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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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C 신형 파일럿 크로노그래프 리뷰

내용

파일럿 컬렉션의 새로운 시작

파일럿 컬렉션은 IWC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IWC를 예전부터 지켜본 애호가라면 그 비중이 더욱 크죠. 컬렉션의 원형이 역사적인 항공 관측시계(B-Uhr)나 세계대전 중 실제 파일럿의 장비였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닙니다. IWC는 1990년대에도 고급 브랜드로서는 보기 드물게 다양한 파일럿 워치를 선보였는데요, 특히 2002년 당시 최대 트렌드인 대형 무브먼트 세븐데이즈 칼리버 5000 시리즈를 탑재한 빅파일럿을 발표하며 전 세계적으로 IWC를 각인시킨 라인이 바로 파일럿 컬렉션이기 때문입니다. 분명 이때가 새로운 도약의 시작이었습니다. 물론 판매량으로 보면 포르투기저가 훨씬 많을 겁니다. 그러나 높은 품질에 군용 파일럿 워치의 디자인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개성적인 파일럿 컬렉션은 브랜드의 상징이자 아이콘이 됐죠.  



예전에는 파일럿 컬렉션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독일 공군 시계에서 영감을 받은 대형 빅파일럿과 영국 공군에게 공급한 작은 사이즈 마크 시리즈의 후속이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한정판과 약간의 기능적인 옵션이 등장했을 뿐 크기와 핸즈 디자인으로 두 시리즈는 뚜렷한 구분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2006년 마크 16이 등장하면서 IWC 파일럿 워치는 전체적으로 B-Uhr의 모습을 따라갑니다. 핸즈를 소드(Sword) 형태로 통일하면서 패밀리 룩을 완성한 시점이기도 하죠. 


이때부터 일어난 중요한 변화가 바로 케이스 크기의 확대입니다. 마크 시리즈는 지름이 38mm(IW3253)에서 한때 41mm까지, 크로노그래프는 39mm(IW3706)에서 43mm까지 커졌습니다. 물론 2000년대는 전 세계적으로 대형 시계가 유행하던 시기라 이상한 건 아닙니다. 당연한 변화였죠. 여기서 문제는 무브먼트였습니다. 기존 무브먼트를 그대로 탑재하면서 케이스 크기를 늘리다 보니 다이얼 비율이 아무래도 케이스와 완벽하게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대표적인 문제가 어딘가 어색한 날짜창의 위치였습니다. 게다가 크로노그래프 같은 경우 43mm라는 사이즈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크기였습니다. 일부 한정판과 스핏파이어 버전이 한발 먼저 다시 41mm 케이스를 선택한 건 분명한 이유가 있었던 거죠. 



IWC 파일럿 워치 크로노그래프 41 

IWC PILOT'S WATCH CHRONOGRAPH 41


Ref. IW388102(브레이슬릿), IW388101(가죽) 

기능 시·분·초, 날짜, 요일,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매뉴팩처 셀프와인딩 칼리버 69385, 28,800vph, 33스톤, 46시간 파워리저브

케이스 지름 41mm, 두께 14.5mm, 스테인리스스틸, 10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940만원(브레이슬릿), 840만원(가죽)



첫인상

자 그럼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파일럿 워치 컬렉션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크로노그래프에 블루 다이얼 버전이 41mm로 돌아왔습니다!! 참고로 기존 IWC 파일럿 워치의 블루 버전은 어린 왕자 버전인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 모델은 어린 왕자에서 벗어났습니다. 선레이 블루 다이얼에 6시 초침만 붉은색으로 포인트를 준 시계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멋있습니다. 우선 케이스가 작아지면서 다이얼의 인덱스, 서브다이얼, 날짜창의 위치와 비율이 훨씬 안정적으로 변했습니다.  



글라스는 무반사 코팅을 입혀 특정 각도에서는 푸른빛으로 빛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브레이슬릿의 폭도 20-19mm로 러그 체결 부위의 폭이 1mm 줄었을 뿐만 아니라, 버클 쪽으로 갈수록 줄어드는 테이퍼드 형태라서 전작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미려한 모습을 자랑합니다. 버클 크기만 비교해봐도 큰 차이를 느낄 수 있죠. 마감 방식은 동일합니다. 얇은 베젤과 미들케이스의 모서리 부분만 미러 폴리싱으로 포인트를 주고, 그 외에는 브러시드 피니시입니다. IWC 파일럿 컬렉션의 헤리티지죠, 편안한 착용감을 자랑하는 5열 브레이슬릿은 사이에 낀 두 줄의 링크만 미러 폴리싱했습니다. 이게 시계가 화려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IWC 파일럿 컬렉션에서 느끼고 싶은 건 머나먼 과거 군용시계의 향수라서 조금 아쉬운 부분입니다만, 현대 도시에서 즐기는 럭셔리 워치라는 관점에서는 완벽합니다. 크로노그래프임에도 불구하고 100m 방수 성능까지 갖췄고요. 



 


브레이슬릿

그럼 럭셔리 스포츠 크로노그래프다운 멋진 디테일을 살펴보죠. 우선 브레이슬릿을 도구 없이 분해·조립 가능한 퀵체인지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IWC는 EasX-CHANGE라 이름 붙였는데요, 러그 안쪽 케이스백과 맞닿은 넓은 판을 바깥으로 당기고 위로 들어주면 그대로 분리가 가능합니다. 조립은 이마저도 필요 없이 그저 아래로 내리기만 하면 되고요. 상당히 쉽고 직관적입니다. 



 


 

구조는 조금씩 달라도 많은 브랜드가 사용하는 방식인데요, 조금 주의할 필요는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날카로운 엔드피스를 러그 위에서부터 내려서 끼는 방식이라 잘못하면 눈에 가장 띄는 러그 정면에 상처가 날 수 있습니다. 고전적인 스프링바 방식은 번거롭지만 실수를 하면 시계를 찼을 때는 보이지 않는 곳에 흠집이 났죠. 무조건적으로 퀵체인지 시스템이 좋지만 이런 의미론 단점이 존재하네요. 가죽이나 러버 스트랩에도 EasX-CHANGE 시스템을 장착했는데요, 실물을 보고 정말 놀란 건 핀 버클까지 도구 없이 분해·조립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버클은 가운데 핀의 체결부가 갈고리처럼 생겨서 빈 공간이 있습니다. 이 부분으로 핀을 빼면 중심에 봉을 손톱으로 밀거나 가죽을 흔들어 분리가 가능하죠. 심플하지만 정말 멋진 아이디어입니다. 애호가라면 스스로 하는 교체작업이지만, 이제 대부분의 고객이 매장을 찾아갈 필요 없이 언제든지 원하는 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버클은 전작부터 사용한 로고 버튼 익스텐션 시스템입니다. 버클 중앙에 유광으로 IWC 로고가 새겨져 있는데요, 이 부분을 누르면 길이 미세 조정이 가능합니다. 물론 시계를 착용한 채로도 조정이 가능하죠. 다만 외부 버튼인 만큼 의도치 않게 눌리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다이버 워치라면 치명적인 문제지만 일반적인 시계로서는 큰 문제감은 아니고요. 



 

게다가 IWC의 CEO 크리스토프 그레인저-헤어가 크로노스와의 인터뷰 중 한 이야기가 놀랍습니다. 그는 이 시계를 착용한 사람들이 EasX-CHANGE의 도움을 받아 정형화된 모습에 머물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개성적인 줄로 커스텀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애프터마켓 스트랩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는데, 스위스 시계 산업에서 눈에 띄는 젊은 CEO라서일까요. 조금 새로운 모습이었습니다. 


새로운 파일럿 크로노그래프는 브레이슬릿, 러버, 가죽까지 세 가지 스트랩으로 선보입니다. 


스트랩 EasX-CHANGE는 브레이슬릿보다 더 간단합니다. 판을 당기는 대신 버튼처럼 누르면 됩니다. 



신형 핀버클 분해도. 갈고리처럼 생긴 핀을 위로 들어올려 바로 분해가 가능합니다.  

 


무브먼트

파일럿 크로노그래프 41은 단순히 크기만 작아진 게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 제일 큰 변화가 있죠. 글라스백 속으로 보이는 무브먼트는 드디어 IWC의 인하우스 칼리버입니다. IWC가 밸주 7750 시리즈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69000 시리즈로, 2016년 인제니어를 시작으로 지금은 베스트셀러인 포르투기저 크로노그래프에까지 탑재하는 핵심 무브먼트죠.  



 

46시간 파워리저브를 제공하며 크로노그래프 동작은 칼럼휠과 수평 클러치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양방향 와인딩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나 펠라톤 ‘라이크’라는 표현처럼 IWC 자랑 펠라톤 시스템과는 엄연히 다른 구조를 가졌구요. 효율에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로터 뒤로 보이는 무브먼트의 디자인은 상당히 깔끔합니다. 실제로 복잡한 크로노그래프 구동부를 무브먼트 외곽으로 보내고, 자동화 공정을 위해 각 부품의 높이를 최대한 맞춘 흔적이 보입니다. 실제로 IWC는 새로운 칼리버를 발표할 당시 자동화 공정에 대한 높은 자신감을 비췄는데요, 분명 내구성 증가와 생산 코스트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게다가 화려하진 않지만 눈에 보이는 곳은 모두 마감 처리를 했습니다. 





 

69000 무브먼트는 스펙상 다소 업그레이드한 느낌은 있으나 범용 크로노그래프 칼리버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발표 당시 조금 실망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평가를 위해서는 언제나 가격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2020년 포르투기저 크로노그래프가 칼리버 69000을 탑재하면서 인상한 가격은 약 50만원입니다. 해가 바뀐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똑같은 가격으로 인하우스 칼리버를 탑재한 셈입니다. 덕분에 저는 69000 칼리버를 탑재한 제품에 좋은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구입도 했죠. 대부분의 애호가가 밸주 7750의 스펙이 나빠서 매뉴팩처 무브먼트를 원하는 게 아닐 겁니다. 명품 시계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덕목을 원하는 거죠. 


조작 방법은 평범합니다. 크라운 1단에서 한쪽 방향은 날짜, 반대 방향은 요일이고 2단에서 시간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크로노그래프 스타트·스톱 버튼의 조작감도 무난했습니다. 69000 칼리버를 탑재한 초창기 모델에서는 조작감을 조금 딱딱하게 느꼈는데, 이번 리뷰에서 착용한 파일럿 크로노그래프는 오히려 부드러운 편이었습니다. 



럭셔리 크로노그래프 스포츠 워치

정리를 해볼까요. IWC 파일럿 워치 크로노그래프 41은 누가 봐도 비싸 보이고 멋진 디자인을 가진 크로노그래프입니다. 선레이 블루 다이얼의 화려한 색감과 크로노그래프 덕분에 가진 여러 개의 핸즈와 버튼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죠. 대부분의 브레이슬릿이 3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5열 브레이슬릿의 개성과 편안함도 큰 포인트입니다. 특히 도구 없이 스트랩 교체가 가능한 브레이슬릿은 생각보다 드문 옵션이죠. 게다가 인하우스 칼리버를 탑재하고, 드디어 글라스백까지 적용했습니다. 



 

꽤 칭찬만 한 것 같은데, 실제로 신형 파일럿 크로노그래프는 딱히 단점이라 할만한 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1000만원에 준하는 가격으로 경쟁 모델과 비교해봐도 말이죠. 이 부분이 정말 특별하다고 하기보다 시계의 전반적인 부분의 모두 평균 이상의 점수를 가진 느낌입니다. 굳이 마음에 걸리는 점을 뽑자면 14.5mm로 다소 두꺼운 두께인데, 다행히 디자인상 투박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옷에는 가끔 살짝 걸리는 느낌을 받았지만, 글라스백이 워낙 넓어서 착용 시 손목에 부담은 없었고요. 참고로 브레이슬릿 버전의 무게는 약 168g입니다.  





다이얼 컬러는 블루와 그린 두 종류로 선보였습니다만, 분명 블랙 다이얼 버전도 나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가격은 브레이슬릿 버전이 940만원, 러버스트랩 버전이 840만원입니다만 브레이슬릿 버전을 구입하시기를 추천합니다. 



러버 스트랩을 채운 모습. 브레이슬릿보다 훨씬 편하고 더욱 스포티한 느낌입니다.  


야광 사진. 다이버 워치만큼은 아니지만 어두운 곳에서 시간을 확인하기엔 충분합니다. 


야외에서 촬영한 착용 사진. 다이얼과 브레이슬릿의 질감이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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