산토스는 이미 케이스에 일체화시킨 견고한 러그를 지니고 있었다. 아마 와이어 러그의 벨트가 빠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실제로 와이어 러그를 지닌 초기 손목시계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쉽게 벨트가 빠져버리는 심각한 문제를 겪었다.


Cartier Archives Ⓒ Cartier

산토스 손목시계 탄생의 주역. 브라질 출신의 비행가 아우베르투 산토스 뒤몽의 요청은 루이 까르띠에가 역사상 최초의 손목시계를 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20세기 초부터 항공 세계에 푹 빠졌다. 이 사진은 1907년 3월에 프랑스 생 시르에서 촬영한 것으로 자체 제작 15형 비행기의 조종석에 앉은 산토스 뒤몽을 담았다. 이때도 그는 산토스를 차고 있었을 것이다.


산토스 뒤몽은 이 시계를 분명 일상적으로 사용했다. 그의 사진을 봐도 회중시계를 매단 체인이 보이지 않는다. 날씬한 슈트를 선호한 그가 굳이 회중시계를 주머니에 넣고 다녔으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데다가, 시대를 풍미한 멋쟁이답게 어디서든 까르띠에의 세련된 손목시계를 사용하려 하지 않았을까. 루이 까르띠에 역시 산토스 손목시계 제작 초기부터 넓은 사용 범위를 고려했을 것이다. 

산토스의 캐릭터는 이렇듯 팔색조 매력을 자랑한다. 후계 모델도 자연스럽게 그 성격을 물려받았다. 드레스 워치 측면을 강조하면 2019년에 발매한 산토스 뒤몽이 되고, 다목적성을 강조하면 2018년에 리뉴얼을 거친 산토스 드 까르띠에가 된다. 산토스 뒤몽의 조형은 오리지널을 연상시킨다. 까르띠에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악어가죽 스트랩에 스티치를 넣고 광택을 줄여 역동성을 가미하는 식으로 절묘한 튜닝을 가했다. 다만 스트랩의 스타일은 시작부터 끝까지 너비가 일정한 스트레이트 방식이며, 폭은 오리지널 산토스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굵지 않다.

다른 부분도 비슷한 흐름을 가진다. 인덱스나 핸드는 드레스 워치가 생각날 정도로 가늘다. 하지만 약간 굵어진 베젤이 입체감을 선사하며 드레스 워치보다 또렷한 인상을 준다. 산토스 뒤몽의 매력은 이렇게 ‘포멀’과 ‘인포멀’의 경계를 넘나드는 데 있다. 까르띠에도 이런 부분을 강조했다.

신제품은 초기 산토스 손목시계보다 대규모 업데이트가 이뤄졌다. 그 열쇠를 쥔 주인공은 발 플러리에와 공동 개발한 새로운 쿼츠 무브먼트다. 까르띠에는 ‘우리 디자이너의 미적 요구를 충족시키면서도 긴 작동 시간을 부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2017년 여름 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과, 새로운 무브먼트는 약 6년이라는 배터리 수명을 자랑한다. 기계식이 아닌 것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산토스의 우아함을 케이스 두께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쿼츠 외에는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또한 쿼츠를 택한 덕에 전략적인 가격대를 취할 수 있었다.


1911년, 산토스 뒤몽은 자신을 위해 만든 시계를 까르띠에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에 동의했다. 같은 해 2월 16일, 산토스 최초의 양산 모델이 까르띠에의 판매대장에 기재되었다. 까르띠에 가문에 의하면, 그 시계는 1904년에 탄생한 첫 작품과 완전히 동일하다고 한다.


Archives Cartier/Cartier Archives Ⓒ Cartier

친구인 산토스 뒤몽과 식사를 하는 루이 까르띠에. 부자연스럽게 높은 테이블은 비행 감각을 키우기 위해서였다고 전해진다. 파리의 레스토랑 ‘맥심 드 파리’에서 산토스 뒤몽은 루이 까르띠에에게 회중시계의 불편함을 토로했고, 까르띠에는 스트랩과 버클로 고정하는 새로운 시계를 제안했다.


까르띠에 창업자인 루이 까르띠에는 비즈니스를 주얼리 이상으로 확장했다. 시거 케이스나 포커 세트 같은 실용품을 제작하기도. 손목시계에도 일찌감치 주목했다.


비행기 앞에 선 아우베르투 산토스 뒤몽. ‘멋쟁이’라 불렸던 그는 항상 몸에 딱 맞는 옷을 선호했다. 그래서 더더욱 회중시계를 멀리했을 것이다.


산토스(1915)

1915년에 판매된 산토스 손목시계. 까르띠에의 의뢰로 제작은 에드몬드 예거가 맡았다. 1907년에 까르띠에는 다양한 걸작을 발매했다. 슬림한 스트랩이 손목시계 여명기의 시계답다. 핸드와인딩, 옐로골드 및 핑크골드, 24.7×34.9mm. 까르띠에 파리 제조.


Vincent Wulveryck, Collection Cartier Ⓒ Cartier

산토스(1916)

1916년의 산토스 손목시계. 사진을 보면 4개의 러그를 미들케이스에 장착한 것을 알 수 있다. 루이 까르띠에가 당시 일반적이었던 와이어 러그의 약한 내구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핸드와인딩 예거 126, 18,000vph, 18스톤, 화이트골드 및 플래티넘, 24.7×34.4mm, 까르띠에 파리 제조.




산토스 뒤몽의 케이스 두께는 불과 7.3mm. 하지만 베젤을 입체적으로 성형해 손목에 올렸을 때 지나치게 얇은 느낌이 들지 않고 의외의 볼륨감마저 즐길 수 있다. 시계가 평평하게 보이지 않게끔 미들케이스에도 부드러운 곡면을 주었다. 


 

산토스의 전통인 로마 숫자 인덱스. 새로운 산토스 뒤몽은 드레스 워치가 떠오를 만큼 슬림하게 마무리했다. 살짝 볼록하게 튀어나온 폰트의 마감은 너무나도 까르띠에답다. 바탕이 되는 다이얼도 무늬가 세밀한 새틴 마감으로 처리했다. 스포츠 워치와는 또 명확하게 구분되는 점이다.



이제 까르띠에는 대부분의 케이스를 자체 제작한다. 새로운 산토스 뒤몽도 마찬가지다. 세밀한 새틴 마감과 모서리 처리에서 볼 수 있듯, 품질이 매우 뛰어나다. 케이스가 얇고 작은 데다 러그가 짧아 착용감도 좋은 편이다. 



이 시계의 캐릭터를 상징하는 얇은 악어가죽 스트랩. 드레스 워치라면 스티치 없이 광택을 내게 마련이지만, 굳이 스티치를 넣고 광택을 줄였다. 그리고 스포츠 워치 같은 스트레이트 스타일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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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18년에 발표한 산토스 드 까르띠에는 산토스의 다목적성을 강조하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손쉽게 스트랩을 교체할 수 있는 ‘퀵체인지’ 시스템. 스트랩 뒷면을 한 번 누르는 것만으로 스트랩을 교체할 수 있어 상황이나 장소에 따라 시계의 모습을 바꿀 수 있다. 스트랩은 체결 부위에 견고하게 장착되고 좌우 유격도 거의 없다. 케이스의 대부분을 자체 제작하고 있는 까르띠에의 장점을 최대한 살렸다고 볼 수 있다. 인하우스 브레이슬릿도 스마트 링크 시스템을 적용해 특수 공구 없이 각 피스에 내장한 돌기를 누르는 것만으로 손쉽게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게다가 얼핏보면 조절 기능이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부품 간의 맞물림이 치밀하다. 또한 브레이슬릿의 좌우 유격도 없는 편이라 고급 모델다운 감촉을 즐길 수 있다. 시계 크기는 라지 모델이 39.8mm, 미디엄 모델이 35.1mm. 두께는 라지 모델 9.08mm, 미디엄 모델 8.83mm에 불과하다. 울트라신까지는 아니어도 날렵한 드레스 셔츠의 소매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얇다. 



산토스 뒤몽 

오리지널 산토스의 정신을 이어받은 신작. 두께 7.3mm의 얇은 케이스, 드레스 워치와 스포츠 워치를 적절히 섞은 디테일을 지녔다. 새롭게 개발한 쿼츠 무브먼트는 배터리 수명이 6년이나 되기 때문에 평소에 착용하기 안성맞춤이다.


라지 모델. 핑크골드, 1440만원.


라지 모델. 31.4×43.5mm, 두께 7.3mm. 나머지 스펙은 오른쪽 시계와 동일하다. 467만원.


스몰 모델. 시인성을 높이기 위해서인지 왼쪽의 라지 모델에 비해 인덱스를 약간 굵게 인쇄했다. 쿼츠, 스테인리스스틸, 27.5×38mm, 두께 7.3mm, 30m 방수, 437만원.



산토스의 장점은 우아한 두께에만 있지 않다. 제원을 살펴볼수록 진면목이 드러난다. 까르띠에가 공언하지는 않아도 산토스 드 까르띠에에 탑재하는 칼리버 1847 MC는 실리콘 이스케이프먼트를 적용해 1200가우스의 내자성을 자랑한다. 그리고 새로운 산토스는 두께 10mm 이하의 슬림형 케이스인데도 방수 성능이 100m에 육박한다. 스포츠 워치처럼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오버스펙이다. 

올해 탄생한 산토스 드 까르띠에 크로노그래프 역시 독특한 캐릭터가 돋보인다. 까르띠에가 이 시계에 매우 현대적인 조형을 부여한 덕분에 하이테크로 무장한 요즈음의 스포츠 워치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크로노그래프의 푸시 버튼을 예로 들 수 있다. 보통은 크라운 옆에 위치하지만, 까르띠에는 굳이 모노푸셔로 만들어 케이스 9시 방향에 배치했다. 아무리 크로노그래프라 해도 산토스의 디자인을 해치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이 시계의 두께가 12.5mm에 불과한 이유이기도 하다.

산토스는 흔히 손목시계의 시초라 불린다. 까르띠에는 이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산토스 캐릭터를 다듬어 새로운 산토스 뒤몽과 산토스 드 까르띠에를 만들어냈고, 새로운 산토스 컬렉션은 리뉴얼을 통해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손목시계라는 이상을 이뤄냈다. 만약 산토스 뒤몽이 살아 있다면 기뻐하면서 새로운 산토스를 손목에 찰 것이다.


산토스 드 까르띠에 크로노그래프 

산토스 드 까르띠에에 새롭게 추가한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는 기존 1904 CH MC를 베이스로 하지만, 푸시버튼은 케이스 9시 방향으로 이동하며 모노푸셔 방식으로 개량했다. 케이스는 스테인리스스틸 소재. 다만 베젤은 흠집이 잘 나지 않는 ADLC 처리를 했고, 인덱스와 핸드에도 야광도료를 도포했다. 러버 스트랩과 ‘고마(Gomma)’ 악어가죽 스트랩이 한 세트다. 셀프와인딩, 28,800vph, 37스톤, 47시간 파워리저브. ALDC 코팅 및 스테인리스스틸, 43.3×51.3mm, 두께 12.5mm, 100m 방수, 1090만원.


초대 산토스는 충격을 받아도 스트랩이 빠지지 않도록 견고한 디플로이먼트 버클이 달려 있다. 푸시버튼으로 손쉽게 개폐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스트랩을 잘라낼 필요가 없어졌다.



산토스 드 까르띠에

1200가우스나 되는 내자성과 더불어 손쉽게 스트랩을 교체할 수 있는 퀵체인지 시스템을 갖춘 다목적 시계. 케이스 두께가 8.83mm에 불과해 보기보다 착용감이 편안하다. 셀프와인딩 1847 MC, 28,800vph, 23스톤, 약 40시간 파워리저브, 핑크골드, 35.1×41.9mm, 두께 8.83mm, 100m 방수, 1940만원.


 

산토스 드 까르띠에 스켈레톤 녹텅블 워치

새로운 산토스에서 가장 매력적인 모델 중 하나. 무브먼트는 기존과 동일하지만,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를 선택해 합리적 사용을 지향한다. 인덱스와 핸드에는 블랙 슈퍼루미노바를 도포했다. 핸드와인딩 9612 MC, 28,800vph, 20스톤, 약 72시간 파워리저브, ADLC 코팅 및 스테인리스스틸, 39.8×47.5mm, 두께 9.08mm, 100m 방수, 3330만원.


산토스 드 까르띠에

라지 사이즈의 투톤 모델. 퀵체인지 시스템 덕분에 브레이슬릿은 손쉽게 교체 가능할뿐더러, 가공 정밀도가 높아 좌우 유격이 아주 적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의 무게 분배 역시 적절해 오랫동안 착용해도 피로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현대 까르띠에답게 케이스 면의 왜곡도 아주 적다. 기본 스펙은 오른쪽 모델과 동일하다. 1290만원.


산토스 드 까르띠에

사이즈가 큰 라지 모델이지만 케이스 폭은 39.8mm에 불과하다. 브레이슬릿의 길이를 조절하기 쉬운 스마트링크 시스템은 IWC가 먼저 시작했지만 완성도는 까르띠에가 훨씬 높다. 송아지 가죽 스트랩을 추가 구성한다. 셀프와인딩 1847 MC, 28,800vph, 23스톤, 약 40시간 파워리저브, 스테인리스스틸, 39.8×47.5mm, 두께 9.08mm, 100m 방수, 85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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