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시간은 포에틱 컴플리케이션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다. 올해는 다채로운 시간의 영역을 넘나들며 그야말로 ‘천상의 시(Poetry of the Heavens)’를 펼쳐보였다.

미드나잇 데이 앤 나잇 페이즈 드 룬
데이 앤 나잇이라 불리는 낮밤 인디케이터는 2008년 첫선을 보인 이후 반클리프 아펠의 인상적인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일반적인 낮밤 인디케이터가 서브 다이얼로 구현되는 것과 달리, 반클리프 아펠의 낮밤 인디케이터는 다이얼 역할을 겸하는 낮밤 디스크가 회전하며 하루의 흐름에 따라 태양과 달을 번갈아 내보인다. 미학의 스케일이 다르다. 그 차이가 바로 반클리프 아펠이 포에틱 컴플리케이션으로 보여주려는 서정적 메커니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2024년 반클리프 아펠은 낮밤 인디케이터를 인하우스화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앞으로 데이 앤 나잇 기능의 활약상이 더욱 커지리라는 뜻이기도 했다. 메종은 곧바로 레이디 아펠 데이 앤 나잇을 지름 33mm와 38mm 두 가지 사이즈로 선보이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올해는 남성용 클래식 워치 라인인 미드나잇 컬렉션에 데이 앤 나잇 모델이 등장했다. 미드나잇 컬렉션에서는 천문학과 관련 있는 포에틱 컴플리케이션이 얇고 우아한 드레스 워치로 소개되곤 했다. 미드나잇 플라네타리움이 대표적인 예다.

최신 데이 앤 나잇 모델 역시 범상치 않다. 낮밤 인디케이터에 문 페이즈가 결합됐다. 다이얼에 태양과 달이 번갈아 나타나는 방식은 동일하지만, 달은 이제 그 위상을 함께 보여준다. 낮밤 디스크에 문 페이즈 디스크가 맞물려 돌아가는데, 낮밤 디스크의 회전 주기는 24시간, 문 페이즈 디스크의 회전 주기는 24시간 16분 27초다. 두 디스크가 맞물려 돌아가면서 실제 밤하늘에서 관찰할 수 있는 달의 변화와 최대한 가깝게 구현한다. 온디맨드 애니메이션을 적용한 점도 인상적이다. 온디맨드 버튼을 누르면, 10초 동안 다이얼이 회전하며 낮에도 문 페이즈를 확인할 수 있다. 간단해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려면 디스크가 평소보다 많이 회전해야 한다. 문 페이즈 디스크도 마찬가지다. 오차가 누적되면 달의 위상이 틀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반클리프 아펠은 애니메이션 때문에 추가로 움직인 양까지 모두 계산해서 문 페이즈를 다시 정확한 위치로 맞추는 설계를 더했다. 반클리프 아펠 워치메이킹 R&D 디렉터 라이너 베르나르도 이번 개발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온디맨드 애니메이션과 문 페이즈의 동기화를 언급했다.
정밀한 작동을 위해 회전 디스크의 무게도 극도로 줄였다. 무게를 최소화해야 마찰을 줄이고 부드러운 움직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인체공학적 이점으로도 연결된다. 덕분에 크라운만으로 시간과 문 페이즈를 모두 조정할 수 있고, 작동감마저 매끄럽다.

신제품은 미드나잇 컬렉션의 시계답게 외관도 더없이 아름답다. 지름 42mm 화이트 골드 케이스 안에는 블랙 무라노 어벤추린 글라스로 표현한 밤하늘이 펼쳐진다. 깊은 블랙 컬러 위에 은은하게 퍼지는 브론즈 톤의 반짝임이 실제 밤하늘처럼 입체적인 깊이를 만들어낸다. 그 신비로운 분위기를 내기 위해 반클리프 아펠 기술 혁신 부서는 심도 있는 연구개발을 거쳤다. 낮밤 인디케이터의 세부는 감탄이 나올 정도다. 태양은 기요셰 처리된 골드 소재를 활용했고, 달은 화이트 마더 오브 펄로 표현했다. 다이얼은 여러 개의 레이어로 이뤄졌으며, 각 레이어는 얇게 설계돼 입체적인 풍경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데이션 효과를 지닌 기요셰 마더 오브 펄 레이어는 두 천체가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장면을 지평선처럼 연출한다.
미드나잇 데이 앤 나잇 페이즈 드 룬의 이야기는 케이스백에서도 이어진다. 다이얼이 지구에서 바라본 하늘을 담았다면, 케이스백에는 달의 시선에서 바라본 우주가 펼쳐진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위에는 에나멜 트레이싱 기법으로 지구와 행성, 별을 묘사했다. 미니어처 페인팅으로 완성한 행성 장식은 기요셰 배경 위에서 은은하게 빛난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주변에는 달 표면의 지형을 화이트 골드 인그레이빙으로 표현해 입체감을 더했다.

레이디 렁콩트르 셀레스트 & 레이디 르트루바이 셀레스트
‘포에트리 오브 타임’이 시간의 서사시라면, 반클리프 아펠은 워치메이킹의 음유시인이다. 올해 엑스트라 오디너리 다이얼 컬렉션은 밤하늘의 별자리에 얽힌 ‘알타이르와 베가(견우와 직녀)’의 러브 스토리를 레이디 렁콩트르 셀레스트(Lady Rencontre Céleste)와 레이디 르트루바이 셀레스트(Lady Retrouvailles Célestes) 단 두 점의 시계로 그려냈다. 렁콩트르와 르트루바이는 모두 ‘만남’을 뜻하는 프랑스어지만, 그 뉘앙스가 약간 다르다. 렁콩트르는 만남과 조우를 의미하고, 르트루바이는 재회나 오랫만의 만남에 쓰인다.
블루 톤의 레이디 렁콩트르 셀레스트 워치는 별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 손을 맞잡은 연인의 모습을 담았다. 렁콩트르라는 이름에 따라 견우와 직녀의 첫 만남을 그려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연인의 얼굴은 로즈 컷 다이아몬드로 이뤄졌지만, 놀랍게도 감정이 느껴진다. 반클리프 아펠이 얼마나 섬세하게 스톤을 선별하고 세팅했는지 알 수 있다. 샹르베와 그리자유 에나멜로 장식된 다이얼에서는 다이아몬드로 이뤄진 초승달이 빛난다. 반투명 플리크아주르 에나멜에 다이아몬드를 장식한 구름은 뒤편의 실루엣을 보일듯 말듯 거두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완성한다. 에나멜에 직접 보석을 세팅하는 일은 극도로 까다롭다. 가마에 소성하며 에나멜의 부피가 변하기 때문이다. 반클리프 아펠은 2024년에 이미 플리크아주르 에나멜의 홈에 다이아몬드를 배치하고 다시 가열하며 에나멜 세팅을 완성했고, 특허도 받았다.

은은하게 빛나는 핑크와 모브 톤의 레이디 르트루바이 셀레스트 워치는 연인의 애틋한 재회를 표현했다. 견우와 직녀가 일년 중 칠월칠석(음력 7월 7일) 하루만 오작교 위에서 만남을 가지는 장면이다. 샹르베 에나멜로 완성된 다이얼 속 모브 사파이어를 배경 삼아, 화이트 골드로 제작된 새들이 공중에 다리를 만든 모습도 보인다. 레이디 렁콩트르 셀레스트 워치와는 정반대의 톤이지만 플리크아주르 에나멜로 표현된 구름과 베일, 그리고 에나멜에 세팅된 다이아몬드는 여전히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효과를 준다. 케이스백에서도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이어진다.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세 개의 별인 알타이르(견우성), 베가(직녀성), 데네브로 이루어진 여름의 대삼각형이 밤하늘에 새겨져 있다.

미드나잇 에르 디씨 앤 에르 다이에
에르 디씨 앤 에르 다이에(Heure d’ici & Heure d’ailleurs)는 ‘여기와 저기의 시간’을 일컫는다. 반클리프 아펠에서는 듀얼 타임을 뜻하는 이름이다. 듀얼 타임은 두 개의 시간대를 보여주는 기능이지만 반클리프 아펠은 더블 점핑 아워와 레트로그레이드 미니트 메커니즘을 통해 듀얼 타임을 서정적으로 해석했다.
에르 디씨 앤 에르 다이에는 2014년 피에르 아펠 시계로 데뷔했다. 반클리프 아펠 최초의 듀얼 타임 워치였다. 메종의 2세대 경영자이자 스타일 아이콘이었던 피에르 아펠의 라이프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았다.
더블 점핑 아워는 사용자가 설정한 두 개의 시간대를 각각 표시한다. 상단의 점핑 아워가 홈 타임을, 하단의 점핑 아워가 로컬 타임을 맡는다. 두 시간을 각각 맞춘 뒤, 그 관계를 유지하는 구조다. 하나의 크라운으로 더블 점핑 아워와 레트로그레이드 미니트를 모두 제어할 수 있지만, 두 시간대를 각각 따로 조정할 수는 없다. 대신 초기 세팅을 통해 원하는 시차를 반영하도록 설계됐다.

더블 점핑 아워는 하나의 섹터 메커니즘으로 동기화되어 레트로그레이드 분 표시와 동시에 전환된다. 다이얼의 레트로그레이드 미니트 핸드가 60분에 도달해 0으로 튕겨 돌아가면 두 개의 점핑 아워도 동시에 다음 시각으로 점핑한다. 당시 매우 중요한 혁신이었다. 당시 반클리프 아펠과 협업했던 아장오르(Agenhnor)의 장-마크 비더레흐트는 2012년 포에틱 위시 5분 리피터를 개발하며 에르 디씨 앤 에르 다이에라는 새로운 메커니즘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반클리프 아펠은 무브먼트에 마이크로 로터 방식을 채택해 48시간 파워 리저브와 함께 피에르 아펠 워치의 우아하고 슬림한 프로포션까지 완벽히 이뤄냈다.
올해의 에르 디씨 앤 에르 다이에는 미드나잇 워치를 새로운 캔버스로 삼았다. 무브먼트도 65시간 파워 리저브 사양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에르 디씨 앤 에르 다이에 특유의 이중 다이얼은 앰버 브라운 컬러의 에나멜을 입었다. 마치 루비처럼 짙고 깊은 앰버 브라운 컬러 에나멜은 로즈 골드 케이스와 궁합이 뛰어나다. 다이얼 중앙의 피케 모티프와 다이얼 가장자리가 조화를 이루려면 에나멜의 컬러 강도 역시 미묘하게 달라져야 했다. 에나멜의 두께는 소재 내부에서 빛이 반응하는 방식인 ‘샤토이앙스’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반클리프 아펠의 에나멜 장인들은 모티프를 입체적으로 구현해내기 위해 유리 공예 기술을 공정에 응용했다. 반클리프 아펠 워치메이킹 워크숍 예술 공예 개발 및 에나멜 연구 개발 총괄은 “유리 공예와 에나멜 공예의 장점을 결합시켜 매우 섬세하면서도 견고한 에나멜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케이스백에는 태양과 달이 기요셰 방식으로 인그레이빙됐다. ‘여기와 저기의 시간’을 직관적이면서도 시적으로 드러낸다. 기능과 감성을 동시에 표현하는 것, 에르 디씨 앤 에르 다이에는 반클리프 아펠 워치메이킹의 본질이 담겨있다.

뻬를리 워치
구슬 모양이 반복되는 뻬를리(Perlée, 진주) 컬렉션은 반클리프 아펠의 주얼리 아이덴티티 중 하나다. 완벽한 구형이 동일한 간격으로 배치된 모습은 메종의 골드 가공 기술과 폴리싱 노하우를 가감없이 드러낸다. 2008년 주얼리 컬렉션으로 시작된 뻬를리는 그 인기에 힘입어 워치로도 발전했고, 빠르게 반클리프 아펠을 대표하는 주얼리 워치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뻬를리 워치에 새로운 변주가 더해졌다. 베젤과 케이스에 뻬를리 모티프를 활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다이얼 가장자리에 다이아몬드 세팅이 한줄 추가됐다. 다이아몬드 장식은 뻬를리 베젤과 어우러져 한층 화려하게 반짝이는 원을 이루고 있다.

뻬를리 워치의 또다른 시그니처인 방사형 기요셰 다이얼은 어벤추린 글라스로 바뀌었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닮은 어벤추린 글라스는 17세기 이탈리아 유리의 실리콘 밸리 무라노에서 개발된 유리 공정이다. 지금도 무라노 장인들이 만드는 경우가 많다. 유리를 만들 때 금속 결정 성분을 넣으면 유리가 식는 과정에서 반짝이는 입자가 된다. 반클리프 아펠은 완성된 어벤추린 글라스 블록 중 품질이 좋은 부분만 선별해 얇게 절단한 뒤 다이얼로 가공하며, 표면에 기요셰 패턴을 더한다. 다이얼 정도로 얇은 어벤추린 글라스에 기요셰를 세공하기까지 모두 극도로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섬세한 작업이다. 그 덕분에 뻬를리 워치는 우주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투영하며, 지름 23mm의 작은 크기임에도 반클리프 아펠의 올해 테마 ‘천상의 시’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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