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11.11

    2025.11.19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 NASA

태양열에 달궈졌다가 그림자 속에서 얼어붙다.

내용


 

이것이야말로 우주비행사들이 실제로 직면한 환경이며, 오메가 스피드마스터가 시험을 거친 이유다.

오메가 스피드마스터와 NASA의 인연은 현대 시계 업계와 애호가 커뮤니티에서 가장 상징적인 이야기 가운데 하나다. 이는 실제 우주비행사들이 직면한 극한의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며, 오메가 스피드마스터가 그 가혹한 시험을 통과하며 살아남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NASA에서 지급한 정식 우주비행사 장비로서, 과거에도 앞으로도 스피드마스터만큼 강력한 스토리텔링 파워를 가질 수 있는 시계는 없다. 스피드마스터는 역사와 마니아 문화, 모험을 모두 아우른다. 존재 자체가 견고함을 전제했지만 이 시계가 실제로 얼마나 강해야 했는지는 이야기 속에 묻히기 쉽다. 잘 생각해보면, 우주로 보내진 인간이나 시계가 직면하는 환경을 살펴보는 것 자체가 곧 스피드마스터의 구조와 내구성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NASA의 시험을 거친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Ref. ST 105.003.


오늘날 오메가 스피드마스터의 케이스백에서 볼 수 있는 문구는 다음과 같다. "1965년 NASA가 모든 유인 우주 임무용으로 비행 적격 인증(Flight-Qualified)한 시계", 그리고 "달에서 착용된 최초의 시계(The First Watch Worn on the Moon)". 그 과정은 잘 기록됐다. 여러 번 나열됐고, 시험 기준도 항목별로 분명히 정리됐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각각의 온도 범위와 각기 다른 구체적인 시험 요건 뒤에는 실제로 우주비행사와 그들의 장비가 직면하는 조건과 압력이 존재했다. 극단적이고 낯설며 특수한 환경이다. <워치타임>은 그것들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이 시계들은 단지 실험실에서만 버틴 것이 아니라 실제 우주 임무가 요구하는 현실적인 시험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스피드마스터는 NASA의 철저한 시험과 실제 우주 임무를 통해 오늘날 가장 강인한 툴 워치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안전과 실용성, 임무의 성공. 이것이 바로 NASA 엔지니어들이 우주로 향하는 장비들을 위해 고안한 혹독한 시험의 목표였다. 제임스 레이건(James H. Ragan) 같은 엔지니어들이 그 중심에 있었다. 우주비행사들의 현실적인 요구를 그보다 잘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1964년 NASA에 합류한 그는 비행 장비, 그 가운데 시계를 포함한 장비들의 조달과 시험을 책임졌다. <워치타임>은 그에게 각 시험에 대해 직접 질문할 기회를 얻었다. 그의 대답은 우주비행사들이 실제로 무엇을 경험했는지, 그리고 그들을 지원한 방대한 네트워크가 어떤 도전에 직면했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스피드마스터가 역사 속에서 얼마나 상징적인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방증한다.


발사 순간 캡슐 내부는 로켓이 내뿜는 소음으로 가득 찬다. 


텍사스 휴스턴에 본사를 둔 민간 우주기업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에서 제작한 차세대 우주복.


1965년 제미니 IV 우주 유영에 함께한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우주비행사들은 우주복을 입은 채 스피드마스터를 착용하기 위해 종종 긴 벨크로 스트랩을 사용했다.


카운트다운


솔직히 어떤 시계도 이런 시험을 통과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그 시험은 본래 차량에 탑재되는 하드웨어를 위한 것이었다. 정말 어려웠다. 시계에게 할 수 있는 가장 극한의 시험이었을 것이다. - 제임스 레이건

1969년 달 착륙은 스피드마스터의 결정적인 순간이었고, 그 놀라운 이야기는 수없이 되풀이돼왔다. 그러나 그 이전에도 우주로 향하는 모든 물품, 모든 부품, 심지어 그 무게와 크기의 단위 하나하나까지도 철저히 검증을 거쳐야 했다. 다른 장비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제조사들이 제출한 시계들도 고온, 저온, 진공, 습도, 부식, 충격, 가속도, 저압, 고압, 진동, 소음에 이르는 일련의 시험을 견뎌야 했다. 그리고 오직 스피드마스터만이 끝까지 기능을 유지하며 정확성을 지켜냈다.

"솔직히 어떤 시계도 이런 시험을 통과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그 시험은 본래 차량에 탑재되는 하드웨어를 위한 것이었다. 정말 어려웠다. 시계에게 할 수 있는 가장 극한의 시험이었을 것이다." 레이건은 이렇게 증언했다.

시험 항목과 그 설명만으로는 우주비행사와 그들의 시계가 실제로 직면한 조건을 온전히 전달하기 어렵다. 공상과학적 상상에 기대지 않도록, 레이건은 스피드마스터가 견뎌낸 각각의 시험이 실제로 어떤 목적을 가졌는지를 분명히 해줬다.


우주선이 궤도를 도는 동안, 온도는 불과 몇 분 사이에 태양열로 달궈진 상태(+120°C)에서 그림자 속 극저온(-130°C)으로 급변한다.


제미니와 아폴로 프로그램의 비행 장비 조달과 테스트를 맡았던 엔지니어 제임스 레이건.



NASA는 시계 회사들의 일반적인 내구성 시험을 훨씬 넘어서는 검증을 수행했다.


HEAT 고온

숫자만 놓고 보면 시험 기준은 경악할 수준이다. 우주비행사나 시계가 이런 극한의 열에 언제 노출될까. 레이건은 이렇게 설명한다. "대기를 통해 열이 확산되거나 보존되지 않기 때문에, 달의 태양 쪽 면에서는 표면 온도가 이런 극한의 고온까지 치솟을 수 있다. 이는 낮 동안 달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시험 초반, 롤렉스와 론진-비트나우어(Longines-Wittnauer, 스위스 론진과 미국 비트나우어 합작 법인)가 제출한 다른 시계들은 이 단계에서 이미 탈락했다. 오메가 아카이브의 공식 문서를 인용한 네덜란드 출신 시계 저널리스트이자 프라텔로(Fratello Watch) 창립자 겸 편집장 로버트-얀 브로어(Robert-Jan Broer)에 따르면, 한 모델은 크리스털이 변형돼 케이스에서 이탈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COLD 저온

사람들은 흔히 우주 공간을 극도로 차갑다고 상상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 시험이 설정된 배경은 의외로 제한적이었다. 임무 중 시계가 이런 극한의 저온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은 언제일지에 대한 물음에 레이건은 간결하게 답했다. "태양에 닿지 않는 면, 또는 달의 밤 시간이다."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은 달의 뒷면이나 달의 밤 동안 표면에 머무르지 않았지만, 장비는 그러한 환경에도 대비해야 했다. 극심한 온도 변화와 저온은 다른 시험에도 반영됐다. 레이건은 진공 시험과의 차이도 설명했다. "극한 온도 시험에선 무브먼트가 -18°C에서 +93°C 사이에서 정확히 작동하는지를 본다. 반면 진공 시험은 온도뿐 아니라 기계적 스트레스까지 포함된다." 그 기계적 스트레스가 바로 다음 시험의 핵심이었다.


VACUUM 진공

고온과 저온은 비교적 이해하기 쉽지만, 진공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저온 시험과 어떻게 다를까. 레이건은 "진공은 압력이 극도로 낮아져 사실상 모든 기체 분자가 제거된 상태, 즉 '텅 빈' 공간을 의미한다. 저지구 궤도에서는 대기압이 마이크로토르 수준(수은주 1mm의 백만 분의 1)까지 떨어지는데, 이는 해수면의 약 760토르(Torr, 1토르는 수은주 1mm)에 해당하는 대기압과 비교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진공 시험은 극한의 온도와 저압을 동시에 결합한 것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지구인에게는 익숙지 않은 조건이며 인간이나 시계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은 극적이다. NASA에 따르면 진공은 기계식 시계에 세 가지 주요 영역에서 영향을 준다. 바로 윤활유 증발과 방출, 밀폐와 소재 문제, 그리고 열 포화다.

레이건은 이렇게 설명한다. "기어가 원활히 움직이도록 해주는 오일과 그리스는 진공에서 증발하거나 방출되는 경향이 있다. 우주용 시계에는 특별한 저증기압 윤활유나 건식 코팅이 사용된다. 다음으로 밀폐성과 소재가 영향을 받는데, 외부 압력이 없어 개스킷이 충분히 눌려지지 않으므로 케이스와 크리스털은 압력 차이에도 터지거나 변형되지 않도록 설계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열 포화란, 진공에서는 열을 전달할 공기가 없기 때문에 부품이 훨씬 느리고 불균등하게 가열 또는 냉각된다. 이로 인해 금속의 치수 변화나 스프링 탄성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 조건이 얼마나 극단적인지를 강조하기 위해, 인간이 보호 없이 노출될 경우를 상상해보자. 질식, 체액의 끓음(Ebullism, 에불리즘), 감압병이 발생한다. 레이건은 이렇게 설명한다. "대기압이 없으면 폐가 혈액에 산소를 전달하지 못한다. 몇 초 안에 의식을 잃고 1~2분 내에 사망한다." 이것이 질식이다. 그렇다면 에불리즘은 무엇일까. "주위 압력이 약 47토르 이하로 떨어지면 체온에서 체액(침, 눈물, 심지어 혈액까지)이 끓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시계가 실제로 이런 조건에 노출되는 순간은 언제일까. 레이건에 따르면 달 표면 활동이나 심우주 우주유영(EVA) 같은 상황이다. "아폴로의 객실이나 ISS, 상업 우주선 내부는 모두 1기압으로 유지되므로 진공은 경험하지 않는다. 진짜 진공은 우주복 해치를 열고 우주로 나갔을 때 시계가 직면하는 환경이다."

 

HUMIDITY 습도

습도는 우주 환경에서 중요한 요소로 흔히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레이건은 "유인 비행 중 스피드마스터는 여러 순간에 높은 습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며, NASA의 환경 적합성 시험에는 지속적인 고습도 사이클, 습도 및 온도 변화, 응결 점검이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네 가지 상황을 지적했다. 첫 번째는 지상 취급과 발사 전 준비 과정이다. 발사 기지는 열대·해안 지역이 많아 상대 습도가 80%를 넘기도 하며, 장비는 통합 시설, 운송 컨테이너, 격납고 등에 보관된다. 만약 기밀 유지가 안 되면 응결이 발생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우주선의 가압된 객실 내부다. 우주선 내부에서는 승무원의 호흡과 발한, 심지어 ISS의 식물에서도 습기가 발생한다. 생명 유지 장치가 수분을 제거하긴 하지만 순간적으로 습도가 60~70%까지 치솟을 수 있다. 지구의 그림자를 통과할 때처럼 온도가 급격히 하락하면 시계 내부에 응결이 생길 수 있다. 세 번째는 EVA 준비와 우주복 장착 과정이다. 이때 냉각 장치에서 물방울이 튀어 장갑 주변의 시계를 적시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비행 후 회수 과정이다. 해상 착수 시 회수 보트나 헬리콥터에서 해수와 습기, 급격한 온도 변화에 노출되는데, 이는 또 다른 응결 위험을 만든다.


CORROSION 부식

우주에서 시계는 지구보다 더 심각한 부식 환경에 노출될까. 레이건은 "우주는 습도가 0이지만, 비행 적합 판정을 받은 시계는 지구에서 경험하지 못한 독특한 부식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어떤 면에서는 지구보다 더 공격적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지구에서의 주된 부식 요인은 습도, 해수, 산업 오염이지만, 우주에서는 원자 산소 침식, 자외선과 고에너지 입자, 진공 유도 방출과 오염, 그리고 극단적인 열 순환이 문제였다.


SHOCK 충격

NASA의 충격 시험은 오메가 스피드마스터를 여섯 방향에서 40g(지구 중력의 40배)의 충격에 노출시켰다.


충격은 단순히 무중력 상태에서 부딪히는 수준이 아니다. 엔지니어들은 발사, 도킹, 착륙 시의 충격을 염두에 두었다. 발사 시 고체 로켓 분리나 긴급 탈출 장치 분리 과정에서 20~50g(중력가속도, 지구 중력의 20~50배)의 충격이 시계에 가해진다. 도킹이나 분리 과정에서는 클램프 해제가 순간적인 충격을 만들며, 착륙 시 낙하산 전개나 해상 착수도 충격을 전달한다.


ACCELERATION 가속도

가속도의 대표적인 예는 발사 순간이다. 그러나 다른 경우도 있다. 긴급 탈출 시스템이 작동하면 지속적이면서도 순간적인 중력이 발생한다. 재진입 시 상층 대기에서 플라스마 브레이킹으로 인해 5~8g(지구 중력의 5~8배)의 감속이 걸리며, 급격한 궤도 이탈 시에는 그보다 더 큰 하중이 걸리기도 한다.


LOW PRESSURE 저압

저압은 앞서 다룬 시험들과 겹치지만, 달 표면 활동이나 우주 유영 같은 상황, 또는 에어록이 열리는 순간에 시계는 그대로 진공에 노출된다.


HIGH PRESSURE 고압

시계 애호가라면 방수 성능과 관련된 압력 등급에 익숙할 것이다. 그러나 NASA의 목적은 조금 달랐다. 레이건은 우주비행사와 시계가 압력 상승에 노출될 수 있는 몇 가지 경우를 예로 들었다. 하나는 밸브 작동 오류나 비상 재가압 같은 객실 내 과압 상황이다. 다른 하나는 지상 고압 챔버에서의 발사 전 점검이다. 그는 "많은 우주비행사들이 발사 전 고도/고압 챔버에서 우주복을 착용하고 순수 산소 환경에서 1.2~1.6기압 상태로 사전 호흡과 객실 누출 점검을 진행하는데, 이때 시계를 착용한 채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VIBRATION 진동


자세 제어용 소형 제트 분사기와 도킹 장치에서 발생한 미세 진동은 그대로 손목으로 전해진다. 

강한 진동은 발사 순간, 메인 엔진 점화와 분리 단계에서 발생한다. 레이건은 "엔진의 점화와 정지마다 구조 전체가 광범위한 주파수 대역에서 흔들린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세 제어 트러스터(thruster)의 작동이나 도킹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 진동은 시계 착용자의 손목으로 그대로 전달된다.


SOUND 소음

발사 순간, 캡슐 내부는 로켓 소음의 압력파로 가득 찬다. 레이건은 "발사대에서와 상승 중에 캡슐 내부는 로켓 소음 압력파에 휩싸인다. 새턴 V 로켓은 내부 소음이 약 150데시벨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소음이 손목시계의 내구성에 영향을 준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소리는 진동과는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끼친다. 레이건은 "음파는 케이스 내부의 공기 공간, 헤어스프링, 보석, 크리스털 가장자리를 자극한다. 이는 구조 진동 시험으로는 알 수 없는 현상이다. 음향 공명은 나사를 풀리게 하거나 크리스털을 밀어내거나 코팅을 벗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진동 시험과 소음 시험의 차이를 설명했다. "진동 시험은 진동기를 통해 시계의 케이스나 본체에 힘을 가하는 것이지만, 소음 시험은 시계를 음향 챔버에 넣고 소음 압력파로 폭격해 내부 부품과 밀폐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명 기반의 결함을 찾아내는 것이다."



올해는 오메가 스피드마스터가 1965년 NASA로부터 공식적으로 우주 사용 적합 판정을 받은 지 60주년이 된 해다.



1965년 NASA가 시험한 스피드마스터 Ref. ST 105.003.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임무에 사용된 Ref. 105.012와는 약간 차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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