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가리는 ‘형태의 예술(The Art of Shape)’을 주제로 옥토 피니씨모와 세르펜티를 재조명한다. 옥토 피니씨모는 소형화를 통해 한계를 확장했고, 세르펜티는 골드와 스틸을 조합한 캡슐 컬렉션으로 분위기를 또 한번 환기했다.
옥토 피니씨모
불가리 남성 시계를 대표하는 옥토 피니씨모가 지름 37mm 모델로 세계관을 확장했다. 2014년 첫 모델의 본질을 유지하면서 세련되게 진화한 것이 핵심이다. 단순히 크기만 작아진 것이 아니다. 지름이 줄어들며 내부 구조와 외관 모두 중요한 변화가 필요했다. 불가리는 효율 높은 마이크로 로터와 배럴을 탑재한 새로운 울트라 씬 무브먼트 BVF100을 개발했다. 최근 3년간 피콜리씨모 등 소형 무브먼트를 제작했던 경력이 새로운 결실을 맺은 것이다. BVF100 칼리버의 두께는 기존 옥토 피니씨모 40mm의 BVL138 칼리버보다 단 0.12mm 두꺼운 2.35mm다. 무브먼트 크기는 지름 36.6mm에서 31mm로 줄어들어 전체 볼륨은 오히려 20% 감소했다. 여전히 초박형의 영역이지만 파워 리저브는 72시간으로 10시간 넘게 증가했다. 무브먼트 브리지와 메인 플레이트는 방사형 제네바 스트라이프로 마감됐다. 일반적인 제네바 스트라이프보다 난이도가 높은 장식이다. 칼리버 BVF100을 탑재한 옥토 피니씨모 37mm의 무게는 65g에 불과하다. 일상에서의 착용감을 크게 개선하는 수치다.
사이즈가 작아지며 외관의 비율도 재설계됐다. 기존 옥토 피니씨모 40mm에서 이탈리아의 건축 유산을 반영한 기하학적 케이스의 건축적 볼륨이 강조됐다면, 37mm 모델에서는 정제된 프로포션이 돋보인다. 옥토 피니씨모의 건축적 미학이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는 뜻이다. 손목의 조건이나 상황을 가리지 않고 착용할 수 있는 현대적 보편성(universality)도 강점이다. 불가리 역시 옥토 피니씨모 37mm의 가장 큰 장점으로 이탈리아식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 자연스럽게 보이는 세련된 우아함)를 꼽았다.

불가리 제품 개발 총괄 디렉터 파브리지오 부오나마싸 스틸리아니는 옥토 피니씨모 37mm에 대해 “새로운 캔버스다. 사이즈를 줄이며 역설적으로 창의성이 순수하게 표현되는 공간을 만들었다. 모든 디테일이 워치메이킹을 다시 생각하는 기회”라 말했다. 그 디테일에는 브레이슬릿도 포함된다. 폴딩 버클을 푸시 버튼 방식으로 바꿔 사용성을 개선했으며,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연결 구조도 핀 고정 방식에서 스크루 고정 방식으로 변경했다. 내구성 면에서 유리할 뿐 아니라 다양한 소재와 마감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 또한 옥토 피니씨모 37mm의 라이프스타일 중심 철학과 연결된다. 새로운 옥토 피니씨모 37mm는 샌드플래스트와 새틴 폴리싱으로 마감을 달리한 두 가지 티타늄 버전과 옐로 골드 버전, 그리고 미니트 리피터를 내세운 Ref. 104250 네 가지를 구비했다. Ref. 104250은 기존 핸드와인딩 미니트 리피터 칼리버 BVL362를 품었다. 동일한 케이스에 심플한 모델과 컴플리케이션 모델을 함께 구성한 것에서 옥토 피니씨모 37mm를 하나의 라인업으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불가리의 전략을 읽을 수 있다. 옥토 피니씨모 37mm가 디자인과 기술력 면에서 변함없이 불가리의 벤치마크로 자리하는 이유다.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투르비용 플래티넘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투르비용 플래티넘은 작년에 발표된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투르비용의 플래티넘 버전이다. 불가리가 울트라 씬 기술력을 새로운 소재로 확장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두께가 1.85mm에 불과한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투르비용은 세계에서 가장 얇은 투르비용 시계이자 불가리의 10번째 세계 기록을 경신한 모델이다. 불가리는 케이스와 무브먼트를 하나의 구조로 통합하고, 배럴, 플레이트, 소재까지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며 ‘두께 2mm의 벽’을 뛰어넘었다. 시계에 들어간 특허만 8개에 달한다. 티타늄과 텅스텐 카바이드 소재를 통해 강성도 충분히 확보했다. 불가리 CEO 장-크리스토프 바뱅은 작년 <크로노스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투르비용의 브레이슬릿은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매우 얇지만 티타늄 소재와 정밀 가공 기술을 더해 케이스에 단단히 연결됐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플래티넘을 적용하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플래티넘은 최고급 소재로 통하지만 매우 무겁고, 가공이 어려우며, 변형 가능성이 높다. 어떤 물건이든 얇을수록 휘어지기 쉽다. 울트라 씬 시계라면 무브먼트 정렬에 문제가 생기거나 작동 오류가 나타나거나, 심하면 파손될수도 있다. 플래티넘을 사용하려면 케이스 구조와 조립 프로세스를 완전히 다시 검증해야 한다. 불가리는 2024년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COSC에 플래티넘 소재를 사용해본 경험을 십분 발휘했다. 케이스 강성과 소재 치수 오차 범위를 다시 계산하고, 브레이슬릿 구조를 보강했으며, 조립 공차를 재조정했다. 무브먼트 메인 플레이트를 겸하는 케이스백의 텅스텐 카바이드는 그대로 유지했지만, 안정성 테스트도 잊지 않았다. 이제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투르비용은 역사상 가장 얇은 ‘플래티넘’ 투르비용 시계다. 불가리는 이렇게 또 한번 한계를 넘어섰다.

세르펜티 투보가스 스터드 캡슐
뱀을 뜻하는 세르펜티는 변신과 재생을 가리키는 불가리 핵심 아이콘이다. 이번에는 투보가스 브레이슬릿에 스터드 캡슐을 적용했다. 투보가스 브레이슬릿은 얇은 금속 밴드로 중앙의 코어를 감싸듯 말아올린 구조로, 손목을 따라 자연스럽게 감기는 유연성과 착용감이 일품이다. 그 자체로 불가리 뱀 모티프가 떠오르는 상징성도 탁월하다.
불가리는 19세기 후반에 투보가스 기법을 발견하고, 1970년대부터 본격 시그니처로 삼았다. 2010년 투보가스 브레이슬릿은 세르펜티 워치 헤드와 결합해 세르펜티 투보가스 컬렉션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기존 세르펜티보다 모던한 분위기는 세르펜티 투보가스의 가장 큰 매력이다. 투보가스 브레이슬릿의 길이나 소재의 종류에 따라 화려함의 완급을 조절할 수 있어 더욱 인기를 끌었다. 세르펜티 투보가스는 스테인리스 스틸, 골드, 그리고 투톤 버전으로 다양하게 선보이며 라인업을 발전시켜왔다.
이번 세르펜티 투보가스 스터드 캡슐은 라인업의 단순 확장으로 보기엔 맥락이 약간 다르다. 불가리 주얼리 아카이브에서 가져온 스터드 디테일이 투보가스 브레이슬릿을 따라 적당한 간격으로 하나씩 설치됐다. 스터드 특유의 건축적 미학과 장식성이 세르펜티 투보가스에 카리스마를 더한다. 소재나 표현의 대비가 두드러지며 ‘골드&스틸’ 테마도 강조됐다. 일반적인 바이컬러 모델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강렬한 조화다. 불가리 워치 부문 매니징 디렉터 조나단 브린바움(Jonathan Brinbaum)은 “주얼리와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이 만난 걸작”이라고 표현했다.
세르펜티 투보가스 스터드 캡슐은 총 4가지 한정판으로 구성된다. 그중 하나만 풀 옐로 골드 버전이고, 나머지 셋은 모두 골드&스틸 버전이다. 다이얼은 시계 소재에 따라 마더 오브 펄, 소달라이트, 말라카이트 스톤을 사용해 불가리의 이탈리안 소울을 아낌없이 펼쳐보였다.

세르펜티 에테르나
세르펜티 에테르나는 2025년에 등장한 세르펜티의 뱅글 버전이다. 불가리 뱀 모티프의 정수만 남기자 오히려 극도로 정제된 실루엣이 두드러진다. 작년에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다이아몬드로 빼곡히 장식한 하이 주얼리 버전만 소개됐고, 올해는 머리와 꼬리 일부에만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옐로 골드 버전이 등장했다. 옐로 골드 피니싱이 주는 또렷한 형태감은 세르펜티 에테르나의 본질적 해석을 다른 방법으로 부각시킨다. 하이 주얼리 버전보다 여러모로 부담이 덜한 것도 장점이다.

한편, 컬러풀 젬스톤으로 새로운 해석을 더한 또 다른 세르펜티 에테르나도 주목 받았다. 루벨라이트, 자수정, 토파즈, 에메럴드, 시트린, 사파이어, 탄자나이트, 핑크 및 파라이바 투르말린, 차보라이트, 페리도트 등 122개의 스톤이 희귀한 컬러를 기준으로 엄격히 선별됐다. 개발 과정에만 225시간, 스톤 선별과 준비에만 185시간이 걸렸다. 스톤 세팅 작업에도 60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그 결과물은 강렬하고도 원초적인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명력마저 느껴진다. 불가리 장인정신이 새로운 조형적 차원으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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