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거 르쿨트르는 올해 자신의 고향이자 스위스 워치메이킹이 태동한 발레 드 주의 정신에 집중했다. ‘발명의 계곡(Valley of Invention)’이라는 올해 테마는 '시계의 계곡(발레 드 주)'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계를 탄생시킨 역사를 이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새로운 히브리스 인벤티바가 이를 증명한다.

마스터 히브리스 인벤티바 자이로투르비용 아 스트라토스페르
이름의 ‘인벤티바’는 우연이 아니다. 현 시점에서 ‘발명’은 쉽게 쓸 수 없는 중압감을 가진 단어다. 컴플리케이션의 집적이나 공예 예술과의 결합이 아닌, 단 하나의 메커니즘만으로 기술적 독창성과 본질을 증명하겠다는 각오다. 실제로 신작은 다시 자이로투르비용에 집중했다. 세 개의 티타늄 케이지는 서로 다른 속도로 회전한다. 내부 케이지는 20초, 중앙 케이지는 60초, 외부 케이지는 90초에 한 바퀴씩 돌면서 거의 완전한 구체에 가까운 궤적을 그려낸다. 포지션 커버율은 98%에 달한다.
투르비용은 19세기 초에 탄생했다. 그 시절 회중시계는 주머니 속이나 탁자 위에 놓이곤 했다. 수직과 수평 포지션의 중첩, 강철로 만든 헤어스프링의 무게, 현대처럼 뛰어나지 못했던 윤활유 문제가 겹치며 도미노처럼 중력 오차로 쌓였다. 밸런스와 이스케이프먼트를 케이지 속에 넣고 천천히 회전시키는 투르비용은 오차를 유의미하게 감소시켰다.

글라스백에서는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발견할 수 있다.
손목시계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오차 문제는 상당부분 감소됐다. 가벼운 합금 소재의 헤어 스프링이 개발됐고, 손목시계 특성상 사람 손목 위에서 포지션이 계속 바뀌며 일종의 보정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거 르쿨트르는 발명의 여지가 있는 지점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2004년, 마스터 히브리스 메카니카 자이로투르비용(칼리버 177)을 공개하며 시계 브랜드 최초로 다축 투르비용 시대의 문을 열었다.
이후 예거 르쿨트르의 자이로투르비용은 세대를 거듭하며 꾸준히 진화해왔다. 리베르소 케이스에 맞춰 구조를 재설계한 칼리버 174, 반구형 헤어스프링을 적용한 플라잉 자이로투르비용 칼리버 176, 더욱 완전한 플라잉 구조와 더불어 케이지 회전 속도가 한층 빨라진 칼리버 179, 그리고 콘스탄트 포스 메커니즘과 결합한 칼리버 184로 이어졌다. 그리고 올해의 마스터 히브리스 인벤티바 자이로투르비용 아 스트라토스페르는 예거 르쿨트르 다축 투르지용의 최종진화형이자, 히브리스 인벤티바 라인의 출발점이다.

마스터 히브리스 메카니카 울트라 씬 미니트 리피터 투르비용
이번 마스터 히브리스 메카니카 울트라 씬 미니트 리피터 투르비용은 예거 르쿨트르가 컴플리케이션 장르에서 이룬 성취와 영향력을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물론 단순한 리바이벌이 아니다. 미니트 리피터와 투르비용의 작동 메커니즘을 시각적으로 더욱 완성도 있게 즐길 수 있도록 새롭고 과감한 디테일을 택했다. 그 결과 2014년의 첫 모델이 선사한 강렬함 이상의 아름다움을 전달한다.
신작의 시각적 마술은 세 개의 투명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브리지에서 비롯된다. 언뜻 보면 오픈 워크 다이얼처럼 보이지만 기어 트레인과 미니트 리피터의 랙(Rack)이 허공에 떠 있는 듯한 낯선 감각이 시선을 붙든다. 투명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브리지가 스스로의 존재감을 지워버린 덕이다. 기어축을 지지하는 루비와 골드 샤톤은 사파이어 크리스털 브리지에 극히 정교하게 안착됐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브리지에 골드 샤톤을 결합한 후 루비를 장착한 결과다. 이는 실버 톤의 플레이트나 미니트 리피터의 주요 부품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며 칼리버 362의 구조적 아름다움을 더욱 극적으로 드러낸다. 블루 다이얼로 리바이벌된 2014년과 2024년의 전작에서 저번 실버 소재의 플레이트를 쓴 것과 달리 색감을 활용하기 위해 소재를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마스터 히브리스 메카니카 울트라 씬 미니트 리피터 투르비용은 여전히 가장 얇은 울트라 씬 투르비용 미니트 리피터다. 두께 4.7mm 안에는 투르비용과 미니트 리피터를 함께 담아낸 셀프와인딩 칼리버 362는 지금 보아도 놀라운 성취다. 면이 면을 타격해 소리 로스율을 획기적으로 줄인 트레뷔셰 해머와 통합형 미니트 리피터 구조, 울트라 씬을 가능하게 한 페리페럴 로터는 2010년대 중반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이 벌였던 치열한 기술 경쟁을 다시 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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