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기술이 감정을 만든다”

반클리프 아펠 워치메이킹 & 아트 메카닉 개발 디렉터 윌리엄 파우라
  • 2026.07.10

    2026.07.16

  • By 편집부

반클리프 아펠 워치메이킹 & 아트 메카닉 개발 디렉터 윌리엄 파우라는 올해 메종의 워치메이킹을 대표하는 인터뷰이로 나섰다. 기술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을수록 무브먼트 설계와 아트 메카닉 개발은 필수다.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메종 워치메이킹의 단단한 기반을 가늠할 수 있었다.


William Faura
윌리엄 파우라|반클리프 아펠 워치메이킹 & 아트 메카닉 개발 디렉터

10년 전 반클리프 아펠에 합류했다. 제네바 워치메이킹 워크숍을 중심으로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메티에 다르, 오토마통을 포함한 아트 메카닉 개발을 이끌고 있다.



메종에 합류한 뒤 첫 주요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나.

레이디 아펠 파피용 오토마통이었다. 기계 부품이 손목 위에 어떻게 감정을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준 시계다. 우리는 랜덤 메커니즘을 통해 나비가 매우 시적인 방식으로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내게는 첫 번째 프로젝트였고, 지금도 중요하게 기억하는 시계 중 하나다.


반클리프 아펠이 2017년 공개한 레이디 아펠 파피용 오토마통.


메종의 워치메이킹 개발 방식은 전통적인 시계 브랜드와 어떻게 다른가.

반클리프 아펠에서 감정은 매우 중요하다. 메종의 영감은 자연, 요정, 발레, 천문학에서 출발한다.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보면 부품 자체에는 감정이 없다. 부품은 매우 기술적인 대상이다. 하지만 그 부품들이 장인정신과 결합될 때 메종다운 제품이 되고, 고객에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

 

개발자로 일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술적 요구는 무엇이었나.

요구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복잡하게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포에틱 컴플리케이션을 만들지만, 메커니즘 자체는 복잡하게 설계한 뒤 다시 단순화해야 한다. 그래야 감정이 전달된다. 또 하나는 조직이다. 나는 스스로를 워치메이킹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생각한다. 서로 다른 고도의 기술을 가진 팀들을 관리하고, 그 기술들을 하나의 제품 안에서 조화시켜야 한다. 메커니즘, 기술, 엔지니어링을 알아야 하고 동시에 각기 다른 전문성과 장점을 연결해야 한다.


미드나잇 데이 앤 나잇 페이즈 드 룬. 


최근 몇 년 사이 메종의 워치 개발에서 가장 크게 진보한 영역은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무브먼트다. 우리의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무브먼트는 모두 제네바 워크숍에서 설계한다. 이것은 매우 강한 장점이다. 두 번째는 메티에 다르, 특히 에나멜링이다. 제네바에는 무브먼트뿐 아니라 에나멜 분야에서도 강한 워크숍이 있다. 우리가 많이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이 영역에서도 여러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세 번째는 오토마통을 포함한 아트 메카닉이다. 이 분야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약 7년 전부터 이 영역을 발전시켜왔고, 2024년에는 오토마통 제작을 위한 작은 워크숍을 열었다. 결국 우리의 중요한 축은 무브먼트, 에나멜을 포함한 메티에 다르, 그리고 오토마통 메카닉이다.

 

포에틱 컴플리케이션은 아이디어에서 완성품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나.

우리는 아주 초기 단계부터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와 함께한다. 먼저 이야기를 상상한다. 예를 들어 올해의 주제는 천문학이다. 스튜디오는 손목 위에서 문페이즈를 읽는 새로운 방식을 찾고자 했다. 우리가 무엇을 다르게 할 수 있을지 묻는 것에서 시작한다.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와 이야기를 정확히 맞추는 것이다. 좋은 이야기를 찾아야 한다. 그 과정은 오래 걸릴 수 있다. 1, 혹은 1년 반 이상 걸릴 때도 있다. 스튜디오가 디자인을 만들면 우리는 그 디자인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분석한다. 또는 다른 기술적 방식을 제안한다. 많은 논의와 엔지니어링 검토가 이어지고, 이야기가 충분히 성숙했을 때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한다.


올해 미드나잇 데이 앤 나잇 페이즈 드 룬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출발했나.

우리는 이미 낮밤 인디케이터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여기에 문페이즈를 더해, 달의 변화를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두 기능을 따로 만든 뒤 붙인 것이 아니다. 낮과 밤의 흐름, 달의 위치, 온디맨드 표시가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함께 움직이도록 새로 설계했다. 기본 구조는 두 개의 디스크에서 출발한다. 하나는 24시간에 한 바퀴 돌며 낮과 밤을 표시한다. 다른 하나는 달의 위상을 표시하는 문 디스크다. 두 디스크는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지만, 착용자가 볼 때는 하나의 장면처럼 연결된다.



미드나잇 데이 앤 나잇 페이즈 드 룬의 다이얼은 전체가 낮밤 표시의 일부가 된다.


기술적으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무엇이었나.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온디맨드 기능이었다. 사용자가 원할 때 현재의 달 모습을 불러와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실제 문페이즈 계산이 틀어지면 안 된다. 다시 말해, 달을 잠시 보여주기 위해 문페이즈 자체가 앞으로 밀려가거나 잘못 조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두 개의 디퍼렌셜(differential, 서로 다른 움직임을 조율하는 기어 장치)을 결합했다. 이 구조 덕분에 낮과 밤의 표시, 달의 위상, 온디맨드 작동이 서로 간섭하지 않고 맞물려 움직일 수 있다. 디스크의 무게도 신경 써야 했다. 디스크가 꽤 무겁기 때문에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지 않도록 도모했다. 항공 분야에서 쓰이는 특수 알루미늄 계열 소재를 찾았다. 또 내부에 많은 구멍을 내 무게를 줄이면서도 균형을 맞췄다. 이 모든 엔지니어링은 보이지 않는 영역에 있다. 나는 자주 이렇게 말한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을 위해 존재한다고.

 

개발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리는 단계는 무엇인가

메종의 개발팀은 아이디어를 찾는 초기 단계부터 시계 출시와 생산까지 전 과정에 관여한다. 미드나잇 데이 앤 나이트 페이즈 드 룬의 경우 4년이 걸렸다. 크게 네 단계가 있다. 첫 번째는 리서치 단계다. 두 번째는 무브먼트와 케이스 등을 설계하는 개발 단계다. 세 번째는 생산에 필요한 툴을 설계하는 단계다. 마지막은 실제 생산과 품질 테스트다. 우리의 시계가 신뢰성 있게 작동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포에틱 컴플리케이션에서 반드시 실현하고 싶었던 요소가 있다면.

첫째는 사용성이다. 고객에게는 시계 조작이 매우 쉬워야 한다. 크라운을 어느 방향으로 돌려도 시계가 손상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서사의 연속성이다. 이야기가 케이스백에서도 이어지길 바랐다. 시계의 앞면에서는 지구에 앉아 달을 바라본다. 뒷면에서는 달에 앉아 지구를 바라본다. 앞면과 뒷면의 시점이 서로 바뀐다.


반클리프 아펠은 기술적 복잡성이나 개발상의 어려움을 내세우지 않는다.

이야기가 먼저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을 위해 존재한다. 이야기와 장인정신도 먼저다. 예를 들어 레이디 아펠 에르 플로럴을 보면 기술은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기술이 들어 있다. 우리의 주제는 시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은 이야기를 돕는다. 그러나 기술 자체가 이야기는 아니다

 


미드나잇 에르 디씨 앤 에르 다이에. 
모델명은 '여기와 저기의 시간'이라는 뜻한다. 이름처럼 두 가지 창을 서로 다른 시간대를 동시에 알리는 듀얼 타임 기능을 갖췄다.


올해 미드나잇 케이스가 눈에 띄게 많다.

오랫동안 미드나잇 케이스를 많이 보여주지 않았다. 하지만 미드나잇은 우리의 DNA. 올해는 특히 천문학과 포에틱한 주제를 다루면서 미드나잇 케이스를 다시 강조하는 것이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미드나잇 케이스 역시 우리의 중요한 정체성임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결국 반클리프 아펠의 시계에서 기술은 어떤 역할을 하나.

실물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우리의 목적은 기술을 움직이게 해서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술이 보이지 않아도 된다. 기술과 노하우는 고객에게 감정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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