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에 운트 죄네의 최신작 두 점, 1815 업/다운과 트리플 스플릿을 소개한다. 1815 업/다운이 19세기 랑에 운트 죄네의 유산을 오늘날에 연결하는 시계라면, 트리플 스플릿은 그 유산 위에서 21세기 랑에 운트 죄네가 무엇을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계다.
1815 UP/DOWN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를 탑재한 1815 업/다운이 새로운 사이즈와 디자인의 한정판으로 선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역시 ‘리버스 판다(reverse panda)’ 다이얼이다. 1815 업/다운의 ‘리버스 판다’ 다이얼은 2019년 벰페(Wempe) 25주년 스페셜 에디션으로만 선보인 바 있다. 아르장테 컬러의 서브 다이얼과 블루 컬러 다이얼 조합도 비슷하다. 케이스 소재는 핑크 골드, 화이트 골드 두 가지로 마련됐다. 소재에 따라 ‘리버스 판다’ 다이얼의 매력이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사이즈 변화도 돋보인다. 이번 1815 업/다운 한정판의 케이스는 레귤러 모델의 지름 39mm에서 37.5mm로 줄어들었다. 이 역시 처음은 아니다. 2006년 1815 업/다운 발터 랑에 한정판에서 지름 37.5mm 케이스를 채택한 적이 있다. 그땐 힌지형 헌터 케이스백 사양을 위해 케이스 크기를 기존 1815 업/다운 1세대(지름 35.9mm)보다 키웠다면, 이번 1815 업/다운 한정판에서는 손목 위에서의 균형과 비례를 위해 1815 업/다운 2세대(지름 39mm)보다 줄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케이스 두께 8.7mm는 동일하다. 이번 한정판이 얼마나 안정적인 착용감을 줄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21,600vph와 72시간 파워 리저브를 지닌 칼리버 L051.2는 변함 없이 유지됐다. 2013년 1815 업/다운이 2세대로 탄생했을 때 1세대의 칼리버 L942.1을 대체한 무브먼트다. 랑에 운트 죄네는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를 위해 L051.2 칼리버에 36개의 부품을 추가하는 동시에, 더 큰 배럴을 탑재했다. 덕분에 파워 리저브가 45시간에서 72시간으로 늘었다. 더불어 칼리버 L051.2의 ¾ 플레이트 위로 래칫 휠과 클릭 스프링, 그리고 와인딩 휠 등이 노출되어 글라스백에서 보이는 감상 포인트로 풍성해졌다.
이번 1815 업/다운 한정판은 소재별로 300개씩만 생산된다. 13년 동안 유지해온 2세대 1815 업/다운의 기계적 기반을 그대로 두고 비례를 다시 손본 한정판이다.


Ref. 244.037(핑크 골드), 244.028(화이트 골드)
기능 시⋅분, 스몰 세컨드,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무브먼트 핸드와인딩 칼리버 L051.2, 21,600vph, 72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37.5mm, 두께 8.7mm, 핑크 골드 또는 화이트 골드, 30m 방수, 글라스백
TRIPLE SPLIT

트리플 스플릿은 랑에 운트 죄네의 기술적 정점을 상징하는 시계다. 랑에 운트 죄네는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라트라팡테)를 두 번에 걸쳐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 2004년 더블 스플릿, 그리고 2018년 트리플 스플릿을 통해서다.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가 초 단위의 두 기록을 비교하는 시계라면, 더블 스플릿은 이를 분까지 확장해 최대 30분의 두 기록을 비교하고, 트리플 스플릿은 시간까지 확장해 최대 12시간의 두 기록을 비교하는 시계다.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에서는 일반 크로노그래프 초침과 그 아래 포개진 스플릿 초침이 함께 출발한 뒤, 라트라팡테 버튼을 누르면 한 바늘만 멈추고 다른 하나는 계속 움직인다. 중간 기록을 확인한 뒤 버튼을 다시 누르면 멈춰 있던 바늘이 앞서가는 크로노그래프 초침을 순간적으로 ‘따라잡아’ 다시 겹친다. ‘라트라팡테’라는 이름도 ‘따라잡다’는 프랑스어 ‘rattraper’에서 비롯됐다.
전통적인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었다. 두 개로 나뉘는 것은 기본적으로 초침뿐이기 때문이다. 먼저 도착한 대상의 초 단위 기록은 붙잡아둘 수 있어도, 분과 시간 카운터는 계속 다음 기록을 측정해야 한다. 랑에 운트 죄네는 더블 스플릿으로 이 한계를 처음 넘어섰다. 더블 스플릿에는 중앙의 크로노그래프 초침과 스플릿 세컨즈 초침뿐 아니라 30분 카운터에도 두 개의 바늘이 겹쳐져 있다. 라트라팡테 버튼을 누르면 초와 분의 두 스플릿 핸드가 함께 멈추고, 크로노그래프 핸드는 그대로 계속 움직인다. 이로써 비교 가능한 시간은 60초에서 30분으로 늘어났다. 더블 스플릿은 정밀 시계 제작 역사상 최초의 더블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로 기록됐다. 핸드와인딩 칼리버 L001.1에는 플라이백과 정확히 점프하는 분 카운터도 함께 적용됐다.

(왼쪽부터) 랑에 운트 죄네 1815 라트라팡테, 삭소니아 더블 스플릿, 삭소니아 트리플 스플릿.
그로부터 14년 뒤인 2018년, 랑에 운트 죄네는 다시 한 번 라트라팡테의 범위를 넓혔다. 바로 트리플 스플릿이다. 이번에는 시간 카운터까지 두 개로 나눴다. 초, 분, 시간 카운터에 각각 크로노그래프 핸드와 라트라팡테 핸드를 겹쳐놓아 두 사건의 경과시간을 최대 12시간까지 비교할 수 있게 됐다.

두 대의 레이스카가 동시에 출발했다고 상상해보자.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차가 2시간 17분 43초를 기록했을 때 라트라팡테 버튼을 누르면, 트리플 스플릿은 2시간, 17분, 43초에 해당하는 세 개의 스플릿 핸드를 모두 멈춘다. 그 아래의 크로노그래프 초, 분, 시간 핸드는 계속 두 번째 차를 측정한다. 기존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가 순간적인 랩 타임 비교에 적합했다면 트리플 스플릿은 마라톤이나 자동차 경주처럼 수 시간에 이르는 두 기록도 한 시계에서 비교할 수 있다.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가 어려운 이유는 하나의 크로노그래프 안에서 두 바늘을 함께 움직이다가 하나만 멈추고, 나머지 하나는 계속 움직이게 한 뒤 다시 정확히 합쳐야 하기 때문이다. 더블 스플릿은 이 복잡한 구조를 초와 분에, 트리플 스플릿은 초, 분, 시간에 각각 구현한다. 특히 트리플 스플릿은 세 쌍의 바늘을 동시에 분리하고 다시 동기화해야 하므로 기계 구조와 조립 정밀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그렇기에 트리플 스플릿이 랑에 운트 죄네 기술력의 바로미터인 것이다.

랑에 운트 죄네는 이번에 트리플 스플릿의 새로운 한정판을 공개했다. 2018년, 2021년에 이어 세 번째 한정판이다. 수량도 전작들과 동일하게 100개로 맞췄다. 첫 번째 버전이 그레이 실버 컬러 다이얼과 화이트 골드 케이스 조합, 두 번째 버전이 블루 컬러 다이얼과 핑크 골드 케이스 조합이라면, 세 번째 버전은 실버 컬러 다이얼에 플래티넘 소재를 선택했다. 변화는 소재와 색채 구성에 집중됐다. 외관은 2018년의 오리지널 트리플 스플릿을 떠오르게 한다. 특히 세 개의 스플릿 핸드를 모두 블루드 스틸로 통일한 점이 눈에 띈다. 복잡한 열 개의 핸드 중 어느 바늘이 중간 기록을 계측하는지 즉시 식별할 수 있다. 새로운 한정판에는 트리플 스플릿이라는 복잡한 메커니즘의 본질을 강조하는 의미가 담겼다.




핸드와인딩 칼리버 L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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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에 운트 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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