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컬렉션의 첫 번째 오픈워크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이다.
작년 새로운 시대를 예고한 오데마 피게 퍼페추얼 캘린더 오픈워크 버전이 추가됐다. 퍼페추얼 캘린더의 르네상스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새로운 챕터를 연 오픈워크 퍼페추얼 캘린더
퍼페추얼 캘린더는 기계식 시계의 경이로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컴플리케이션 중 하나다. 윤달을 구분하고 월별 일수의 차이를 스스로 계산하는 메커니즘은 태엽의 동력이 떨어지지 않는 한 전제하에 일반적으로 2100년까지 단 한 번도 조정할 필요가 없다. 이 경이로운 컴플리케이션은 기능의 정점인 동시에 천체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재현하는 밑바탕이 된다. 인류가 사용하는 역법 역시 달이나 해의 모양과 움직임을 읽으면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중국 등 세계 주요 고대 문명은 농경과 종교 의례를 위해 하늘을 바라봤고, 수메르인은 기원전 3000년 무렵부터 달의 주기를 바탕으로 한 역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퍼페추얼 캘린더 무브먼트나 문페이즈는 천체의 움직임을 역볍이라는 질서 위에서 기계식으로 정교하게 재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흑백 대비로 마감한 칼리버 7139는 화이트 골드와 블랙 세라믹 미들 케이스를 조합한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퍼페추얼 캘린더 오픈워크의 모노크롬 분위기를 완성하는 클라이맥스다.
오데마 피게 퍼페추얼 캘린더의 의의
150년에 넘는 역사를 가진 오데마 피게에게 퍼페추얼 캘린더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오데마 피게 창립자 중 '오데마'를 맡은 ‘쥘 루이 오데마(Jules Louis Audemars)’의 첫 작품은 퍼페추얼 캘린더 쿼터 리피터 포켓 워치였다. 오데마 피게는 그 유산을 탯줄 삼아 1955년 퍼페추얼 캘린더 Ref. 5516을 탄생시켰다. Ref. 5516은 당시로선 전설적인 시계로 꼽힌다. 흔하디흔한 수식어가 아니라 브랜드 최초일뿐더러 손목시계 역사에서 윤년 표시를 다이얼 위에 드러낸 최초의 퍼페추얼 캘린더였기 때문이다. 단 9점만 제작된 Ref. 5516은 대부분 현재 박물관이나 개인 소장품으로 보관되어 있고 경매나 일반 시장에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두 차례에 나눠 제작된 이 모델(1차에 3점, 2차에 6점) 모두 문페이즈와 48개월의 월 표시(윤년)가 대칭을 이루며, 발매 시기에 따라 그 위치를 서로 바꾸기도 한다.

화이트 골드 소재의 얇은 원형 베젤과 케이스백 사이에 팔각형의 블랙 세라믹 미들 케이스가 자리한다.
그전까지 퍼페추얼 캘린더는 내부적으로 윤년 주기를 계산하더라도 이를 사용자에게 직접 보여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오데마 피게는 이 복잡한 질서를 시계 안에 숨겨두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정보로 정리해 보여주는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 Ref. 5516은 오데마 피게가 제작한 시계 중 가장 희귀하고 중요한 모델 중 하나이자, 에타블리사주(Établissage)의 정신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에타블리사주는 전문화된 외부 장인과 공방이 부품을 나눠 만드는 스위스 전통 시계산업의 분업형 생산 방식을 뜻한다. 오데마 피게는 IWC나 르쿨트르를 같은 브랜드들이 미국의 대량 생산 방식을 벤치마킹했던 당시와 흐름과 달리 전통의 핸드 메이드 컴플리케이션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 오데마 피게가 지리한 르 브라쉬가 스위스 컴플리케이션의 생산지로 명성을 얻은 배경이다.
오픈워크 퍼페추얼 캘린더 칼리버 7139를 탑재한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모델의 테마에 따라 무브먼트 피니싱이 다르다.
1970년대 오데마 피게는 로열 오크로 스포츠 하이엔드 시대를 개막하며 쿼츠 쇼크를 돌파했다. 사실 숨은 공로자는 로열 오크 울트라 씬 셀프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 Ref. 5548이다. 케이스 두께가 7mm에 불과한 이 컴플리케이션은 1970년대 후반, 컴플리케이션을 기계식 시계조차 함부로 만들기 어려운 분위기 속에서 탄생했다. 기계식 시계만이 내세울 수 있는 아름답고 복잡한 컴플리케이션만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으리라는 선구안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Ref. 5548은 오데마 피게 최초의 셀프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이자 그때 기준으로 역대 가장 얇은 셀프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였다. 오데마 피게는 가장 전통적인 컴플리케이션을 가장 현대적인 형태로 재구성하며, 브랜드의 향후 정체성을 규정했다. 오데마 피게와 함께 태동한 퍼페추얼 캘린더는 중요한 역사의 변곡마다 오데마 피게의 기술과 철학을 응축한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오데마 피게가 창립 150주년을 맞은 2025년, 퍼페추얼 캘린더는 다시 한번 새로운 역사를 기록한다.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셀프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
새로운 세대, 칼리버 7138
2025년, 오데마 피게는 퍼페추얼 캘린더의 새로운 세대라 할 수 있는 칼리버 7138을 선보였다. 셀프와인딩 칼리버 7120을 베이스로 하는 칼리버 7138은 단일 레이어에 모든 캘린더 작동 구조를 통합시킨 무브먼트다. 2018년에 공개된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 씬 RD#2 칼리버 5133의 선구적 접근을 계승했다. 그 이전까지 퍼페추얼 캘린더는 핸드와인딩 크로노그래프처럼 케링 암 방식 수평 클러치 같은 형태였다. 레이어 위에 부품을 올리고 또 올리기에 필연적으로 두께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칼리버 7138의 두께는 오데마 피게의 주력 셀프와인딩 칼리버 4302의 두께 4.9mm보다 훨씬 얇은 4.1mm다. 데이트와 퍼페추얼 캘린더라는 기능의 차이를 고려하면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2025년, 오데마 피게 창립 150주년을 기념해 탄생한 새로울 퍼페추얼 캘린더 칼리버 7138. '올인원 크라운'으로 퍼페추얼 캘린더를 말 그대로 혁신한 무브먼트다.
칼리버 7138이 보여준 또 하나의 성취는 단순히 장점이라는 표현으로 부족하다. 퍼페추얼 캘린더의 진화라는 관점에서 봐야 할 정도다. 크라운에 통합한 조작 체계는 케이스 측면에 둔 코렉터를 완전히 제거했다. 그 이전에도 크라운만으로 퍼페추얼 캘린더 전체를 통제하는 방식은 있었지만, 단순히 시간을 조정할 뿐 날짜 기능은 연동되지는 않았다. 크라운을 계속 돌려 시간을 앞으로 보내면 그에 따라 날짜 전체가 변경됐다. 퍼페추얼 캘린더를 다룰 때 가장 까다롭게 여기는 조작법의 장벽을 낮췄지만 완벽하지 않았다. 시계가 멈추고 오랜 시간이 지났거나, 크라운을 과도하게 돌려 시간을 미래로 보냈다면 해결 방법은 사실상 두 가지뿐이었다. 상당한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크라운을 돌리거나, 태엽이 모두 풀려 시계가 멈추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칼리버 7138은 이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했다. 3개의 물리적 크라운 포지션(포지션 2에서 1로 돌아가며 1'포지션으로 변화)과 시간 조정 포지션에서 분침은 앞뒤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분침이 반대로 갈 수 있는 퍼페추얼 캘린더는 율리스 나르당에 이어 몽블랑, 모더앤씨 등 소수 브랜드에 존재했다. 하지만 별도의 조정 툴 없이 날짜, 요일, 월, 윤년, 문페이즈의 자유로운 개별 조작이 가능한 ‘올인원(All in One)’ 크라운을 갖춘 무브먼트는 칼리버 7138이 유일하다. 퍼페추얼 캘린더의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진화한 아름다움
1950년대 Ref. 5516은 윤년 표시를 다이얼 위로 끌어올리며 퍼페추얼 캘린더를 직관적으로 읽을 수 있는 메커니즘으로 발전시켰다. 1970년대의 Ref. 5548은 셀프와인딩과 현대적 형식 안에 담아냈다. 1986년의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오픈워크 Ref. 25636은 퍼페추얼 캘린더의 구조적, 기계적 아름다움을 오픈워크로 드러낸 첫 시도였다. 오픈워크 기법은 스위스의 핸드메이드와 장인 정신을 보여주기 위해 부활했고, 무브먼트 작업에만 200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쿼츠 시계가 시장을 지배하던 당시 기계식 시계가 가진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규범과도 같았다.
이번에 공개한 칼리버 7139는 기술적으로 진일보를 이룬 칼리버 7138에 오픈워크의 예술적 기교가 더해졌다. Ref. 25636으로 시작된 퍼페추얼 캘린더의 미학 테마가 더욱 고도화됐다고 볼 수 있다. 칼리버 7139는 다이얼 12시 방향에 날짜, 3시 방향에 월과 윤년, 6시 방향에 문페이즈, 9시 방향의 서브 다이얼은 3시 방향 서브 다이얼과 시각적으로 균형을 이룬다. 24시간 표시는 21시에서 3시 사이의 날짜 조정 불가 시간대를 빨간색으로 표시해 무브먼트가 손상을 위험을 사전에 차단한다. 플랜지에는 주차(week) 표시를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이전 세대와 비교하면 각 기능의 위치는 달라졌지만, 퍼페추얼 캘린더가 제공하는 풍부한 날짜 정보의 총량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주차 표시의 시작점을 52에서 1로 바꿔 날짜, 월 등의 다른 정보의 시작점과 일치시킨 점이 눈에 띈다. 동서남북으로 배치한 날짜 정보는 투명한 다이얼 레이어 아래의 퍼페추얼 캘린더 메커니즘과 결합해 복잡함과 입체감을 동시에 노출한다. 칼리버 7139의 모든 부품은 하나하나가 기능과 아름다움을 위한 소재다. 하이엔드 브랜드의 수준 높은 피니싱은 글라스백뿐 아니라 다이얼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브리지는 다크 그레이로, 브라스 소재의 휠 등의 부품을 실버로 톤을 통일합 부분은 치밀하게 계산된 디테일의 일환이다.
하나의 철학, 두 개의 시계
오픈워크 퍼페추얼 캘린더를 구현한 칼리버 7139는 두 컬렉션으로 출시된다.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모델와 로열 오크는 동일한 칼리버를 각자의 방식대로 해석해낸다.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퍼페추얼 캘린더 오픈워크는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컬렉션 최초의 오픈워크 퍼페추얼 캘린더다. 화이트 골드 소재의 얇은 원형 베젤과 케이스백 사이에 깔려있는 블랙 세라믹 미들 케이스가 자리한다. 이 미들 케이스는 로열 오크의 베젤을 은근하게 환기하는 장치인데, 이 모델에서는 상이한 소재의 컬러감과 질감 대비가 돋보인다. 옆면에서 보면 스켈레톤 러그가 케이스 위에 떠 있는 듯한 착시 효과에 이어, 더블 커브드 구조의 글라스 덕분에 어픈워크 다이얼과 그 아래 무브먼트의 공간감이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모든 요소가 한데 어우러지며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특유의 건축적 조형미가 한층 강조된다.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퍼페추얼 캘린더 오픈워크
Ref. 26443NB.OO.D002CR.01
기능 시·분, 24시간 표시, 문페이즈, 퍼페추얼 캘린더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7139, 28,800vph, 55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41mm, 두께 10.6mm, 화이트 골드&블랙 세라믹, 30m 방수, 글라스백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오픈워크는 티타늄과 팔라듐 기반의 벌크 메탈릭 글라스(Bulk Metallic Glass, BMG) 소재의 케이스를 택했다. 새틴 가공한 케이스 전반은 티타늄, 폴리싱 가공한 베젤과 브레이슬릿의 작은 링크는 BMG 소재로 대비 효과가 극대화된다. 두 가지 소재가 로열 오크 특유의 디자인을 강조하는 한편, 테크니컬한 소재의 특성과 이미지를 살려 '경량 스포츠'의 느낌을 한층 강화했다.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오픈워크
Ref. 26685XT.OO.1320XT.01
기능 시·분, 24시간 표시, 문페이즈, 퍼페추얼 캘린더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7139, 28,800vph, 55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41mm, 두께 9.5mm, 티타늄 &BMG, 50m 방수, 글라스백
두 모델은 모두 칼리버 7139를 품고 있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의 오픈워크의 다이얼은 흑백의 모노톤을 추구했다. 실버톤으로 통일한 핸즈, 서브 다이얼의 링, 실버 문이 빛나는 블랙 어벤추린 문페이즈가 그 디테일이다. 다이얼 면에서는 다크 그레이의 브리지와 실버톤으로 통일한 기어와 휠이 나타나지만 글라스백에서는 대칭을 이루는 배럴 브리지와 밸런스 브리지, 그리고 로터가 골드 소재로 반전을 준다. 반면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오픈워크는 골드 핸즈와 서브 다이얼의 링, 블루 어벤추린을 배경으로 빛나는 골드 문으로 글라스백과도 통일감을 이룬다.
칼리버 7139는 오데마 피게의 퍼페추얼 캘린더가 과거의 유산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브랜드의 핵심 워치메이킹 철학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업데이트는 단순한 성능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오데마 피게는 다이얼 아래에서 보이지 않는 천체의 질서를 기계적 구조로 번역하고, 그 번역문을 사람이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정제하는 작업을 퍼페추얼 캘린더라는 이름 아래 꾸준히 이어왔다. 칼리버 7139는 최종 개정판이다. 메커니즘은 더 정교해졌고, 사용 경험은 한결 간결해졌다. 이제 오픈워크라는 예술적인 '리커버 에디션'까지 만날 수 있다.
글
구교철
Editor
유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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