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S BIG CROWN X CERVO VOLANTE
오리스 빅 크라운 X 체르보 볼란테
Ref. 754 7779 4063-Set(그레이)·754 7779 4065-Set(블루)·754 7779 4067-Set(그린)
기능 시·분·초, 날짜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754, 28,800vph, 26스톤, 38시간 파워리저브
케이스 지름 38mm, 스테인리스스틸, 5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230만원
스위스 홀슈타인의 독립시계 브랜드 오리스의 행보를 되새겨보면 그들의 전략은 분명 특별합니다. 오리스는 다른 시계 브랜드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과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요, 그 중심에는 특히 환경이라는 큰 주제가 담겨 있습니다.
오리스가 환경문제에 고심하며 활동을 시작한 건 벌써 10년도 전입니다. 그동안 환경 보호, 복원, 정화와 관련된 수많은 단체나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환경 보호 운동에 몰두했죠. 이번에 오리스는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변화시키자’는 캠페인 아래 지속가능 자원을 활용하는 프로젝트에도 착수했습니다. 대상은 바로 폐기되는 천연가죽입니다.
스위스에서는 사슴의 개체 수 조절을 위해 매년 15,000마리의 붉은 사슴 사냥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합법적인 조치입니다. 물론 수렵행위는 철저하게 통제하에 이루어지며 스위스의 시골 지역까지 적정 개체 수를 관리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죠. 그러나 그동안 사냥으로 얻어진 천연 부산물을 이용한 제품은 상대적으로 매우 적었습니다. 생명공학 엔지니어이자 다양한 경험을 지닌 여성 사업가 카드리 분더 폰타나와 그녀의 친구이자 자연 보호 및 야생동물 서식지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생물학자 코니 티엘-에젠터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방법을 모색하던 중 4년 전인 2017년 체르보 볼란테라는 회사를 창립했습니다. 체르보 볼란테는 사슴가죽을 소재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걸로 유명한 스위스 기업입니다. 붉은 사슴 수렵 후 가공 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 중에서 가죽을 회수해 지속가능 자원으로 전환시킨 것인데요, 사슴가죽은 개성적인 질감과 질긴 특성으로 액세서리나 신발을 제작하기에 적당한 소재였습니다.
체르보 볼란테는 환경에 영향을 적게 미치는 전통적인 수작업으로 제품을 생산합니다. 스위스에 현재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두 곳의 제혁소에 의뢰를 하고 있는데 모두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백 퍼센트 식물성 가죽 무두질 공정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또한 버리는 부위 없이 야생에서 살아가는 동안 발생한 가죽의 상처나 결함까지 수용하죠. 대부분의 가죽 가공회사는 이런 가죽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농장 같은 곳에서 사육하거나 비료 등 화학물질의 영향을 받은 사슴의 가죽도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철저히 자연 속에서 남은 가죽만을 이용하죠.
오리스는 자연환경을 존중하고 지속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 임무라고 말합니다. 그런 오리스와 친환경으로 제작하는 스위스의 사슴가죽 가공회사 체르보 볼란테와의 만남은 필연이었습니다. 대량 생산하는 현대 산업에서는 보기 힘든 자연 친화적 공정에 관한 이야기와 환경에 대한 거대한 비전은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오리스와 체르보 볼란테는 아주 자연스럽게 협업을 시작하며 사슴가죽으로 만든 스트랩과 휴대용 파우치, 카드 지갑을 제작했습니다. 이를 사용한 첫 번째 제품은 빅 크라운 포인트 데이터입니다. 단순히 사슴가죽만 더해진 게 아닙니다. 다이얼은 알프스 산맥의 색상에서 영감을 받은 아름다운 그러데이션 기법을 더했습니다. 컬러 다이얼이 크게 유행하고 있는 지금이지만, 의외로 그러데이션으로 다이얼을 제작한 시계는 아직도 드문 편입니다. 컬러는 그레이, 블루, 그린 세 종류인데요, 모두 다이얼 외곽으로 갈수록 자연스럽게 검은색으로 색이 진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다이버 워치인 아퀴스 데이트의 강렬한 컬러와 달리 빅 크라운의 장점을 살린 은은한 파스텔톤 색감으로 고전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습니다. 그레이 다이얼 버전만 포인터 데이터 핸즈의 끝이 눈에 띄는 붉은색이고, 블루와 그린 버전은 다이얼 색과 톤을 맞췄습니다. 색상에 대한 느낌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최근 오리스가 선보이는 컬러 조합은 항상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레트로한 매력을 자랑하는 캐서드럴 핸즈와 플루티드 베젤은 여전합니다. 빅 크라운만의 시그니처 다이얼은 절묘한 균형감으로 오리스를 대표하는 디자인이죠. 높은 시인성을 자랑하는 12개의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와 이를 감싼 레일웨이 미니트 트랙, 가장 외곽에는 포인트 핸즈로 가리키는 날짜가 존재하죠. 이처럼 전체적인 디테일은 기존 빅 크라운 포인트 데이터와 완전히 동일해 보입니다만, 아주 특별한 변화가 있습니다. 케이스 지름이 38mm로 작아졌습니다!! 최근 케이스 크기가 조금씩 작아지며 유니섹스한 느낌의 시계가 점차 많아지고 있는데요, 오리스 역시 먼저 등장한 인하우스 칼리버를 탑재한 빅 크라운 포인트 데이터 칼리버 403을 시작으로 지름 38mm 시계를 점차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빅 크라운 신제품도 시계만 단독으로 봤을 때는 사이즈가 작아진 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전체적인 균형은 뛰어나며 손목에 올렸을 때는 지름 40mm에 비해 더욱 부담이 없어 좋았습니다. 이제 빅 크라운은 36, 38, 40mm까지 세 가지 사이즈를 선보이며 선택의 폭이 늘어났는데, 그중에서도 그러데이션 다이얼을 채택한 38mm 버전은 당분간 큰 인기를 끌 것 같네요.
시계를 살짝 기울여보면 고적적인 디자인과 잘 어울리는 돔형 글라스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커다란 크라운은 조작을 쉽게 해줄 뿐만 아니라 입체적인 케이스와 궁합도 좋습니다. 또한 케이스백의 테두리까지 플루티드 패턴을 넣어 정면뿐만 아니라 시계를 어느 방향에서 쳐다봐도 높은 디테일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감은 은은한 결이 느껴지는 새틴과 반짝이는 미러 폴리싱을 혼용해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또한 바느질 없이 스티치리스로 제작한 사슴가죽 스트랩도 큰 장점입니다. 표면은 독특한 질감으로 약간 거칠고 단단해 보이는데, 이런 첫인상과 달리 굉장히 부드럽게 휘어지며 흔히 말하는 길들이기 과정 없이 편안한 착용이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스트랩을 구부리면 질감이 살아나 더욱 빈티지한 느낌으로 변신합니다. 가죽 제품을 좋아하는 애호가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것 같네요. 패키지에 들어 있는 사슴가죽 휴대용 시계 파우치와 카드 지갑은 일상적으로 사용하기에도 적당합니다.
스트랩과 액세서리 안쪽에는 체르보 볼란테의 로고인 사슴벌레와 오리스의 방패 로고가 멋스럽게 찍혀 있습니다. 사실 체르노 볼란테는 라틴어로 사슴벌레입니다. 이 곤충은 스위스에서 수렵하는 붉은 사슴과 마찬가지로 인상적인 뿔을 가지고 있죠. 사슴벌레는 이 뿔로 경쟁자와 싸우는데, 이건 브랜드의 철학을 반영합니다. 또한 가죽을 가공하는 전통적인 무두질 공정과도 연관성이 있죠.
빅 크라운 X 체르보 볼란테의 가격은 230만원입니다. 사슴가죽을 도입한 빅 크라운 포인터 데이트는 한정판이 아닙니다. 이번 한 번만 출시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리스와 체르보 볼란체는 앞으로 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자연 속에서 얻은 사슴가죽으로 만든 멋진 가죽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Editor
김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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