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스 앤 원더스 2026에서 관람객의 시선을 빼앗은, 예술이 빚어낸 시계들.

CARTIER
똑뛰 팬더 메티에 다르
까르띠에의 팬더는 결코 아름답기만
한 동물이 아니다. 때로는 우아하고, 때로는 관능적인 까르띠에의
페르소나 그 자체다. 이번 워치스 앤 원더스 2026에서
정규 컬렉션으로 돌아온 똑뛰에서는 한층 몽환적인 팬더의 미학에 초점을 맞췄다. 똑뛰 팬더 메티에 다르의
팬더는 단번에 보이지 않는다. 비의 장막 같은 에나멜 장식 사이에서 어느 순간부터 팬더와 눈을 맞추게
된다. 그제야 에메랄드, 또는 차보라이트 눈이 반짝이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초점이 주변에서 주연으로 이동하는 랙 포커스(rack
focus) 기법이 34.8×43.7mm 남짓한
시계에서도 가능한 일이었다.

빗방울을 표현한 공예는 샹르베(champlevé) 에나멜링, 금속 표면을 파낸 홈 안에 에나멜을
채워 굽는 기법이다. 장인들은 빗방울을 더욱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금 혹은 은 조각을 함께 넣었다. 하나의 다이얼을 만들기 위해 15개가 넘는 색조가 사용됐고, 소성은 36번이 넘게 진행됐다. 소성할
때 균열이나 변질이 일어나면 회차에 상관없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른바 ‘야수의 심장’이
여기서도 필요하다. 약간 볼록하게 솟은 에나멜 빗방울에서는 컬러뿐 아니라 깊이와 습도마저 느껴질 정도다. 차가운 유리잔에 맺힌 물방울처럼 현실적이다. 빗방울은 똑뛰의 케이스까지
이어진다. 곡선 실루엣의 케이스에 이질감 없이 빗방울을 표현하기 위해 까르띠에 메티에 다르 아틀리에의
장인들이 기울인 노력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시계는 직설화법과는 거리가 멀다. 화려한 보석이나 현란한 장식을 과시하지 않는다. 까르띠에는 충분한 기교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가장 효과적인 연출을 위해 절제해야 하는 지점을 알고 있다. 예술적 수공예를 기량껏 펼쳐 보여야 하는 메티에 다르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똑뛰 팬더 메티에 다르는 그래서 더 특별하다. 화이트 골드와 옐로 골드 버전으로 선보이며, 각각 100개씩 한정 생산됐다.

Ref. CRHPI01812
기능 시·분
무브먼트 핸드와인딩 칼리버, 21,600vph, 36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34.8×43.7mm, 화이트 골드, 30m 방수, 솔리드백

HERMÈS
슬림 데르메스 포켓 워치 ‘로아아아르!’
에르메스는 메티에 다르에도 유머와
재치를 숨겨두곤 한다. 에르메스의 워치스 앤 원더스가 기대되는 이유다.
슬림 데르메스 포켓 워치 ‘로아아아르!’는 이름부터 남다르다. 사자의 포효를 주제로 삼고, 포켓 워치 커버에 오픈워크 방식으로
올렸다. 오픈워크의 입체감 덕분에 사자의 포효는 더욱 생생하다. 그
재료를 알고 나면 더 놀랍다.
커버의 사자 모티브는 에르메스 까레
스카프에서 착안했다. 영국 일러스트레이터 앨리스 셜리(Alice
Shirley)는 사자의 갈기를 한올 한올 섬세하게 묘사했다. 슬림 데르메스 포켓 워치
‘로아아아르!’의 사자는 페인팅이나 프린팅이 아니다. 나뭇조각을
퍼즐처럼 끼워맞춘 우드 마케트리다. 아마란스, 부빙가, 튤립우드 등 10종의 귀한 목재가 조각으로 쓰였고, 350개가 넘는 나뭇조각들이 모여 사자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마케트리
장인들은 원작의 컬러 팔레트에 맞춰 각기 다른 나뭇조각을 사용해야 한다. 조립을 마친 후에는 사포질과
광택 처리를 더해 깊이감과 생동감을 부여한다. 포켓 워치의 크기는 지름 45mm에 불과하다. 나뭇조각 하나가 얼마나 작고 정교한지 알 수
있다.

다이얼은 베르 시프레(Vert Cyprès) 또는 블루 사피르(Bleu Saphir) 컬러의 그랑푀 에나멜이다. 헤링본 패턴이 새겨진 화이트 골드 다이얼 플레이트에 기름과 섞은 에나멜 분말을 고르게 칠한 후 800°C 이상의 고온에서 여러 번 소성을 거쳤다. 높은 온도에서 반복 소성할수록 실패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다. 사자 모티브의 오픈워크 커버를 열어젖히는 순간, 뒤에 놓인 다이얼이 드러난다. 가려져 있던 무대 뒤편이 시야에 들어오고, 커버와 다이얼은 앞과 뒤, 장식과 배경의 관계를 뒤집는다. 올해 시계 속 메커니즘을 백스테이지에 빗댄 에르메스의 시노그래피는 이 포켓 워치 안에서 다시 한번 완성된다. 컬러별로 3개씩만 제작됐다.
기능 시·분
무브먼트 핸드와인딩 칼리버 H1950, 21,600vph, 48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45mm, 화이트 골드, 30m 방수, 글라스백

GRAND
SEIKO
마스터 컬렉션 핸드 인그레이빙 매뉴얼 와인딩
스프링 드라이브 한정판 Ref. SBGZ011
일본식 메티에 다르의 진수를 느끼고 싶다면 그랜드 세이코의 올해 신제품 중 하나인 마스터 컬렉션 핸드 인그레이빙 매뉴얼 와인딩 스프링 드라이브 한정판을 보면 된다. 그랜드 세이코는 일본 문화의 근간인 자연에 초점을 맞춘다. 시간의 본질을 자연의 일부로 보는 마음가짐이다. 그랜드 세이코에게 메티에 다르는 시계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눈 내리는 풍경, 벚꽃이 피어난 봄, 보름달의 빛 등 찰나의 자연이 다이얼에서 영원을 얻었다. 그랜드 세이코 마이크로 아티스트 스튜디오의 위치도 장인(다쿠미)들에게 자연의 영감을 주기 위해 세심하게 선별됐다. 그곳이 자리한 일본 나가노현 시오지리는 풍부한 자연 환경으로 잘 알려졌다. 다테시마 폭포도 나가노현의 명물 중 하나다. 폭포의 높이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물이 떨어지는 모습이 상당히 박력 있다. 전국시대의 대표적인 무장이자 전략가 다케다 신겐이 이 폭포수를 맞으며 전략을 짰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다. 그랜드 세이코 마이크로 아티스트 스튜디오의 장인들은 핸드 인그레이빙을 통해 Ref. SBGZ011의 플래티넘 케이스와 다이얼에 다테시마 폭포의 모습을 담았다. 말이 핸드 인그레이빙이지 시계의 모습을 실제로 보면 그 정교한 사실성에 압도된다. 폭포수는 중력에 의해 가속되어 아래로 떨어진다. 이때 물은 공기와 계속 부딪히고 바위나 절벽의 표면을 지나며 흐름이 찢기고 휘어진다. 그래서 한순간에는 혼돈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비슷한 물줄기와 소용돌이가 반복된다. Ref. SBGZ011의 핸드 인그레이빙에는 그런 폭포의 특성이 표현됐다. 언뜻 무질서해 보이는 새김들은 모두 방향성을 지니고 있고, 감상의 거리를 넓히면 폭포가 떨어지는 모습처럼 혼돈 속 질서가 보인다. 집요할 정도로 디테일을 추구하는 일본의 미학이 이뤄낸 걸작이다. 이 시계가 50개만 제작됐다는 사실이 이해가 간다.

Ref.
SBGZ011 기능 시·분·초,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무브먼트 핸드와인딩 스프링 드라이브 칼리버 9R02, 84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40mm, 두께 9.6mm, 플래티넘, 30m 방수, 글라스백

빅뱅 임팩트 원 밀리언
Ref. 439.WX.9000.LR.9904 기능 시·분, 센트럴 플라잉 투르비용 무브먼트 핸드와인딩 칼리버 HUB9015, 21,600vph, 120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45mm, 두께 15.8mm, 화이트 골드와 다이아몬드, 30m 방수, 글라스백
HUBLOT
빅뱅
& 스피릿 오브 빅뱅 ‘임팩트’
‘임팩트’는 충격, 충돌을 뜻한다. ‘임팩트’라는 이름이 붙은 빅뱅과 스피릿 오브 빅뱅은
그야말로 다이얼에 혜성이 떨어진 듯한 모습이다. 사실 이런 개념이 위블로에서 처음은 아니다. 2016년 빅뱅 임팩트 뱅을 통해 충돌의 순간을 연상시키는 파편형 모티브를 다이얼에 표현한 바 있다. 위블로는 올해 스피릿 오브 빅뱅 3종, 그리고 빅뱅으로 임팩트 테마를 선보였다. 이번 ‘임팩트’는 한층
실감나고 정교하다. 스피릿 오브 빅뱅에서는 다이얼의 임팩트 모티브 사이로 무브먼트가 엿보인다. 날짜와 문페이즈, 스몰 세컨드 같은 기능마저 깨진 틈 사이로 보이듯
교묘하게 배치됐다. 스피릿 오브 빅뱅 임팩트는 총 세 가지로, 각
임팩트 모티브에 쓰인 소재와 가공법도 범상치 않다. 위블로는 스피릿 오브 빅뱅 임팩트 사파이어 주얼리
버전을 위해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에 다이아몬드를 직접 세공했다. 모스 경도 9에 해당하는 단단한 소재에 직접 레이저로 홈을 파낸 것. MP 시리즈와
컬러 사파이어 크리스털, 샥셈 등 관련 노하우를 풍부하게 지닌 위블로에서도 상당히 도전적인 작업이 아닐
수 없다. 다른 하나는 임팩트 모티브에 오스뮴을 썼다. 오스뮴은
지구상에서 매우 희귀한 금속 중 하나다. 단단하지만 깨지기 쉬워 가공이 쉽지 않다. 덕분에 오스뮴 버전의 스피릿 오브 빅뱅 임팩트는 진짜 파편처럼 빛나는 금속성 효과가 더해졌다. 마지막 블랙 세라믹 버전은 질감의 차이만으로 임팩트 효과를 극대화한다. 올해가 마침 빅뱅 올블랙 콘셉트 20주년이라 그 상징성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위블로 ‘임팩트’의 백미는 빅뱅 임팩트 원 밀리언이다. 다이얼의
센트럴 플라잉 투르비용을 중심으로 다이아몬드를 케이스까지 방사형으로 세팅했다. 센트럴 투르비용이 다이얼
깊숙이 자리하고, 다이아몬드도 그 단차를 살려 장식했기 때문에, 입체감이
상당하다. 2016년의 빅뱅 임팩트 뱅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빅뱅 임팩트 뱅은 다이얼이 다소 평면적인 데 비해, 빅뱅 임팩트
원 밀리언은 마치 다이아몬드 시계 한복판에 투르비용이 떨어져 박힌 것 같다. 다이아몬드 사이에서 박동하는
플라잉 투르비용은 SF 영화의 한 장면처럼 리얼하다. 진정한
‘아트 오브 퓨전(Art of Fusion)’이다.

스피릿 오브
빅뱅 임팩트 올 블랙
Ref.
647.CX.0140.RX.IMP26 기능 시·분, 스몰
세컨드, 날짜, 문페이즈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HUB1770, 28,800vph, 50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42mm, 두께 14.60mm, 세라믹, 100m 방수, 글라스백
스피릿 오브
빅뱅 임팩트 사파이어
Ref.
647.JX.0106.RW.IMP26 기능 시·분, 스몰
세컨드, 날짜, 문페이즈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HUB1770, 28,800vph, 50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42mm, 두께 14.25mm, 사파이어 크리스털, 50m 방수, 글라스백
게재호
105호(07/08월호)
Editor
유현선
© Sigongsa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l rights reserved. © by Ebner Media Group GmbH & Co. KG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