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에서 블루 컬러는 단순한 색상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샤넬 창립자 가브리엘 ‘코코’ 샤넬은 흑백 대비만큼 블루 컬러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바다와 하늘을 상징하는 블루 컬러는 그녀에게 자유와 해방을 의미했다. 샤넬의 의류, 보석, 향수 등에서도 심미적 해방과 깊이를 보여주는 철학적 색채로 쓰였다. 2010년 등장한 블루 드 샤넬 향수가 좋은 예다. 블루 드 샤넬은 자유로운 남성을 위한 향으로 포지셔닝했다.
올해 25주년을 맞은 J12의 2025년 테마 역시 블루다. J12는 2000년 탄생해 세라믹 워치 역사를 시작하고 젠더리스 시계를 거쳐, 20주년을 맞은 2020년부터는 매뉴팩처 칼리버를 통해 워치메이킹을 강조해왔다. 누구보다 확고한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아무도 생각지 못한 변주를 자유롭게 펼쳐 보였다. 이제 단순히 패션 하우스의 시계가 아닌 샤넬 워치메이킹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된 J12의 위상에 아무도 의문을 제기할 수 없다.
25주년을 맞은 올해, J12는 마침내 자유와 해방의 컬러를 입었다. 최초로 매트 블루 세라믹이 적용된 것이다. J12를 대표하는 블랙 에디션과 화이트 에디션이 나온 지 각각 25년, 22년 만에, J12는 블루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발을 디뎠다.
2013년부터 샤넬 워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를 이끌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르노 샤스탱은 “샤넬의 팔레트에서 블루는 오래전부터 중요한 색이었다. 은은한 블루, 이브닝 블루, 자정을 연상시키는 블루가 벨벳, 트위드 등에 담겼다. 스포츠웨어의 블루와는 완전히 다른, 아주 짙고 깊은 블루다. 블랙이라고 하기엔 너무 파랗고 블루라고 하기엔 너무 검은, 그런 색이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2020~2021년 전시 <가브리엘 샤넬: 패션 선언(Gabrielle Chanel. A Fashion Manifesto)>에서 선보인 ‘격조 높은 블루(an elevated blue)’ 드레스, 장 콕토의 발레 〈푸른 기차(Le Train Bleu)〉, 가브리엘 샤넬이 의상을 디자인했던 세르게이 디아길레프의 발레 작품, 그리고 샤넬이 실제로 소유했던 미드나이트 블루 컬러의 롤스로이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매트 블루 세라믹을 구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세라믹은 높은 기술력과 정밀한 조율을 요하는 소재다. 아르노 샤스탱의 인터뷰에 따르면 “세라믹에 블루 컬러를 적용하는 것이 진짜 도전”이라 한다. 그가 지향하는 블루 컬러가 특별했기 때문이다. “우아함을 지닌 블루를 원했다. 레드 블루도, 옐로 블루도 아닌, 거의 블랙에 가까우면서도 야밤의 품격을 담고 있어야 했다.” 이같은 블루 컬러를 세라믹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 색이 주는 감정까지 완벽히 옮겨 담는 기술적 탐구가 필요했다.
블루에 가까운 블랙, 블랙에 가까운 블루. 그게 바로 샤넬 블루다.
J12 블루 칼리버 12.1 38mm. 인덱스에는 블루 사파이어가 세팅된 반면,베젤은 세라믹을
바게트 모양으로 음각처리했다.
블랙 코팅 마감한 칼리버 12.1과 칼리버 12.2.스위스 케니시 매뉴팩처와 함께 제조한 무브먼트다.
세라믹의 블루 컬러에 맞춰 엄선된 바게트컷 블루 사파이어.
매트 블루 세라믹과 블랙 코팅 스틸 베젤의 조화.
J12 블루 사파이어 듀오
샤넬 워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는 J12 블루를 통해 색다른 페어 구성을 시도했다. J12 블루 사파이어에 서로 다른 크기의 시계로 구성된 듀오 컬렉션을 꾸린 것. J12 블루 사파이어는 인덱스와 베젤, 그리고 브레이슬릿 중앙에 밝은 블루 컬러의 바게트컷 사파이어가 세팅된 모델로, 듀오 컬렉션은 지름 42mm 맥시 사이즈와 지름 28mm 미니 사이즈 두 가지가 세트다.
샤넬 매뉴팩처에서는 총 110시간 이상을 젬세팅 작업에 투자했다. 지름 42mm 모델에는 바게트컷 블루 사파이어 170개를, 지름 28mm 모델에는 바게트컷 블루 사파이어 196개가 장식됐다. 지름 42mm 모델은 케니시 매뉴팩처가 제작한 칼리버 12.1이 탑재된다. 지름 28mm 모델은 쿼츠 방식이다. 12개 한정 판매.
J12 블루 42MM 사파이어
기능 시·분·초, 날짜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12.1, 70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42mm, 매트 블루 세라믹, 50m 방수, 글라스백
J12 블루 28MM 사파이어
기능 시·분·초, 날짜
무브먼트 쿼츠
케이스 지름 28mm, 매트 블루 세라믹, 30m 방수, 솔리드백
새로운 매트 블루 세라믹은 오로지 샤넬만을 위해 개발됐다. 프랑스 파리의 샤넬 워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와 스위스 라쇼드퐁에 위치한 샤넬 워치 매뉴팩처 G&F 샤틀랭(Châtelain Frères)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5년이 넘는 시간을 들였다. 샤넬의 세라믹 개발팀과 생산팀은 이상적인 블루 컬러를 세라믹에 구현하기 위해 무려 24번의 배합과 150회의 실험을 거쳤다.
매트 블루 세라믹의 경우는 지르코늄 옥사이드(Zirconium Oxide)라는 분말 형태의 광물을 바인더 및 안료와 섞어 완성한다. 이 소재는 매우 단단하고 견고하며 열과 스크래치에 강하다. 자성이 통하지 않고 열전도율이 낮으며 인체친화적이기까지 하다.
샤넬 워치 매뉴팩처는 이러한 고난도의 세라믹 제작 공정을 전부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극소수 제조사 중 하나다. 제품 완성 전 단계에서, 세라믹 워치는 혹독한 테스트를 거친다. 여기엔 시계를 떨어뜨리는 직접 충격과 최대 5,000G, 간접 충격 11,000번이 포함된다. 5,000G는 우주선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가속도 수준이다.
또한 시계는 자기장, 진동, 인장력, 압력, 비틀림력, 내수성까지 모두 검증받아야 한다.
J12 블루 컬렉션은 9가지의 신제품으로 구성된다. 칼리버 12.1과 12.2를 탑재한 지름 38mm와 33mm 모델, 칼리버 5를 탑재한 다이아몬드 뚜르비옹 모델,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을 사파이어 소재로 제작한 X RAY 모델, 그리고 블루 사파이어 세팅을 더한 모델 등이다. J12 블루는 모두 리미티드 에디션이지만, 핵심 모델이 모두 포함됐다는 점에서 J12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하이라이트 컬렉션임을 알 수 있다.
샤넬 워치메이킹의 중심, 라쇼드퐁 매뉴팩처
샤넬의 시계 제작 역사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은 1993년이었다. 샤넬은 스위스 라쇼드퐁에 위치한 G&F 샤틀랭 매뉴팩처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인하우스 역량 확보에 나섰다. G&F 샤틀랭은 1947년부터 폴리싱, 피니싱, 젬 세팅, 그리고 고급 무브먼트 제작에 전문성을 쌓았고, 샤넬에 합류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기술을 진화시켜나갔다. 현재는 약 60개 분야에서 500여 명의 숙련된 인력이 근무하는 통합 매뉴팩처로 성장했다. 샤넬의 파인 워치메이킹 공방도 함께다.
하이테크 세라믹 역시 이곳에서 태어났다. G&F 샤틀랭은 하이테크 세라믹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쌓았고, 2000년 J12 컬렉션을 통해 전 세계에 그 사실을 공표했다. 오늘날에는 세라믹 가공을 포함해 기술 개발, 부품 생산, 폴리싱, 젬 세팅, 조립, 테스트에 이르는 전 공정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2016년 첫 인하우스 무브먼트인 칼리버 1을 선보인 이래, 샤넬은 총 9개의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개발했다. 그중 J12 블루 다이아몬드 뚜르비옹에 탑재된 칼리버 5는 샤넬 워치메이킹의 정수를 상징하는 예다.
J12 블루 다이아몬드 뚜르비옹
2023년 샤넬이 자체 제작한 최초의 투르비용 모델도 매트 블루 세라믹 버전으로 만날 수 있다. 오픈워크 블루 다이얼 속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플라잉 투르비용은 바게트컷 블루 사파이어 34개가 세팅된 베젤과 어우러져 눈부신 빛을 발한다. 블루 사파이어를 선별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매트 블루 세라믹과 블루 사파이어의 컬러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뤄야 했기 때문. 이는 원하는 색 조합을 찾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음을 의미한다.
플라잉 투르비용이 장착된 칼리버 5는 샤넬 워치 매뉴팩처가 3년에 걸쳐 개발한 인하우스 무브먼트다. 칼리버 5는 블랙 DLC 코팅 마감과 원형으로 배치된 브리지 및 기어 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이런 원형 구조는 2016년 칼리버 1 이후 샤넬 워치메이킹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았다.
칼리버 5의 플라잉 투르비용 케이지에는 65파셋 솔리테어 다이아몬드가 반짝이고 있다. 아르노 샤스탱은 “가브리엘 샤넬이 가장 사랑한 보석은 다이아몬드”라며, 다이아몬드를 플라잉 투르비용 케이지에 세팅한 이유를 설명했다. 광채도 중요했지만 핵심은 무게에 있었다. 다이아몬드 중량이 투르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까닭이다. 샤넬 워치 매뉴팩처의 엔지니어들은 무게와 안정성을 고려해 다이아몬드의 지름이 2.5mm를 넘을 수 없다는 계산을 냈다. 미리 선택됐던 다이아몬드는 지름 4.5mm에 높이만 4mm여서 투르비용 케이지에 세팅될 수 없었다. 결국 샤넬은 투르비용 케이지에 딱 맞는 지름으로 커스텀 다이아몬드를 제작해 균형과 광채를 모두 실현했다. 55개 한정 판매.
기능 시·분, 플라잉 투르비용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5, 42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38mm, 매트 블루 세라믹, 50m 방수, 글라스백
J12 블루 X-RAY
J12에서 X-RAY는 케이스, 다이얼, 브레이슬릿까지 모두 투명한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제작돼 시계 내부가 엑스레이처럼 속속들이 들여다보이는 구조를 뜻한다. 가브리엘 샤넬이 표현한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한다”는 철학을 시계에 구현한 상징적인 모델로, 2020년 J12 20주년을 기념해 처음 공개됐다.
시계에 탑재되는 스켈레톤 무브먼트인 칼리버 3.1은 칼리버 3을 기반으로 브리지까지 사파이어로 변형됐다. J12 블루 버전에서는 컬러 테마에 맞게 블루 컬러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사용했다. 매트 블루 세라믹보다 밝은 셰이드가 특징인데, 맑은 날의 하늘과 바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단일 블록의 합성 사파이어에서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을 깎아내는 작업에는 무려 1600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베젤과 브레이슬릿 중앙에는 밝은 블루 컬러의 바게트컷 천연 사파이어 196개가 세팅돼 빛을 더욱 풍부하게 반사한다. 인덱스에도 바게트컷 블루 사파이어를 잊지 않았다. 12개 한정 판매.
기능 시·분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3.1, 55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38mm, 블루 사파이어 크리스털, 30m 방수, 글라스백
게재호
98호(05/06월호)
Editor
유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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