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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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의 전설

내용


반갑습니다. <크로노스> 독자가 박찬호 선수를 모를 리 없으니 따로 소개하지는 않겠습니다. 근황이 궁금합니다. 

평소에는 미국에 거주하고 한국에는 주로 여름하고 가을에 옵니다. 여름에는 아이들이 방학이라 한국에서 친지들과 시간을 갖고 가을에는 제가 오래전부터 참가한 행사가 많습니다. 어린이 야구 대회라든지 야구 교실, 재단 행사 같은 거죠. 특히 유소년을 위한 야구 행사를 20년 동안 빠짐없이 진행하고 있어서 가을에는 주로 한국에 있습니다.


저희 <크로노스>가 가장 궁금했던 사항입니다. 시계에는 관심이 있으셨나요.

아휴, 많죠. 시계에도 관심이 많고 자동차도 좋아합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시계 브랜드가 있다면요.

일단은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롤렉스가 있네요. 전 세계적인 인기에 스포츠 선수도 많이 착용하죠. 제가 골프를 시작하면서 마스터스 대회에 몇 번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덕분에 롤렉스 시계 자체보다도 롤렉스의 거대한 규모랄까요, 역사나 후원 내역에 매력을 많이 느꼈어요. 그러다 보니 롤렉스 시계의 가치에도 관심이 생겼죠. 저도 몇 개 가지고 있지만 제가 구입했을 때보다 훨씬 가치가 높아지는 신기한 일이 왜 생겨나는지,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태그호이어도 좋아합니다. 트렌디한 느낌이 좋아요. 프랭크 뮬러도 좋아해요. 친한 야구 선수들에게서 결혼 선물로도 받았고 와이프한테도 선물 받았습니다.


그럼 그중에 특별히 자주 착용하시는 시계가 있는지요. 

오늘은 프랭크 뮬러를 차고 왔지만 평소엔 사각형 태그호이어를 많이 찹니다. 편한 마음으로 찰 수 있고 어떤 옷에도 잘 어울리고요. 그리고 최근에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데 물이 묻어도 되는 러버 밴드 시계를 많이 차게 돼요. 너무 고가가 아닌 것들로요. 전자시계라든지. 등산할 때도 차고 운동하거나 골프도 칠 수 있는 시계로요.


그럼 박찬호 선수가 생각하는 럭셔리, 즉 명품이란 어떤건지 궁금합니다. 

글쎄요, 저는 평소 명품에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오랜 시간 선수 생활을 하다 보니 후원받은 물건을 사용했는데 스포츠 브랜드가 많죠. 저는 나이키 제품을 오래 사용했는데 그런 편한 스포츠 신발과 옷에 익숙해져 있어요. 그래서 아직도 명품은 그렇게 선호하지 않아요. 제가 생각하는 명품은 이런 것 같아요. 그 속에 추억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가치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추억이란 것은 스토리거든요. 스토리가 곧 가치죠, 그 물건이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그 덕분에 가치가 생기는 거죠. 그게 없다면 그저 새로 나온 비싼 물건이에요. 신상품으로 반짝 인기를 얻거나 마케팅이 없으면 가치가 없어지는 제품들은 결국 스토리가 없기 때문이거든요. 그런건 명품이 아니라고 봐요.



HYT의 박찬호 선수 기념 모델. H²O 컬렉션을 베이스로 박찬호 선수가 가장 큰 활약을 한 미국프로야구 구단 LA 다저스의 상징 컬러 블루를 사용했다.


물건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네요. 

우리 삶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살면서 주변에 누가 하니까 나도 해야겠다 이런 건 스토리가 없어요.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싶은지, 어째서 그 꿈을 가졌는지 생각하고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이룰 수 있어요. 그 과정이 곧 가치를 갖죠. 그럼 그 경험을 누군가 배우고 싶어 할 수도 있고 가르쳐줄 수도 있어요. 이게 바로 그 사람의 가치나 인격, 훌륭함 같은 거겠죠. 이런 게 있어야 바로 명품이고 참된 가치가 있다고 봐요.

HYT 시계도 처음에는 그저 ‘되게 특이하네? 와 1억이 넘는 시계야?’ 이 정도 인식이었는데 설명을 듣고 브랜드를 이해하고 보니 아까 제가 말한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생기더라고요. 그 말은 단순히 시계를 구입하기 위해 지불한 큰돈 때문만이 아니라 앞으로 착용하면서 생길 이야기들, 신기한 시스템을 설명하고 그걸 들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그래서 이 시계가 이렇게 비싼 거구나 느꼈을 때 비로소 가치가 높아지는 거죠.


이런 고급 시계 브랜드의 홍보대사가 된 것은 처음 같습니다. HYT에서 제의가 왔을 때 어땠나요. 

처음은 아닙니다. 예전에 태그호이어를 했었죠. 그런데 어떤 가격대의 브랜드이건 간에 어떻게 인연을 맺느냐가 중요해요. 태그호이어를 할 때는 지금보다 젊었죠. 처음 겪어본 행사도 신선했어요. 그리고 제가 예전부터 좋아하는 브랜드고 시계도 가지고 있어서 제의가 들어왔을 때 굉장히 반가웠어요. 자랑스러운 기분보다는 반가웠다는 게 맞아요.

HYT는 대표님(한국 디스트리튜터)과의 인연으로 알게 됐어요. 처음 만나서 시계 산업과 마니아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재미있었어요. 시계 가격에 대한 가치도 이야기하고요. 처음엔 새로운 걸 배운다는 경험만으로 좋았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고 제의를 받았죠. 그때는 사실 브랜드보다는 대표님을 믿었어요. 그분은 우리 재단의 아이들을 위한 행사에 후원도 하고 여러 가지 도움을 주세요. 사람과의 중요한 인연이 생긴 거죠. 그러나 만약 이런 고가 브랜드에서 판매를 위해 홍보대사를 해주세요, 이랬다면 생각을 달리했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HYT의 가치를 이해하고 그걸 주변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죠. 과거에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렸듯이 시계도 과정과 스토리를 알려서 시계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가치를 공유한다면 좋을 것 같아서 수락했어요.



 

HYT는 앞서 언급한 롤렉스, 태그호이어에 비하면 아직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디자인도 굉장히 특이하죠. 

젊은 브랜드고 특이하게 생겼지만 전 이걸 창의라고 생각해요. 굉장히 창의적이고 그래서 그만큼의 가격이 붙었죠. 이 창의적인 발상과 완성도는 이제 앞으로 백년 또는 그 이상 가겠죠. 19세기에 제작한 시계 기술이 지금까지 이어져왔듯이 앞으로 새로운 방식인 액체 시계가 트렌드가 될 수도 있고 다른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죠. 이런 것 같아요. 요즘 젊은 분들은 과거의 분들과 많이 다르잖아요.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과거 세대의 분들은 주로 몸을 직접 움직임으로써 뭔가를 이루고 경험을 통해 철학을 가졌어요. 지금 세대는 몸을 움직인다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어떤 작업보다 빨리빨리 두뇌를 사용해 순발력이 필요한 상황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창의력이 중요하죠. 그들의 젊은 발상과 세계관은 저도 조금 이해하기 힘들지만 분명한 변화가 있죠. HYT가 바로 그런 세대를 대표하고 어필하는 브랜드가 될 것 같아요.


HYT가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고 뛰어난 창의력을 어필하는 거군요.

네, 세대 간 섞이기가 힘들잖아요. 서로 갈등이 있죠. 시계도 이런 새로운 기술이 나왔지만 쉽게 인정을 받진 못하겠죠. 여전히 “아니야, 오래된 게 명품이야, 과거의 기술이 좋은 거야”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전 요즘 세대는 이런 새로운 기술로 기울어질 것 같아요. 우리가 안해본 것들로. 저도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앞으로 더 새로워질 세대에 어필하고 시계 산업의 새로운 문을 여는게 HYT라고 생각해요. 브랜드에 대한 설명을 들을수록 이런 게 많이 느껴졌어요.


혹시 박찬호 선수 기념 모델을 제작할 때 박찬호 선수가 요청한 사항이 있나요? 

디자인을 들었을 때 뒷면에 제 번호가 있고 이름이 들어간다고 해서 부담을 많이 느꼈어요. 하지만 시계를 살 때 이 시계가 좋아서 사는 분이 있을 테고 제가 좋아서 구입해주시는 분도 있을 거에요. 그런 분들에게는 저도 뭔가 가치를 드리고 싶었죠. 그래서 디자인할 때 같이 연구를 했었고, 제가 내는 의견을 많이 존중해주셨죠. 시계 패키지에도 처음엔 박찬호 스페셜 에디션이었는데 스페셜 에디션 오브 찬호 박 이렇게 써야 자연스럽고 설명이 되지 않을까 이야기를 했죠.


박찬호에 대한 무언가가 시계 전면에는 전혀 드러나 있지 않습니다.

맞아요, 그래서 이 시계를 차는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거죠. 시계를 풀어야만 보이는 거니까. 누군가 시계를 궁금해하거나 물어보면 풀어서 보여주면서 스토리를 이야기해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케이스백에는 메이저리그 통산 승리 횟수이자 동양인 최다승인 124가 쓰여 있습니다. 올해로 달성한 지 10년이 지났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에게 124는 그저 숫자에 불과해요. 왜냐면 언젠가 없어질 숫자거든요. 지금은 124승이 넘버 원이지만 세월이 지나면 누군가 앞설 겁니다. 하지만 124라는 건 1부터의 과정을 알려주기 위한 상징적인 숫자죠. 제가 강연을 하면 124보다 89란 숫자의 가치를 더 강조해요. 124승은 저에게 자랑스러움, 보람과 함께 거만함도 줬어요. 그런데 89패는 저에게 고통, 쓰라림과 분노를 줬지만 그와 함께 인내심과 도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줬죠. 왜냐면 패배니까. 그 패배 속에서 얻은 철학으로 은퇴 이후를 살고 있는 거예요. 124승으로 제가 느꼈던 자랑스러움과 거만함으론 제가 앞으로 살아갈 수 없어요. 그렇게 살면 언젠가 124승이 밀려났을 때 나라는 존재가 없어지거든요. 우리는 살면서 순간적으로 누군가와 비교하는 경우가 있어요. ‘내가 저 사람보다 나아, 내가 더 많이 가지고 있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면 언젠가 더 나은 비교 대상에 의해 참혹해질 거예요. 그래서 89를 더 깊이 간직하고 있고 어차피 124도 그 과정 안에 89가 담겨 있어요. 함께하는 거죠. 124가 89를 만들진 않았어요. 89가 124를 만들었죠.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 시계는 상당히 개성적인 디자인인데 평소에 착용하실 건가요.

맞아요 참 튀더라고요. 신기하게 볼록 튀어나와 있고. 앞으로 많은 사람에게 이걸 설명해야 할 일이 생길 것 같아요. 워낙 특이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테고, 그냥 장난감 같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그러나 그 속에 어마어마한 스토리, 노하우, 창의력이 담겨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사람들의 시선의 변화가 엄청나겠죠. 쇼크일 겁니다. 액체나 온도계 등 다른 시계에는 없는 신기한 기술이 많으니까. 처음엔 “그저 뭐야 그 시계?” 하는 사람들에게 설명을 해주면 “와우 리얼리?” 이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그건 엄청난 거죠. 그걸 생각하면 자주 차면서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박찬호 선수 기념 모델의 케이스백. 박찬호 선수의 사인과 선수 시절 등 번호 61번이 써 있다. 테두리에는 박찬호 선수의 커리어를 한 줄로 요약했다. ‘Chan Ho Park First Korean Player In Major League 124 Career Wins’. 


앞으로 HTY와 구체적인 활동에 대해 논의한 것이 있나요? 시계 관련 행사나 파티에서 박찬호 선수를 만나길 기대하는 시계 애호가가 꽤 많을 것 같습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들은 바는 없지만 무언가 생길 것 같습니다. 특히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신기한 기술과 스토리를 가진 시계라 앞으로 할 일이 많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단순한 호기심에서 질문을 했을 때 제가 새로운 기술을 설명하면서 느낄 충격으로 시계의 가치가 계속 올라갈 거예요. 그런 일들을 하게 될 것 같고 재미있을 것 같아요. HYT에서도 뭔가 행사를 진행한다면 기꺼이 함께해야죠.


앞으로 더욱 자주 뵙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시계를 즐기는 <크로노스> 독자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우선 HYT 덕분에 제가 잘 모르는 세계, 새로운 분들과 인사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반갑고요. 그리고 명품 속에 담긴 신기술, 창의, 노하우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설레기도 합니다. 선수 은퇴 이후로 만난 지인들, 기업들과 다양한 일을 하면서 굉장히 보람 있었어요. 앞으로는 시계와 관련된 분들과도 그런 좋은 인연이 있을 테고요. 요즘 젊은 분들은 저를 야구 선수가 아닌 예능인으로 알아요. 그래서 유쾌함이라는 새로운 가치도 얻었죠. 저를 만나면 많은 분들은 투머치토커라 하는데 제가 스스로 만든 별명은 아니거든요. 젊은 분들이 붙여주고 만들어준 브랜드죠. 이런 새로운 소통이 너무 즐겁고 신납니다. 늘 주목받는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가려 하는데 이렇게 많은 도움을 주는 분들 덕분에 가치도 높아지고 삶이 충실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고, 시계에서도 HYT 홍보대사를 하면서 같이 좋은 시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오늘 다양한 이야기 너무 감사합니다.

귀에서 피 안 났죠?


박찬호 선수 기념 모델의 패키지. 야구공을 형상화한 프린트와 사인이 눈에 띈다. 또한 구입한 고객에게는 LA 다저스의 유니폼과 각종 야구 용품, 박찬호 선수 100승 기념 메달이 담긴 보스턴백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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