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WC 인제니어 오토매틱 40
Ref. IW328702
기능 시·분·초, 날짜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32111, 28,800vph, 120시간 파워리저브
케이스 지름 40mm, 두께 10.4mm, 18K 5N 골드, 100m 방수, 글라스백
지난 4월 굿우드 페스티벌에서 IWC가 공개한 인제니어 SL 단편 영화 포스터럭셔.
엔지니어를 위한 시계
IWC 인제니어 컬렉션은 이름 그대로 ‘엔지니어’를 위한 시계로 출발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기술자와 공학자들은 사회의 새로운 영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들이 점점 복잡한 개발에 몰두할수록 작업 환경은 점점 자기장이 강해졌고, IWC는 이들을 위한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했다.
1955년, IWC는 인제니어(Ingenieur) Ref. 666이라는 툴워치 한 점을 출시한다. 독일어로 엔지니어(engineer)를 뜻하는 이름에 걸맞게, IWC 최초의 완전 항자성 시계였다. 인제니어 Ref. 666은 지름 36.5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100m 방수 성능을 갖췄고, 무브먼트 주위에 연철 케이지(faraday cage)가 적용돼 최대 80,000A/m의 자기장을 견디도록 설계됐다.
인제니어 666은 칼리버 85 계열의 셀프와인딩 무브먼트가 탑재됐으며, 날짜창이 있는 666AD와 날짜창이 없는 666A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됐다. 다이얼 하단에는 번개 모양의 인제니어 로고가 새겨져 기술자의 시계라는 정체성을 드러냈다. 드레스 워치처럼 세련된 외형 속에 뛰어난 내구성과 기능을 담은 인제니어 Ref. 666은 당시 시계 시장에서 항자성 기술의 선구자적 존재로 자리 잡았다.
1964년, IWC는 칼리버 85 계열의 크기와 기능을 개선했고, 인제니어도 1967년 새롭게 개선된 칼리버를 탑재하고 2세대로 진화했다. 케이스는 지름 37mm로 다소 커졌고,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의 방수 사양도 120m로 향상됐다. 항자성은 변함없이 유지됐다. 이번 세대엔 컬렉션 확장의 의미도 있었다. 다이얼 컬러가 다양해지고 브레이슬릿 사양도 마련됐다. 소재도 스테인리스 스틸과 골드 두 가지로 넓어졌다.
인제니어 SL 단편 영화에서 등장한 제랄드 젠타의 오리지널 스케치.
제랄드 젠타의 ‘점보’
1970년대 중반에 이르러 IWC는 인제니어 컬렉션에 대대적인 디자인 혁신을 모색한다. 1976년, 전설적인 디자이너 제랄드 젠타의 손을 거쳐 인제니어 SL Ref. 1832, 일명 ‘점보(Jumbo)’가 탄생했다. IWC 역사에서 가장 대담한 변신이었다. ‘SL’은 ‘Steel Line(스틸 라인)’의 약자로 알려져 있지만, IWC의 공식 기록에 따르면 ‘Safety and Longevity(안전성과 내구성)’를 의미한다. 기원이 무엇이든, 인제니어 SL이 당시 IWC가 추구한 견고함을 상징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제랄드 젠타는 럭셔리 스포츠 시계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장본인으로, 인제니어 SL에서도 그 비전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인제니어 SL ‘점보’는 기존 인제니어와 달리 통합형 브레이슬릿이 있는 스테인리스 스틸 스포츠 워치로 거듭났다. 쿠션형 케이스는 지름 약 40mm, 두께 12.5mm였다. 당시엔 보기 드문 커다란 사이즈였기에 ‘점보’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인제니어 SL은 눈에 띄게 고급스러웠다. 특히 5개의 홈이 파인 원형 베젤이 눈길을 끌었다. 이 홈은 실제로 베젤을 고정하는 나사 자리를 겸하면서 독특한 장식 효과를 냈다. 홈의 간격은 균등하지만 다이얼 인덱스와 정렬되지 않아 언뜻 불규칙해 보이는 독창적 미학을 선보였다.
다이얼 12시 방향에는 IWC 로고가, 6시 위쪽에는 번개 모양의 인제니어 로고가 ‘SL’ 문구와 함께 배치됐다. 일부 버전에서는 격자무늬(체커드 기요셰) 패턴이 적용돼 시계에 기술적인 인상을 더했다. 3시 방향의 날짜창과 바통 인덱스 및 시·분침은 시인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조합이었다. 브레이슬릿은 디자인 혁신의 중요한 한 축이었다. 평평한 직사각형 미들 링크가 매끄럽게 이어지는 구조로, 케이스와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시계 무게는 스테인리스 스틸 버전 기준 약 150g, 이전 세대 브레이슬릿 모델보다 훨씬 무거웠다. 그조차 인제니어 SL의 장점이었다. 시계는 묵직하고 튼튼한 존재감을 뽐냈다. 인제니어 2세대의 120m 방수 성능과 80,000A/m의 항자성 역시 그대로 계승됐다.
1976년 탄생한 인제니어 SL ‘점보’ Ref. 1832
인제니어 오토매틱 40 골드 모델은 120시간 파워 리저브를 제공하는 IWC 칼리버 32111을 탑재한다. 로터도 골드 사양이다.
젠타 디자인은 IWC 인제니어에 새로운 아이코닉 정체성을 부여했다. ‘엔지니어의 시계’가 SL을 기점으로 럭셔리 스포츠 워치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타깃층에겐 너무 과감한 디자인이었는지, 인제니어 SL은 1976년부터 1983년까지 단 598개만 생산 및 판매됐다. 성공의 지표가 판매량에만 있는 건 아니다. 수집가와 애호가들은 2000년대 초에 이르러 인제니어 SL의 가치를 재발견했다. IWC도 마찬가지였다.
추진력을 얻던 시기
1980~1990년대 인제니어 컬렉션은 쿼츠 수용, 티타늄 신소재 도입, 극한 성능 도전 등을 통해 급변하는 시계 산업 환경에 대응했다. IWC는 이러한 변천 과정을 거치며 인제니어의 ‘기술 혁신’ 이미지를 꾸준히 이어갔지만, 디자인 정체성이 다소 분산되는 결과도 초래했다. 1950년대 오리지널 디자인과 1970년대 제랄드 젠타 디자인, 그리고 레이싱 크로노그래프 등 다양한 방향성이 공존했다. 다시금 인제니어에 구심점이 필요한 시기였다.
2000년대에 들어 IWC는 인제니어 컬렉션을 새롭게 부흥시킬 계획을 세운다. 그 시작을 알린 인제니어 오토매틱 Ref. 3227은 1976년의 제랄드 젠타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델이었다. 케이스는 지름 42.5mm로 커지고 두께도 14.5mm로 꽤 두툼했으며, 전체적으로 브러시드 마감해 남성적이고 견고한 인상을 줬다. 베젤의 5개 홈 디자인도 부활했다. 이번엔 장식에 불과했지만, 다이얼 인덱스와 정확히 정렬되어 시계의 균형감을 살렸다. 또 다른 핵심은 인하우스 무브먼트 80110이었다. 자사 기술력으로 완전히 새로 설계한 엔진을 인제니어에 심어줌으로써, 현대적인 의미의 기술 혁신을 이뤘다.
2005년의 인제니어는 메르세데스-AMG와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었다. 스틸 케이스의 인제니어 크로노그래프와 티타늄 케이스의 크로노그래프 AMG 모델도 추가됐다. 인제니어를 현대적인 럭셔리 스포츠 워치로 재탄생시키려는 IWC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후 수년간 비교적 잠잠하던 인제니어 컬렉션은 2013년 대대적인 개편을 맞이한다. IWC는 2013년을 ‘인제니어의 해’로 선언하며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포뮬러원 팀과의 글로벌 파트너십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협업을 통해 인제니어는 본격적으로 레이싱 콘셉트에 돌입, F1 머신과 자동차 공학에서 영감 받은 디자인 요소와 최첨단 소재를 적극 도입했다.
인제니어 컬렉션은 2017년 또 한 번 완전히 쇄신되면서, 1950~1960년대 오리지널 인제니어를 연상시키는 라운드 케이스 디자인으로 돌아갔다. 다만 다이얼의 번개 로고를 삭제하고, 연철 이너 케이스도 생략하는 등 사실상 초창기 인제니어의 드레스 워치 성격만이 부각됐다. 2013~2017년은 인제니어의 또 다른 가능성을 탐색한 시기였지만 IWC에게는 여전히 컬렉션의 지향점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었다. 그 해답은 2023년에, 다시금 제랄드 젠타라는 해법으로 풀리게 된다.
인제니어 오토매틱 40은 완벽한 케이스 비율, 뛰어난 착용감, 정교한 마감의 삼위일체를 이뤘다.
전설의 부활
마침내 2023년, IWC는 인제니어 컬렉션의 귀환을 선언했다. 인제니어 오토매틱 40 신제품은 제랄드 젠타의 1970년대 디자인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델로 큰 화제를 모았다. IWC 최고 디자인 책임자(Chief Design Officer) 크리스찬 크눕(Christian Knoop)은 “이토록 아이코닉한 제랄드 젠타의 작품을 재해석할 기회는 매우 드물다”며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수년에 걸쳐 개발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개발 과정에서는 제랄드 젠타의 가족과 긴밀히 소통하며 디자인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제랄드 젠타의 아내 에블린 젠타(Evelyne Genta)는 완성된 인제니어 오토매틱 40을 직접 보고 “남편도 틀림없이 새로운 인제니어를 좋아했을 것”이라며 찬사를 보낸 바 있다.
신형 인제니어 40은 지름 40mm, 두께 10.7mm의 라운드 케이스로 완성됐다. 러그 투 러그는 동양인 손목에도 잘 맞도록 45.7mm로 줄였고, 케이스 옆면과 브레이슬릿 연결부를 정교하게 다듬어 인체공학적 착용감을 구현했다. 베젤은 젠타 스타일의 시그너처 5개의 스크루로 고정된다. 이 스크루들은 다시 실질적인 기능을 수행하며, 배열도 정교하게 정렬됐다. 다이얼 디자인은 신형 인제니어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다. 블랙, 실버, 블루, 아쿠아, 그레이 등 다채로운 컬러 옵션으로 제공되며, 그레이 다이얼은 티타늄 모델에서만 독점적으로 사용된다. 이처럼 디자인과 착용감을 모두 만족시키는 구성은 럭셔리 스포츠 워치 시장에서 IWC의 존재감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올해 인제니어는 또 한 번 컬렉션을 확장했다. 제랄드 젠타의 유산을 고수하면서, 현대적인 기술 혁신을 더해 전통적인 럭셔리 스포츠 시계의 기준을 재정립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인제니어 오토매틱 40은 18K 5N 골드 사양으로 확대됐고, 인제니어 퍼페추얼 캘린더 41은 최초의 일체형 스테인리스 스틸 퍼페추얼 캘린더이며, 인제니어 오토매틱 블랙 세라믹 42는 현행 인제니어 중 최초의 일체형 세라믹 브레이슬릿 모델이다. 여기에 더해 지름 35mm 라인업도 추가됐다. 인제니어 오토매틱 35는 스테인리스 스틸과 5N 골드 소재로 이루어진다. 인제니어 오토매틱 35 골드 모델은 인제니어 오토매틱 40 골드 모델과 달리 골드 컬러의 그리드 패턴 다이얼이 적용됐다. IWC는 “시계 소재와 크기, 그리고 다이얼 컬러의 밸런스를 주의 깊게 연구한 결과”라고 밝혔다. 실제로 각 모델을 보면 사이즈에 알맞은 균형감을 느낄 수 있다. 인제니어 오토매틱 35에는 IWC 칼리버 47110가 탑재돼 42시간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에 블랙 매트 세라믹을 적용한 인제니어 오토매틱 블랙 세라믹 42.
IWC 인제니어 오토매틱 35
Ref. IW324903
기능 시·분·초, 날짜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47110, 28,800vph, 42시간 파워리저브
케이스 지름 35mm, 두께 9.4mm, 레드 골드, 100m 방수, 글라스백
IWC 인제니어 오토매틱 40
Ref. IW328702
기능 시·분·초, 날짜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32111, 28,800vph, 120시간 파워리저브
케이스 지름 40mm, 두께 10.4mm, 레드 골드, 100m 방수, 글라스백
인제니어 골드
올해 IWC 인제니어 오토매틱에 풀골드 사양이 등장했다. 그리드 패턴 다이얼도 골드 소재와 조화를 이루는 블랙 컬러가 선택됐다. 무브먼트는 칼리버 32111로, IWC가 최초로 이스케이프 시스템에 실리콘 부품을 사용하고 양방향 폴와인딩 시스템을 장착한 칼리버 32000 계열이다. 그 결과, 32000 칼리버 계열은 72시간에서 120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IWC는 이 무브먼트를 통해 자체 제작 능력치를 증명했다. 칼리버 32111은 2023년에 등장한 인제니어 오토매틱 40 모델과 동일하지만 골드 모델엔 스틸 모델의 로듐 도금 로터 대신 골드 도금 로터를 올렸다. 인제니어 골드는 IWC 럭셔리 스포츠 워치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인제니어의 역사는 IWC 남성 시계의 시대상과도 같다. 인제니어는 1955년 기술자들을 위한 ‘툴워치’로 탄생해 1970년대 제랄드 젠타가 디자인한 스테인리스 스틸 스포츠 워치를 거쳐 2000년대 스포티한 레이싱 시계로 변모했다. 2020년대 럭셔리 스포츠 워치가 시계 업계를 휩쓸자 인제니어도 2023년 마침내 제랄드 젠타의 디자인으로 회귀했다. 2023년의 인제니어 리디자인이 고급스러운 데일리 스틸 스포츠 워치를 지향한다면, 올해의 골드 에디션은 하이 퍼포먼스와 하이엔드 럭셔리를 결합한 플래그십(기함)이다.
게재호
98호(05/06월호)
Editor
유현선
사진
박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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