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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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드뷔 신제품 프리뷰

내용

스위스 하이엔드 워치메이커 로저드뷔가 지난 7월 20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새로운 부티크를 오픈했다. 로저드뷔는 우수한 품질을 기본으로 하이엔드 시계에서는 보기 힘든 대담한 디자인의 컬렉션으로 유명하다. 거의 모든 제품에 스위스 고급 시계 무브먼트 인증인 제네바 실을 받고 있으며, 엔트리 모델의 시작 가격이 2000만원대인 럭셔리 브랜드다. 또한 제작이 어려운 헤어스프링을 포함해 시계의 전 부속을 직접 제작하는 극소수의 진정한 워치 매뉴팩처이기도 하다. 


현재 로저드뷔는 전 세계에 29개의 부티크가 있다. 이 중 한국은 서울에만 네 개의 부티크가 있는데 현대 백화점 압구정 본점, 롯데 애비뉴얼 본점, 월드타워점과 이번에 오픈한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이다. 로저드뷔의 디자인과 가격대를 고려했을 때 새로운 부티크 오픈은 한국 하이엔드 시계 시장이 성장한 증거라고 볼 수 있다. 브랜드 특성상 매장 인테리어도 조금 특별하다. 컬렉션처럼 화려한 매장 안쪽으로는 비밀스러운 라운지가 존재한다. 로저드뷔는 최적의 고객 경험을 위해 매장과 격리된 조용한 공간을 준비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VVIP를 위한 독점 서비스로 비스포크 프로그램 ‘레러티(Rarities)’도 진행할 예정이다. 담당 직원과 함께 맞춤 모델을 논의할 수 있으며 케이스, 다이얼, 보석, 무브먼트까지 완벽하게 개인 취향에 따른 주문이 가능하다. 단, 모델에 따라 서비스 진행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지난 일년 사이 로저드뷔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브랜드를 성공가도로 이끈 CEO 장 마크 폰트로이가 같은 리치몬드 그룹 소속의 파네라이로 이적했고, 정신적 지주인 창립자 로저 드뷔(마스터 워치메이커, 1938~2017)가 별세했다. 그러나 로저드뷔는 흔들림이 없다. 오히려 람보르기니라는 럭셔리 파트너를 만나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빛을 발하고 있다. 


새로운 부티크 오픈을 축하하기 위해 매장에는 올해 로저드뷔의 신제품이 거의 모두 준비되어 있었다. 로저드뷔의 시계는 대부분 100개 미만의 한정판으로 부티크에서조차 만날 기회가 흔치 않다. 이 중 올해의 메인 모델은 로저드뷔가 람보르기니와의 파트너십을 위해 제작한 엑스칼리버 아벤타도르 S 컬렉션이다. 신제품으로 로저드뷔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과감한 개성이다. 이를 위해 케이스, 다이얼, 무브먼트까지 시계의 모든 파트를 스켈레톤 가공했다. 일명 아스트랄 스켈레톤 콘셉트다. 완벽하게 골조만 남긴 로저드뷔의 엑스칼리버 컬렉션은 제작이 쉽지 않다. 게다가 어느 곳 하나 허튼 마감이 없다. 이는 제네바 실이 증명해준다. 클래식한 드레스 워치를 좋아하는 애호가에겐 조금 과한 디자인일 수 있지만 품질 만금은 누구도 불평할 수 없다. 공학적인 매커니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엑스칼리버 아벤타도르 S(Excalibur Aventador S) 블랙 카본과 핑크골드 모델이다. 케이스까지 모두 스켈레톤 가공한 엑스칼리버 스파이더 컬렉션의 한정판이다. 무엇보다 람보르기니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새로운 무브먼트 칼리버 RD103SQ가 눈에 띈다. 슈퍼카 아벤타도르 S의 V12 엔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무브먼트는 기존 별 모양 브리지를 버리고 마치 자동차의 스트럭 바 같은 엑스 브리지가 전면에 드러나 있다. 1시~2시 방향 황금색 플레이트 상단에는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가 자동차 계기판 같은 형태로 있다. 여기서부터 반대편 7시~8시 방향으로 기어트레인이 직선적으로 내려가는데 마지막에는 양쪽에 두 개의 밸런스가 존재한다. 이 밸런스마저 수평적인 구조를 벗어나 약 45° 기울어져 있다. 케이스백을 통해 보면 힘의 전달 방향을 바꿔주는 일종의 베벨 기어가 보이는데, 공학적으로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시계 무브먼트에서는 생소한 방법이다. 로저드뷔의 더블 밸런스 시스템은 스프링의 진동수가 변할 것을 대비해 두 개의 밸런스 속도 평균을 내는 구조다. 실제로 일반적인 원 밸런스에 비해 얼만큼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미학적인 면에서는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거기에 한가지 더 특별한 점이 있다. 바로 점핑 세컨드다. 꽤 긴 중앙 초침이 헤어스프링의 진동수에 맞춰 움직이는 보통 기계식 시계와 달리 1초에 한번 상당히 절도 있게 움직인다. 점핑 후 일반적인 쿼츠 시계에서 볼 수 있는 흔들림이 없어 실제로 보면 오히려 이상한 느낌이 들 정도다. 이것도 케이스백 중앙에서 제어하는 부속을 볼 수 있는데 이스케이프먼트 휠과 팔렛포크의 구조와 유사하다. 휘어진 이를 가진 기어를 직사각형 루비가 끼워진 부속이 갈고리처럼 1초에 한번씩 잡아주는 형태다. 이 신기하고 복잡한 무브먼트는 제네바 실까지 받으며 완성도에 방점을 찍었다. 굳이 아쉬운 점을 찾자면 최근 등장한 핸드와인딩 무브먼트 중에서는 파워리저브가 40시간으로 조금 짧은 편인데 점핑 세컨드와 더블 밸런스의 복잡한 기어트레인으로 롱 파워리저브 실현이 어려웠을 것으로 예상한다. 로저드뷔의 설계자라면 더블 배럴로 해결하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디자인적으로 충분한 여백을 남겨야 하는 스켈레톤 무브먼트 특성상 최선의 선택이라고 본다.  


28개 한정 생산. 가격 2억7천만원대. 



 


 


 


베젤 소재는 핑크골드다. 로저드뷔는 붉은색이나 푸른색 등 강렬한 원색을 자주 사용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골드와 블랙의 조합이 제일 고급스럽다. 미들 케이스는 표면 특유의 결로 예상 가능하듯이 카본을 여러 겹 쌓아 압축해 만들었다. 그만큼 가공이 힘들지만 가볍고 충격에 강한 하이테크 소재다.



 


스트랩 연결 방식은 퀵체인지 시스템이다. 러그 사이에 보이는 은색 핀을 당긴 채로 스트랩을 내리면 쉽게 분리 가능하다. 다시 조립할 때는 이마저도 당길 필요 없이 그냥 끼우기만 하면 된다. 로저드뷔 CEO는 자동자 경주 피트인에서 휠을 빠르게 교체하는 장면을 보고 이를 시계에도 적용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한다. 물론 스트랩 퀵체인지는 최근 시계 시장의 유행 중 하나라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에피소드지만 엑스칼리버 아벤타도르 S는 자동차와 큰 관련이 있는 시계라 더 큰 강점이 된다. 



 


 


 


 


 


엑스칼리버 아벤타도르 S(Excalibur Aventador S) 블랙 카본 케이스와 블루 스트랩 버전이다. 전제적인 특성은 블랙 앤 골드 모델과 같다. 그러나 케이스 소재가 약간 다른데 실제 람보르기니 차체 제작에도 사용하는 C-SMC 카본을 사용했다. 압축 방법이 달라 표면에 드러난 패턴 형태도 다르다. 일반적으로 시계 케이스에 사용하는 포지드 카본보다 물성이 뛰어나 시계처럼 작은 크기로는 가공이 힘들다고 한다. 덕분에 2017년 같은 소재로 제작한 엑스칼리버 아벤타도르 S 오렌지 버전은 단 8개만 생산했다. 이번 블루 버전은 다행이 이보다 훨씬 많은 88개 생산이다. 다만 기존 엑스칼리버처럼 케이스 마감이 완벽하지는 않다. 베젤의 홈이나 모서리가 칼로 벤 것처럼 뛰어난 금속 케이스와 달리 이 제품을 가까이서 보면 디테일이 약간 투박하다. 그만큼 강력한 소재라는 반증으로 이후 일상 생활에서 착용한다면 사용감이나 상처가 생길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물론 무브먼트는 제네바 실 인증을 받아 여전히 뛰어난 마감을 보여준다. 


88개 한정 생산. 2억5천만원대. 



 


 


 


 


 


 


 


 


 


 



엑스칼리버 스파이더 피렐리 피트스탑 플라잉 투르비용(Excalibur Spider Pirelli PitStop Single flying tourbillon). 싱글 투르비용의 새로운 버전으로 피렐리 타이어의 컬러 코드를 적용했다. 특히 스트랩은 F1 우승 당시 피렐리 타이어의 옆면을 그대로 조각해 제작했다. 때문에 스트랩마다 패턴이 모두 다르며 일반적인 러버 스트랩 겉면에 피렐리 타이어를 부착했기 때문에 착용감이나 피부 알레르기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다이얼 9시 방향에는 주로 피렐리 모델에만 들어가는 자동차 연료 게이지 스타일의 파워리저브를 추가했다. 


88개 한정 생산. 가격 1억9천만원대. 



 


 



람보르기니와 피렐리 협업 모델 외에 엑스칼리버 스파이더 컬렉션의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과 스켈레톤 오토매틱의 컬러 베리에이션도 등장했다. 디자인 콘셉트는 블랙 카본과 핑크골드 조합이다. 


엑스칼리버 스파이더 컬렉션의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Excalibur Spider Double Flying Tourbillon)


28개 한정 생산. 가격 3억7천만원대.



 


 


 


 



엑스칼리버 스파이더 스켈레톤 오토매틱(Excalibur Spider Skeleton automatic)


가격 1억1천만원대.



 


 


 


 


 


 



벨벳 컬렉션에서도 신모델이 등장했다. 이름은 벨벳 캐비어(Velvet Caviar). 말 그대로 상어 알을 모티프로 각도에 따라 화려하게 빛나는 스파클링 스트랩을 달았다. 브레이슬릿까지 풀 다이아몬드 세팅한 시계에 비해 낮은 가격과 가벼운 무게로 여성 고객에게 어필할 모델이다. 케이스 소재는 화이트골드와 핑크골드가 있다. 미들케이스와 베젤에 각각 40개와 46개의 라운드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했고 폴딩 버클에 14개를 장식해 총 100개의 다이아몬드를 사용했다. 무브먼트는 셀프와인딩 RD830 칼리버다. 남성 컬렉션과는 달리 제네바 실 인증은 받지 않고 로저드뷔의 자체적인 품질 테스트 라벨 88만을 진행했다. 


가격 4900만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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