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11.10

    2025.11.18

산토스 드 까르띠에 티타늄 & 블랙 다이얼

비행의 역사에서 태어난 산토스 워치는 시대 흐름 속에서도 변치 않는 우아함을 간직해왔다. 신제품은 산토스의 아이코닉한 존재감을 다시금 증명한다.

내용


Rory Payne​ © Cartier

 

최초의 현대 손목시계로 탄생한 까르띠에 산토스는 사각형 케이스와 베젤의 스크루 디테일로 상징적인 디자인 코드를 구축해왔다. 한 세기 넘게 사랑받아온 메종의 대표 컬렉션이자, 세대를 아우르는 아이콘이기도 하다. 올해 까르띠에는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산토스 드 까르띠에 스몰 사이즈 모델을 공개한 데 이어, 두 가지 신제품을 추가로 선보였다. 하나는 티타늄 소재를 입은 버전이고 다른 하나는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블랙 다이얼과 슈퍼 루미노바 핸즈를 더해 가독성을 높였다. 고유의 미학과 기술이 조화를 이룬 산토스 드 까르띠에는 디자인적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리며 메종의 정수를 다시금 증명한다.


산토스 워치의 시작


산토스-뒤몽이 비행하는 모습 Cartier Archives Ⓒ Cartier  


산토스 워치는 브라질의 부호이자 비행가 알베르토 산토스-뒤몽(Alberto Santos-Dumont)의 요청으로 탄생했다. 항공 산업이 이제 막 첫발을 내딛는 시기였다. 1897년 이후 산토스-뒤몽은 직접 만든 비행선을 타고 프랑스 파리 상공을 여러 차례 비행했다. 1901년에는 에펠탑 주위를 30분간 선회하는 위업을 달성하기도 했다. 당시 조종간은 무겁고 조작이 어려워 한 손으로 비행하기 쉽지 않았다. 비행하는 동시에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던 셈이다. 조종간을 놓지 않고도 시간을 확인하고 싶었던 산토스-뒤몽을 위해 그의 친구였던 루이 까르띠에는 벨트와 버클을 이용해 시계를 손목에 차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했다. 루이 까르띠에가 산토스 워치 프로토타입을 완성한 시기는 1904년. 루이 까르띠에는 케이스에 러그를 일체화한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당시 손목시계는 작고 둥근 케이스에 얇은 와이어 러그를 덧댄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루이 까르띠에는 러그에서 벨트가 쉽게 빠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케이스와 러그를 하나로 통합했다. 이 아이디어는 손목시계 디자인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결정적인 순간이 됐다.


독창적인 디자인


1912년에 출시된 까르띠에 산토스 워치. Vincent Wulveryck, Collection Cartier © Cartier 


루이 까르띠에는 산토스 워치를 디자인하며 스크루를 외부에 드러내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 케이스 역시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정사각형이었다. 20세기 초 파리의 근대 건축 양식에서 영감을 받은 결과다. 마치 에펠탑의 구조처럼 대칭과 간결함을 강조한 기하학적 디자인이 돋보였다. 직선적인 사각형 디자인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모서리나 윤곽에는 부드러운 곡선을 더하는 등 아르데코 사조가 발현돼, 까르띠에 특유의 우아함을 완성했다. 1909년 까르띠에는 '디플로이먼트(deployment)' 접이식 버클을 개발하고 산토스 워치에 최초로 적용했다. 덕분에 산토스 워치는 세계 최초의 현대식 손목시계이자, 최초로 접이식 버클을 장착한 시계로 기록된다. 산토스-뒤몽은 시계를 착용하고 세련된 스타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커다란 인기에 힘입어 루이 까르띠에는 산토스 워치를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먼저 판매했고, 1911년 정식 출시했다. 산토스-뒤몽은 비행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산토스 워치를 즐겨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토스 워치는 날렵한 슈트를 즐겨 입던 그의 룩을 완성하는 완벽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산토스 워치는 루이 까르띠에의 디자인 철학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한 세기 사랑받은 디자인

루이 까르띠에는 늘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실용적이면서도 까르띠에만의 우아함과 조형미가 드러나는 제품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산토스 워치는 그 철학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한 제품이다. 드레스 워치의 품격과 클래식한 감각을 동시에 지니며 세월이 흘러도 오리지널 워치의 디자인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970년대는 산토스 워치의 역사에서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럭셔리 스포츠 워치 열풍이 한창이던 시기에 까르띠에는 1978년,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산토스를 산토스 드 까르띠에라는 이름으로 부활시켰다. 가죽 스트랩 대신 메탈 브레이슬릿을 채택하고 베젤 위 스크루 장식을 둥근 형태에서 일자형으로 바꾸며 한층 스포티한 인상을 완성했다.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옐로 골드 베젤을 더한 '투 톤' 조합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시도였다. 1980년대에는 모서리를 부드럽게 다듬은 산토스 갈베가 등장했다. 갈베(Galbée)는 프랑스어로 곡선형을 뜻한다. 케이스를 손목에 밀착되게 다듬은 곡선형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어 2004년, 산토스 워치의 클래식한 디자인을 현대적인 비율로 재해석한 모델이 등장했다. 2018년에는 대대적인 리뉴얼을 거친 산토스 드 까르띠에가 데일리 워치로 자리매김했다. 로마 숫자 인덱스, 철길 모양 미니트 트랙, 블루 컬러 스틸 핸즈 등 시그너처 요소를 유지하면서도 퀵스위치 스트랩 시스템과 스켈레톤 버전을 추가해 현대적인 감각을 더했다. 2019년에는 드레스 워치의 품격을 강조한 산토스 뒤몽이 부활했다. 오리지널 산토스 워치를 모티브로 한 모델로 얇은 케이스와 가죽 스트랩을 갖춰,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산토스를 현대적으로 되살렸다.


티타늄을 입은 산토스 드 까르띠에

© Maud Rémi Lonvis, © Cartier

산토스 드 까르띠에 티타늄 워치

기능 시·분·초, 날짜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1847MC

케이스 지름 39.8mm, 두께 9.38mm, 티타늄, 100m 방수, 솔리드백


신제품은 산토스 드 까르띠에의 디자인 코드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화이트 다이얼, 우아한 로마 숫자 인덱스, 6시 방향 날짜창 구성은 기존 산토스 드 까르띠에 라지 모델과 유사하다. 다만 케이스 소재를 티타늄으로 바꿨다는 점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 티타늄은 스테인리스 스틸보다 약 43% 가볍고 1.5배 더 단단하다. 티타늄은 경도가 높고 가공이 까다로운 금속이다. 절삭 과정에서 높은 정밀도를 유지하기 어렵다. 까르띠에는 미세 입자를 분사하는 마이크로 블래스트 공정을 적용해 표면을 균일하게 다듬고, 매트한 질감을 구현했다. 덕분에 금속 특유의 차가운 감촉 대신 부드럽고 가벼운 착용감을 선사한다. 질감이 살아 있는 케이스와 베젤, 브레이슬릿은 매끈한 스크루 장식과 대비를 이루며 세련된 매력을 극대화한다. 거친 표면 덕분에 다이얼의 광택도 더욱 돋보인다. 크라운에는 블루 대신 블랙 스피넬을 세팅해 차분한 인상을 완성했다.


블랙 컬러 다이얼

© Maud Rémi Lonvis, © Cartier 

산토스 드 까르띠에 블랙 다이얼 워치

기능 시·분·초, 날짜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1847 MC

케이스 지름 39.8mm, 두께 9.38mm, 스테인리스 스틸, 100m 방수, 솔리드백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블랙 다이얼을 매치한 라지 모델은 산토스 드 까르띠에의 모험 정신을 가장 현대적으로 해석한 버전이다. 이전에도 케이스와 브레이슬릿까지 모두 블랙 컬러로 마감한 모델은 있었지만, 다이얼만 블랙 컬러를 입은 조합은 이번이 처음이다. 케이스는 새틴 마감해 견고함을 강조했고, 베젤은 폴리싱 처리해 두 소재의 질감 차이를 부각했다. 미니트 트랙 테두리에 검은색으로 포인트를 줘 중심부 핸즈 영역과 차별화하며 다이얼을 더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만든다. 다이얼 마감도 새틴 피니싱과 선레이 브러싱을 절반씩 사용해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표면 질감을 구현했다. 시침과 분침은 블랙 테두리의 화이트 컬러, 초침은 스틸 톤으로 마감해 절제된 조화를 이뤘다. 특히 시침과 분침에는 형광 그린 컬러 슈퍼 루미노바가 코팅돼 어두운 곳에서도 탁월한 가독성을 제공한다. 블루 파셋 합성 스피넬이 세팅된 칠각형 크라운은 산토스만의 아이코닉한 디자인 코드를 보여준다. 까르띠에 특유의 퀵스위치 시스템과 간편한 길이 조절을 제공하는 스마트링크 시스템이 적용됐으며, 악어가죽 스트랩도 추가로 제공한다. 신제품은 단순한 외형적 변화를 넘어 산토스 워치의 오리지널 철학을 현대적으로 계승한다. 실용적이면서도 조형적인 완성미를 잃지 않는 까르띠에의 디자인 정신이 이번 모델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드레스 워치와 클래식 워치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메종의 방향성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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