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토 피니씨모 37mm는 완전히 새로운 시계"

불가리 워치 총괄 디렉터 조나단 브린바움
  • 2026.06.05

    2026.06.05

  • By 유현선

워치스 앤 원더스 2026에서 불가리의 가장 큰 화제 중 하나는 옥토 피니씨모 37mm였다. 옥토 피니씨모는 지난 10여 년 동안 불가리 워치메이킹을 상징해온 컬렉션이다. 이번 지름 37mm 모델은 기존 지름 40mm 모델을 단순히 축소한 버전이 아니다. 불가리는 새로운 케이스 비율, 재설계한 무브먼트, 늘어난 파워 리저브, 두 가지 티타늄 마감, 그리고 미니트 리피터까지 지름 37mm 라인업에 통합하며 옥토 피니씨모의 다음 장을 열었다.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37의 한국 공식 론칭 행사를 찾은 불가리 워치 디렉터 조나단 브린바움은 옥토 피니씨모 37mm를 “더 작아진 피니시모가 아니라, 완벽한 비율로 다시 만든 피니시모”라고 설명했다.


 

Jonathan Brinbaum

조나단 브린바움 | 불가리 워치 총괄 디렉터
프랑스 출신으로 ESCP 비즈니스 스쿨과 BI 노르웨이 경영대학에서 마케팅과 재무 분야에서 이중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P&G, LVMH, 불가리 퍼퓸 부문, 유럽 트래블 리테일 등을 거쳐 2024년 9월 1일부터 불가리 워치 총괄 디렉터를 맡고 있다.

 
 
옥토 피니씨모 37mm는 워치스 앤 원더스 2026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시계 중 하나였다. 옥토 피니씨모는 오랫동안 불가리의 건축적 워치메이킹을 상징해왔다. 이 모델의 사이즈를 줄이게 된 이유는 무엇이며, 이 정도의 반응을 예상했는지.
맞다. 옥토 피니씨모 37mm는 이번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매우 많이 언급된 시계였다. 박람회가 끝난 지 한 달 반 정도 지난 시점에서 돌아보면, 이 모델은 올해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된 시계 다섯 개 안에 들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역시 매우 만족하고 있다. 
옥토 피니씨모는 지난 12년 동안 혁신을 축적해왔다. 워치메이킹에서 12년은 길어 보이지만, 매우 짧은 시간이기도 하다. 그동안 불가리는 다양한 칼리버를 통해 거의 모든 울트라 씬 기록에 도전했고, 여러 차례 세계 기록을 세웠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옥토 피니씨모 37mm는 기존 40mm 모델의 작은 복제품이 아니다. 완전히 새롭게 만든 시계다. 칼리버 역시 새로 설계했다. 처음부터 다시 검토했고, 전면적으로 재작업했다. 무브먼트의 사이즈는 20% 줄였고, 동시에 파워 리저브는 20% 늘렸다. 그만큼 이 시계에는 대대적인 리엔지니어링이 이뤄졌다.
우리에게 옥토 피니씨모 37mm는 지름 40mm 옥토 피니씨모보다 더 다목적이고, 더 보편적인 버전이다. 물론 2014년 처음 선보인 옥토 피니씨모의 모습과 연결되는 샌드블라스트 티타늄 버전도 있다. 당시의 분위기와 구성을 이어가는 모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시계를 더 많은 손목에 맞는 시계로 제안하고 싶었다. 남성과 여성 모두 자연스럽게 착용할 수 있는, 더 보편적인 피니시모 말이다. 결국 핵심은 피니시모를 작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장 좋은 비율로 다시 만드는 데 있었다.


옥토 피니씨모 37mm는 기존 모델의 단순한 다운사이징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해 보인다. 기존 옥토 피니씨모의 비율을 유지하면서도 착용감과 안정감을 높이기 위해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디자인이다.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케이스의 지름, 길이, 두께 사이에서 정확한 균형을 찾는 일이었다. 그래서 지름 37mm가 나왔다. 36mm일 수도 있었고, 38mm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케이스 두께와 잘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37mm였다. 
이번 케이스는 기존보다 1mm 더 두껍다. 우선 37mm 지름과의 비례를 완성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향후 확장 가능성도 남겨두기 위해서였다. 케이스 두께에 약간의 여유가 있어야 하드 스톤 다이얼 같은 변형을 고려할 수 있다. 옥토 피니씨모 37mm는 더 다재다능한 시계로 기획된 만큼, 앞으로 다이얼이나 소재 면에서 더 넓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었다.
두 번째는 칼리버다. 칼리버의 비율도 다시 검토해야 했다. 마이크로 로터 구조를 유지하는 대신 피니싱을 바꿨다. 방사형으로 펼쳐지는 더 우아한 피니싱이다. 파워 리저브를 늘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였다. 칼리버의 크기와 에너지 관리,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해야 했고, 파워 리저브를 20% 늘린 것은 매우 큰 성과였다.
브레이슬릿과 버클도 달라졌다. 지름 40mm 모델과 비교하면 클로징 방식이 조금 다르다. 더 안정적이고, 더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런 요소들이 합쳐져 지금의 옥토 피니씨모 37mm가 완성됐다.




옥토 피니씨모 37mm 티타늄 모델은 두 가지 마감으로 제안됐다. 하나는 오리지널을 상징하는 샌드블라스트 마감이고, 다른 하나는 브러시드와 폴리시드 마감이 조합된 티타늄 버전이다. 같은 티타늄을 두 가지 방식으로 보여준 의도는 무엇인가.
샌드블라스트 티타늄은 오리지널이다. 지름 40mm 옥토 피니씨모가 처음 태어났을 때의 헤리티지를 담고 있다. 이 버전을 선택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반면 브러시드와 폴리시드 마감을 조합한 버전은 옥토 피니씨모 37mm를 더 넓은 고객층으로 확장하려는 생각에서 나왔다. 이 디자인은 더 여성적이고, 더 유니버설하다. 외관상으로는 스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티타늄을 사용했다. 훨씬 가볍기 때문이다. 티타늄을 브러시드와 폴리시드 방식으로 마감하면 시각적으로 기술적인 인상이 조금 덜하다. 즉, 울트라 씬 워치메이킹의 전문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겉으로는 편안하고 세련된 인상을 준다. 실제로 지금까지 많은 여성들이 이 버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 시계가 정말 모두를 위한 시계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옥토 피니씨모 37 폴리시드 및 브러시드 티타늄 버전.


옥토 피니씨모 37mm 미니트 리피터도 인상적이었다. 상대적으로 주목도는 덜했을 수 있지만, 워치메이킹 관점에서는 매우 강력한 모델이다. 이런 하이 컴플리케이션을 지름 37mm 사이즈에 담은 것 자체가 불가리의 워치메이킹 역량을 보여준다. 
이 시계에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원래 지름 37mm 라인업에 미니트 리피터를 넣을 계획은 없었다. 옥토 피니씨모 37mm는 보편적인 시계를 목표로 했기 때문에, 기능도 최대한 단순하게 유지하려고 했다. 그런데 기술팀이 우리를 놀라게 했다. 기존 지름 40mm 옥토 피니씨모 미니트 리피터 칼리버를 지름 37mm 케이스에 넣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왔다. 음질과 파워 리저브를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출시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사운드다. 옥토 피니씨모 37 미니트 리피터에서는 소리가 더 잘 퍼질 수 있도록 인덱스를 오픈했다. 티타늄 역시 미니트 리피터의 사운드 품질 면에서 스틸이나 다른 소재에 비해 매우 유리하다. 그래서 자부심이 크다. 우리는 우리를 놀라게 한 불가리 장인들과 엔지니어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이 모델을 출시했다. 20개 한정으로 선보였고, 반응은 매우 뛰어났다. 워치스 앤 원더스 2026 현장에서 모두 판매됐다. 


기존 미니트 리피터 칼리버를 지름 37mm 케이스 안에 넣으면서도 파워 리저브와 음질을 유지할 수 있었던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핵심은 해머와 마이크로 로터의 재설계였다. 기술팀은 해머의 위치를 다시 검토하고 크기를 줄여 지름 37mm 케이스 안에서 필요한 공간을 확보했다. 동시에 마이크로 로터의 밸런스도 조정했다. 이 과정에서 미니트 리피터의 음질과 파워 리저브를 유지한 것이 핵심이었다.



옥토 피니씨모 37 미니트 리피터.


불가리는 옥토 피니씨모 37mm를 설명할 때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 이탈리아식 우아함)’를 언급한다. 
스프레차투라라는 단어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 우리가 자주 쓰는 단어는 아니지만, 매우 아름다운 단어다. 스프레차투라는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보이게 만드는 태도와 관련이 있다. 옥토 피니씨모는 바로 그 생각에서 태어났다.
옥토 피니씨모는 슬림한 셔츠 커프 아래에 완벽하게 들어가는 시계를 만들겠다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이탈리아의 테일러링과 이탈리아 디자인에서 출발한 시계였다. 아이디어는 단순했다. 얇은 시계를 만드는 것. 하지만 당시 시장에는 그 시계에 맞는 무브먼트가 없었다. 우리가 원하는 무브먼트를 외부에서 구입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불가리는 직접 무브먼트를 만들기로 했다. 불가리에게는 그럴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울트라 씬, 초소형 칼리버는 모두 복잡한 설계를 매우 단순하고 미니멀한 디자인 안에 담아낸 결과다. 오리지널 옥토 피니씨모의 디자인 역시 매우 간결하다. 그런 점에서 옥토 피니씨모는 스프레차투라의 좋은 요약이자, 가장 적절한 구현이라고 할 수 있다.


불가리 워치메이킹은 계속해서 경계를 넓혀왔다. 앞으로 특별히 추구하고 싶은 목표나 도전 과제가 있나.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여성용 시계다. 우리가 울트라 씬 분야에서 더 얇은 칼리버를 설계하는 일에 매진해왔다. 그 과정에서 소형화에 대한 노하우를 크게 끌어올렸다. 이제는 얇은 무브먼트의 기술을 초소형 무브먼트로 확장하고 있다. 
피콜리시모 칼리버가 좋은 예다. 앞으로도 이런 기술을 세르펜티 같은 여성용 시계 영역에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갈 것이다. 이 분야는 내가 불가리에서 꼭 밀고 싶은 영역이다. 불가리는 무엇보다 주얼러이며, 여성 고객과 깊은 관련을 가진 브랜드다. 지금은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시계의 기술적 측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쿼츠 워치뿐 아니라 기계식 메커니즘을 갖춘 시계를 원하는 여성 고객도 늘고 있다. 오늘날 초소형 무브먼트 분야에 노하우를 가진 브랜드는 많지 않다. 그래서 더욱 적극적으로 탐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에너지, 즉 파워 리저브와 관련된 부분이다. 우리는 울트라 씬 영역에서 이미 많은 것을 보여줬다. 이제 더 얇은 시계에서 더 긴 파워 리저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싶다. 사이즈와 에너지는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다. 칼리버가 작아질수록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줄어든다. 바로 그 지점이 우리가 계속 도전할 영역이다. 옥토 피니씨모 37mm가 그 일례다.


기계식 무브먼트를 탑재한 세르펜티는 상징적인 디자인을 넘어 여성들이 기계식 워치메이킹에 더 깊이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모델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용 주얼리 워치에는 쿼츠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먼저 셀프와인딩 무브먼트를 탑재한 세르펜티에 대한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우리 예상보다 더 많이 판매되고 있다. 물론 여전히 편리함을 원하는 고객도 있다. 그래서 쿼츠는 주얼리 워치에 매우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고객에게 기계식 시계를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제 여성들은 시계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과거 남성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 여성들도 진정성과 진짜 사부아페르(savoir-faire, 장인의 숙련된 기술과 노하우)를 찾는다.  
반응이 긍정적인 또 다른 이유는 이런 역량을 가진 메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용 초소형 칼리버는 예거 르쿨트르의 칼리버 101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1980년대 쿼츠 위기를 거치며 거의 사라졌다. 당시 큰 메종들은 생산상의 어려움에 직면했고, 베스트셀러였던 남성용 칼리버에 집중했다. 하지만 불가리는 몇 년 전부터 이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내기로 결정했고, 초소형 무브먼트를 개발하는 몇 안 되는 매뉴팩처 중 하나가 됐다. 앞으로 이런 칼리버에 대한 고객의 관심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본다.


세르펜티 세두토리 오토매틱과 피콜리시모 칼리버.


시계업계는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점점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 불가리는 이 세대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나. 
젊은 세대에 접근하는 방식은 특정 모델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여러 단계가 있다. 첫 번째는 교육이다. 고객들이 워치메이킹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는 욕구는 여전히 크다. 브랜드가 매뉴팩처의 문을 열고, 워치메이킹을 설명하는 것은 교육의 한 방식이다. 젊은 세대는 브랜드로부터 배우고 싶어 한다. 
두 번째는 디자인이다. 젊은 세대는 이전 세대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전통 있는 브랜드를 원하지만, 동시에 브랜드가 혁신하기를 바란다. 시계에서도 더 이상 남성용 혹은 여성용을 찾는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사랑할 수 있는 오브제를 찾는다. 
실제로 우리 부티크에는 세르펜티 투보가스를 착용하거나 구매하려는 남성 고객도 있다. 불가리가 새로운 세대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좋은 신호다. 옥토 피니씨모 37mm는 이런 면에서도 이상적이다. 이 디자인은 역사적으로 시계에 존재했던 남성과 여성의 경계, 혹은 장벽을 허무는 모델이다. 앞으로 젊은 세대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이런 방향성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올해는 불가리가 워치스 앤 원더스에 복귀한 두 번째 해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얼마나 만족하는가. 신제품 공식 론칭 전후에 각 지역에서 따로 소개할 수도 있는 시대에 워치스 앤 원더스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보다 더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불가리 워치메이킹은 현재 워치메이커 톱 10 안에 들어가겠다는 강한 야심을 갖고 있다. 우리는 그 목표에서 아주 멀리 있지 않다. 업계도 이미 알고 있다. 시계 업계는 지난 12년 동안 우리가 세운 기록들을 봐왔고, 우리가 받은 여러 상도 알고 있다. 다만 고객 인지도 측면에서는 아직 더 필요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워치스 앤 원더스는 불가리를 워치메이킹의 가장 높은 무대, 말하자면 엘리트 그룹 안으로 투사하는 좋은 방법이다. 
워치스 앤 원더스는 단순히 신제품을 보여주는 자리 이상이다. 비즈니스 파트너, 프레스, 고객 등 전체 시계 산업이 한자리에 모인다. 워치메이킹은 결국 열정에 관한 일이다. 오늘날에는 디지털로 제품을 공개할 수도 있고, 공식 론칭 전에 미리 보여줄 수도 있으며, 여러 나라를 방문해 직접 소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산업에는 함께 모여 열정을 나누고, 제품을 직접 만지고, 대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워치스 앤 원더스 같은 대형 박람회가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그런 이유로 내년에도 워치스 앤 원더스에 참가할 것이며, 그 사실에 매우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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