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WC CEO | Chris Grainger-Herr 크리스 그레인저 헤어
런던 예술대학교 센트럴 세인트 마틴과 본머스 대학교에서 디자인 및 건축을 전공했다. 2006년 IWC 입사, 인터내셔널 세일즈 디렉터, 리테일 디렉터, 전략기획 디렉터를 거쳐 2017년 IWC CEO로 임명됐다.
| 인제니어 골드 모델을 출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점은.
지름 35mm와 40mm 모델 모두 기존 스틸 모델을 충실히 재해석한 것. IWC는 기본적으로 툴워치(tool watch)를 만드는 엔지니어링 기반 브랜드이기 때문에, 골드 모델을 만들 때도 그 균형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브러싱과 폴리싱 등 다양한 마감 기법이 조화를 이루면서, 지나치게 주얼리처럼 보이지 않도록 했다. 지름 40mm 모델은 폴리싱을 절제하고 브러싱을 많이 사용했으며, 깊은 블랙 컬러 다이얼과 골드 컬러 인덱스를 조합해 무게감을 더했다. 지름 35mm 모델은 ‘골드 온 골드(gold-on-gold)’ 구성이지만 표면 면적이 작기 때문에 미들 링크에 폴리싱을 적용해 지름 40mm 모델과 유사한 빛 반사와 고급스러움을 구현했다.
| 어떤 균형미를 느낄 수 있는가.
‘엔지니어’라는 모델명에 걸맞게 여전히 툴워치의 DNA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약간의 고급스러움을 가미하려 했다. IWC는 시계를 착용했을 때의 감정을 중시한다. 시계를 찼을 때 자신이 고양되는 느낌이 드는지 여부다.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눈에 띄지 않도록, 어떤 자리에도 어울릴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 골드 모델의 크기에 따라 각기 다른 컬러 다이얼을 채택한 것도 전략적 밸런스인가.
디자인에서 무엇보다 ‘아름다움’이 중요하다. 최종적으로 어떤 조합이 가장 아름답고 감각적인지를 따져야 한다. 사실 지름 40mm는 출시 직전까지 블루 다이얼이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블랙 다이얼을 여러 번 착용해본 후 블랙이 더 낫다고 판단해서 바꿨다. 제품 개발은 논리나 전략보다 감정과 직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감정적으로 끌리는 제품이 결국 시장에서도 더 사랑받는다. 골드 소재와 골드 컬러 다이얼의 ‘골드 온 골드’는 지름 35mm 모델에서는 매우 아름답지만, 지름 40mm에서는 다소 과하게 느껴질 수 있어 블랙으로 균형을 잡았다.
| 인제니어 컬렉션의 첫 번째 컴플리케이션으로 퍼페추얼 캘린더를 선택한 이유는.
퍼페추얼 캘린더는 IWC의 핵심 역량 중 하나다. 커트 클라우스가 1985년에 개발한 싱크로나이즈드 크라운 컨트롤 방식의 퍼페추얼 캘린더는 지금도 업계 최고 수준이라 자부한다. 하나의 크라운만으로 모든 조작이 가능하고 매우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칼리버 82650은 가독성도 뛰어나기에 인제니어 라인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확장이라 판단했다. 블루 다이얼, 스틸 케이스, 퍼페추얼 캘린더라는 조합은 IWC가 추구하는 미학 그 자체다.
| 인제니어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때 가장 고민하는 요소는.
IWC에서는 기능을 먼저 정하고 디자인을 맞추지 않는다. ‘이런 디자인의 시계를 만들고 싶다’는 기준에서 시작한다. 무브먼트도 디자인에 맞춰 개발된다. 지름 42mm 케이스에 기능을 어떻게 넣을지를 역설계하는 방식이다. 인제니어 세라믹 모델이나 오토매틱 40 모델도 그런 식으로 접근했다. 다른 브랜드와는 접근 방식이 다를 수 있다.
| 오늘날 ‘엔지니어링’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원래 제랄드 젠타가 디자인한 스포츠 워치 세 가지 중, 인제니어만이 라운드 베젤 디자인을 지녔다. 항자성을 기반으로 엔지니어를 위한 툴워치를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초기 디자인의 기능성과 미학을 유지하되, 착용감과 인체공학적 설계를 현대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 ‘진정한 아이콘’이라 부를 수 있는 시계의 조건은.
진정한 아이콘은 브랜드가 아닌 착용자가 정의한다. 긴 시간 동안 여러 시대와 취향을 넘어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디자인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예컨대 포르투기저는 1939년부터 디자인이 거의 바뀌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이콘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되어가는 것이다.
| 고객의 니즈가 바뀌는 가운데, IWC는 어떻게 유산을 지켜가고 있는가.
핵심은 지속성과 재해석의 균형이다. 디자인, 내러티브, 브랜드 DNA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재와 색상, 스토리텔링, 고객과의 소통은 시대에 맞게 변화를 준다. 예를 들어, 이번 파일럿 크로노그래프는 영화 <F1>과의 협업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풀어냈다. 하지만 시계의 본질엔 여전히 전통적인 파일럿 워치의 정신이 담겼다.
| 지난 10년 동안 IWC는 어떤 점이 가장 크게 달라졌는가.
거의 모든 면에서 발전이 있었다. 새로 지은 샤프하우젠 매뉴팩처를 통해 무브먼트, 케이스, 소재, 세라믹, 티타늄, 세라타늄®까지 내부 제작 역량이 크게 향상됐다. 퍼페추얼 캘린더 스튜디오에만 22명의 워치메이커가 있으며, 지난해에는 이터널 캘린더로 기네스 세계기록과 GPHG 최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오프라인 부티크와 온라인 플랫폼도 강화됐다. 무엇보다 ‘엔지니어링’을 브랜드의 중심에 놓고, 항공, 항해, 레이싱 등 툴워치의 철학을 전 세계에 걸쳐 일관되게 전개하고 있다.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IWC 인제니어 퍼페추얼 캘린더 41, IWC 인제니어 오토매틱 35, IWC 인제니어 오토매틱 42 블랙 세라믹, IWC 인제니어 오토매틱 35, IWC 인제니어 오토매틱 40
게재호
98호(05/06월호)
Editor
유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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