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role Kasapi
캐롤 카사피 | 태그호이어 오트 올로제리 & 무브먼트 전략 디렉터
스위스 라쇼드퐁에서 워치메이킹을 공부한 프랑스 출신 무브먼트 설계자로, 1997년 중앙 카루셀 투르비용 콘셉트로 아브라-루이 브레게 상을 받았다. 까르띠에에서 주요 하이 워치메이킹 무브먼트 개발을 이끈 후 2020년 태그호이어에 합류해 현재 무브먼트 디렉터로 재직 중이다. 태그호이어의 인하우스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TH20 패밀리와 카본 헤어스프링 등 브랜드의 현대적 무브먼트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2020년 태그호이어에 합류했다. 당시 어떤 점이 이 브랜드로 이끌었나.
프레데릭 아르노와 나눈 대화가 컸다. 브랜드를 위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태그호이어가 앞으로 무엇을 이루려 하는지 들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큰 도전이었다. 이전에는 여성적이고 주얼리 성격이 강한 브랜드에 있었고, 태그호이어는 훨씬 남성적이고 스포티한 성격이 강한 브랜드다. 그런 차이가 나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전환이었다.
합류 후 가장 먼저 맡은 과제는 무엇이었나.
무브먼트 전략을 정의하는 일이었다. 최고 경영진과 함께 브랜드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논의했다. 이후 그 전략에 맞춰 구체적인 무브먼트 개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이 나의 주요 임무였다.
태그호이어는 크로노그래프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무브먼트 개발자의 관점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덜 조명된 기술적 가치가 있다면.
태그호이어는 워치메이킹 업계의 크로노그래프 마스터라고 생각한다. 크로노그래프와 관련해 매우 긴 역사와 혁신을 축적했다. 오늘날 크로노그래프를 중심으로 다시 혁신할 수 있는 브랜드가 있다면 태그호이어라고 본다. 하이 워치메이킹 컬렉션을 구상할 때도 크로노그래프에서 출발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중요한 것은 단지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크로노그래프를 사용하는 경험, 푸셔의 인체공학, 성능, 품질, 신뢰성을 함께 끌어올리는 일이다.
모나코 에버그래프는 크로노그래프의 구조 자체를 다시 생각한 프로젝트처럼 보인다. 기존 크로노그래프 구조에서 어떤 한계를 해결하고자 했나.
우리는 완전히 다른 구조를 원했다. 모나코 에버그래프에서 특별한 점은 무브먼트의 건축적 구조를 반대로 뒤집었다는 것이다. 배럴, 기어 트레인, 밸런스 휠을 전면에서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보통 이런 요소는 글라스백에서 볼 수 있지만, 에버그래프에서는 무브먼트의 엔진이 손목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 드러난다. 우리는 이것을 ‘인버스 아키텍처(Inverse Architecture)’라고 부른다. 그 덕분에 케이스백 쪽은 크로노그래프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온전히 활용할 수 있었다.


기존 레버 기반 크로노그래프와 비교했을 때, 컴플라이언트 크로노그래프 구조는 정밀성, 내구성, 장기 안정성 면에서 어떤 장점이 있나.
정밀성 측면에서 큰 장점이 있다. 일반적인 크로노그래프처럼 작동을 맞추기 위해 외부 레버 등을 조정할 필요가 없다. 이는 시간이 지나며 그 조정값이 흐트러질 위험도 줄어든다는 뜻이다. 처음의 정밀성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내구성과 품질도 장기간 검증했다. 약 10년의 작동에 해당하는 테스트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이 구조가 요구하는 품질과 내구성을 확인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장점은 인체공학이다. 이 크로노그래프는 실제로 손가락으로 눌러봐야 차이를 알 수 있다. 시장의 다른 크로노그래프와 비교하기 어려운 감각이 있다.
크로노그래프에서 촉각적 피드백과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것이 왜 기술적으로 중요한가.
크로노그래프 경험 자체를 개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크로노그래프를 사용한다는 것은 결국 푸셔를 조작하는 행위와 연결된다. 사용자가 느끼는 품질감은 그 조작감에서 만들어진다. 자동차 문을 닫을 때 소리와 감각에 따라 품질에 대한 인상이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 크로노그래프의 푸셔도 마찬가지다. 조작할 때의 감각은 제품의 체감 가치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컴플라이언트 크로노그래프 구조가 장기적으로 전통적인 크로노그래프 구조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나.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실제로 그것이 어떤 제품에 적용될지는 제품 전략에 달려 있다.
이 새로운 크로노그래프 구조를 양산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익숙하지 않은 해법을 다뤄야 했다는 점이다. 새로운 구조를 생산하려면 먼저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배워야 한다. 동시에 원하는 품질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편안한 영역에서 하는 일이 아니었다. 완전히 숙달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모나코 에버그래프의 컴플라이언트 크로노그래프 구조.
TH-카본 헤어스프링은 에버그래프 무브먼트와 결합했을 때 어떤 장점을 제공하나.
우리가 목표로 삼은 것은 품질과 내구성의 향상이다. TH-카본 헤어스프링은 그런 방향과 맞닿아 있다. 에버그래프에 이 헤어스프링을 도입한 이유도 같다. 우리가 무브먼트에서 중요하게 보는 핵심 축, 즉 내구성, 신뢰성, 정밀성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다.
헤어스프링 공급은 스위스 시계 산업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문제다. TH-카본 헤어스프링 개발도 공급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나.
TH-카본 헤어스프링 전략은 장기적으로 태그호이어의 더 넓은 제품군에 이 기술을 적용하려는 목표와 연결되어 있다. 언젠가는 태그호이어 시계 전반에 이 헤어스프링을 장착하고 싶다. 지난해에는 한정 모델 두 가지에 먼저 도입했고, 올해는 에버그래프 두 가지 레퍼런스를 통해 시리즈 생산 모델에 적용했다. 모든 것을 확실히 숙달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태그호이어의 TH-카본 헤어스프링.
태그호이어는 보쉐, 라주페레 등 외부 파트너와도 협업한다. 어떤 개발을 내부에서 진행하고, 어떤 개발을 외부와 함께할지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내부 개발은 TH20 패밀리에 집중하고 있다. TH20은 태그호이어의 인하우스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패밀리이며, 그 위에 여러 컴플리케이션을 확장해왔다. 최근에는 마레오그래프, 크로노스프린트 같은 개발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내부에서 할 수는 없다. 외부 파트너와 협업해야 하는 영역이 있다. 기준은 명확하다. 해당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역량을 가진 파트너와 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분야에서는 라주페레가 스위스에서 가장 뛰어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최근 태그호이어의 개발 방향은 크로노그래프를 하이 워치메이킹 컴플리케이션으로 다시 정의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태그호이어가 말하는 아방가르드 올로제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하이엔드 컬렉션의 코드를 정의하면서 세 가지 축을 세웠다. 내구성, 신뢰성, 정밀성이다. 이 세 가지는 타협할 수 없는 기준이다. 무브먼트 개발에서도 가장 중요한 초점이다. 케이스와 시계 전체를 볼 때는 스포츠 활동과의 연결성을 고려한다. 그래서 티타늄, 세라믹 같은 가벼운 소재를 사용한다. 손목 위의 착용감과 편안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크로노그래프 이후 태그호이어가 집중할 기술 영역은 무엇인가.
아직 공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놀라움은 남겨둬야 한다. 태그호이어는 스포츠, 모터스포츠, 크로노그래프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된 브랜드다. 앞으로도 그 영역 안에서 뭔가 보여줄 것이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해결해보고 싶은 기계식 시계의 기술적 과제가 있나.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지금 작업 중인 주제를 드러내게 된다. 다만 기계식 시계에는 언제나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특히 신뢰성과 정밀성은 끝이 없는 영역이다. 계속 더 나아질 수 있다.
Editor
유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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