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아제는 언제나 한계를 넓혀왔다. 귀금속과 보석,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을 결합해 독창적인 작품을 완성한다.
피아제 젬몰로지 총괄 기욤 쇼트뤼(Guillaume Chautru)의 이력을 보면, 마치 인디아나 존스의 시나리오를 펼쳐 든 듯한 기분이 든다. 차이라면 하나, 쇼트뤼의 삶은 허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의 보석에 대한 열정은 인디아나 존스가 가장 두려워했던 존재에서 비롯됐다. 바로 뱀이다.
쇼트뤼는 언제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전력으로 몰두해왔다. 파리 인근의 퐁텐블로 숲에서 도마뱀을 쫓아다니던 어린 시절부터 그랬다. 인디아나 존스가 대학교수로 생계를 꾸렸다면, 쇼트뤼는 회계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삶은 의외의 지점에서 닮아 있다.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그는 세계의 끝자락으로 향했고, 인적 드문 열대우림 깊숙한 곳을 누비며 가장 희귀하고 아름다우며, 때로는 가장 강렬한 색채를 지닌 파충류를 찾아 나섰다. 공교롭게도 그곳은 세계에서 가장 매혹적인 유색 보석들이 발견되는 지역이기도 했다. 그렇게 보석과 마주한 순간, 그는 단번에 사로잡혔다.
그의 커리어 역시 그에 맞춰 방향을 틀었다. 파리 리볼리 거리의 한 유서 깊은 주얼리 부티크에 세일즈로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매 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식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쇼트뤼는 프랑스 국립 보석학 연구소(Institut National de Gemmologie)와 장 루셀 재료 연구소(Institut des Matériaux Jean Rouxel)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젬몰로지 교육 기관에서 수학했다. 탄탄한 이론을 바탕으로 그는 다시 세계를 무대로 삼았다. 시계와 주얼리 업계를 대표하는 여러 하우스를 위해 가장 희귀하고 가치 있는 보석을 찾아 나섰다. 그 여정의 종착지는 2016년, 피아제였다.

디자인이 정해지면, 그에 정확히 맞는 스톤을 선별한다. 이 모델에는 오팔이 사용됐다.
지금처럼 모든 것이 과도하게 연결된 시대에, 유명 브랜드의 젬몰로지 총괄이 여전히 희귀한 보석을 몸소 찾아다닌다는 사실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는 신뢰다. 최상급 보석의 세계는 전화나 이메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개인적인 만남을 통해 쌓이는 신뢰가 핵심이며, 정기적으로 거래하는 공급업체라 하더라도 '정말 좋은 스톤'을 보여주기까지는 수 년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자본력은 분명 도움이 되지만, 이 시장에서 접근권은 구매가 아니라 축적된 관계를 통해 얻어진다.
하이 주얼리 메종인 피아제에서는 최고 수준의 스톤만 허용된다. 기준이 무척 까다롭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환경이 젬몰로지 총괄 기욤 쇼트뤼가 역량을 발휘하는 무대가 된다. 선별된 스톤들은 피아제의 하이 주얼리 작품을 이루는 중심 요소일 뿐 아니라, 시계 디자인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아제는 유서 깊은 스톤 다이얼의 전통을 지닌 메종으로, 쇼트뤼와 그의 팀은 이 유산을 이어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앤디 워홀 컬렉션을 통해 이러한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여기에는 그가 직접 보석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다이아몬드 시장은 고도로 표준화돼 있는 반면, 다른 유색 보석의 세계는 그렇지 않다. 다이아몬드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명확한 등급 체계를 갖추고 있어, 신뢰할 수 있는 딜러를 통해 전화나 이메일만으로도 거래가 가능하다. 실제로 이동이 필요한 경우는 극히 희귀한 대형 다이아몬드일 때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유색 보석은 다르다. 색감과 투명도, 내포물의 성격 등 미묘한 요소들이 가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는 판단하기 어렵다. 결국 쇼트뤼의 여정은 비효율이 아니라, 피아제가 지켜온 기준을 유지하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인 셈이다.

스톤에 깃든 이야기
이 기사의 제목 'Romancing the Stone'은 1984년 개봉한 영화 <로맨싱 스톤(Romancing the Stone)>(1984)에서 가져왔다. 소설가 조안 와일더를 연기한 캐슬린 터너(Kathleen Turner)는 콜롬비아 정글에서 자매를 납치한 인질범들에게 값비싼 보석의 위치가 담긴 보물 지도를 전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여정에는 마이클 더글러스가 연기한 모험가 잭 T. 콜튼이 동행하며, 대니 드비토가 연기한 랄프가 유머를 맡았다. 캐슬린 터너의 연기는 골든글로브 수상으로 이어졌고, 영화 역시 같은 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영화의 제목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스톤을 로맨틱하게 만든다'는 표현은 곧 보석을 커팅하고 폴리싱하는 과정을 은유한다. 젬 커터는 확대경 아래에서 스톤의 내부를 세심하게 관찰하며, 면 하나하나를 정확한 각도로 다듬는다. 그렇게 해야만 보석의 숨겨진 빛과 색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다. 기술에 앞서 감각과 인내가 요구되는 지극히 친밀한 작업이다.
결국 'Romancing the Stone'이란 표현은 원석 속에 잠든 본질을 발견하고 그 아름다움을 세상 밖으로 이끌어내는 행위 그 자체를 가리킨다. 영화가 모험과 로맨스로 그려냈다면, 하이 주얼리의 세계에서는 장인정신과 시간, 그리고 스톤에 대한 깊은 이해로 완성된다.
게재호
102호(1/2월호)
글
마틴 그린(Martin Green)
Editor
유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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