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여름, 영국 실버스톤 서킷에서 독특한 광경이 목격됐다. 이날 진행된 아람코 브리티시 그랑프리에 11번째 포뮬러 1 팀과 21번, 22번 선수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포뮬러 1 경기에서는 10개 팀, 20명의 선수가 월드 드라이버 챔피언을 두고 경쟁하는 게 일반적이다. 모터스포츠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팀이 등장하는 건 아닌지, 일종의 이벤트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모두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11번째 팀의 정체가 밝혀졌다. 바로 애플 스튜디오 오리지널 영화 〈F1: 더 무비〉에 등장하는 가상의 포뮬러 1 레이싱팀 APXGP다. 영화는 한때 주목받는 유망주였지만 끔찍한 사고로 포뮬러 1에서 우승하지 못하고 한순간에 추락한 드라이버가 다시 레이싱 트랙에 오르며 겪는 갈등과 성장을 그렸다. 2022년 영화 〈탑건: 매버릭〉을 연출한 조셉 코신스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브래드 피트가 주연 소니 헤이즈 역을 맡았다.
실제 레이싱과 영화
코신스키 감독은 관객을 포뮬러 1 세계에 몰입시키기 위해 실제 그랑프리 경주를 배경으로 촬영을 진행했다. 차량도 실제 레이싱카를 사용했다. 생생한 현장감을 위해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포뮬러 원™(이하 메르세데스-AMG) 팀 및 팀의 공식 엔지니어링 파트너인 IWC와도 긴밀하게 협업했다. 당시 팀의 유명 드라이버였던 루이스 해밀턴이 영화 제작에 직접 참여한 건 물론, 팀의 수장인 토토 볼프도 영화 제작에 다양한 의견을 냈다. 영화용 자동차를 제작하는 대신, 레이싱카를 개조해 내부에 촬영 장비를 탑재하자는 것도 볼프의 아이디어였다. 촬영팀은 포뮬러 2 섀시를 기반으로 촬영 장비를 통합해 실제 서킷 위에서 주행하면서도 최첨단 촬영 장비를 실을 수 있는 차량 개발에 성공했다.
IWC 시계도 영화에서 큰 축을 담당한다. 주인공과 다른 드라이버뿐 아니라 피트 크루, 메카닉, 엔지니어 등 포뮬러 1을 구축하는 수많은 구성원이 IWC 시계를 착용한 채 등장한다. 실제 포뮬러 1 경기에서 피트 크루와 기술자들이 파트너사 시계를 착용하는 모습을 반영했다. 코신스키 감독은 “IWC 파일럿 워치는 견고하고 기술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어 피트 크루, 메카닉, 엔지니어에게 잘 어울렸다”고 강조했다. 시계는 캐릭터의 개성을 반영한 중요한 요소로 쓰이기도 했다. 주인공 소니 헤이즈가 대표적인 예다. 코신스키 감독은 “헤이즈는 개성 넘치는 빈티지 워치를 즐길 것 같은 캐릭터”라며 “제랄드 젠타가 디자인한 빈티지 인제니어 SL이 그에게 제격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헤이즈의 아버지가 착용하고, 아들에게 선물했을 것 같은 완벽한 모델이었다는 설명이다. 코신스키 감독은 “IWC는 10년 넘게 메르세데스-AMG 팀의 공식 엔지니어링 파트너로 활동하며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독보적인 신뢰를 쌓았다”며 “IWC와의 파트너십은 자연스러웠고, 영화 전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IWC의 드라이버였던 루이스 해밀턴
IWC와 메르세데스-AMG
IWC는 2004년 메르세데스-AMG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2013년에는 공식 엔지니어링 파트너가 됐다. 포뮬러 1 분야에서 이처럼 오래도록 돈독하게 이어지는 파트너십은 보기 드물다. 특히 메르세데스-AMG가 모터스포츠 분야에 복귀한 거의 직후부터 이어진 관계라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메르세데스-AMG는 수십 년간 포뮬러 1과 떨어져 있었다. 1900년대 초반 메르세데스-벤츠는 높은 기술력으로 이탈리아 마세라티, 알파 로메오와 함께 모터스포츠 강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1930년대에 출시된 머신 W25, W125, W154는 ‘Silver Arrows’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지금까지도 메르세데스-벤츠 기술력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은퇴한 전투기 조종사들이 자동차 경주에 참여하며 지금과 같은 모터레이싱의 모습이 등장했다. 1946년, 최초의 포뮬러 1 경기가 열렸고, 이듬해 챔피언십으로 공식화됐다. 포뮬러 1의 첫 번째 공식 경기는 1950년 영국 실버스톤 서킷에서 개최됐다.
탄력을 받은 메르세데스-벤츠는 1954년 완전히 새로운 경주용 차량인 W196을 내놓았다. 835kg이라는 가벼운 무게에 250마력이 넘는 출력을 자랑하는 8기통 엔진을 탑재한 머신이다. W196으로 수많은 레이스에서 우승을 거머쥔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듬해 머신을 발전시켜 300 SLR을 선보였다. 300 SLR 또한 수많은 레이싱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르망 24시에서 참사가 발생해 운전자와 80명 이상의 관중이 사망하고 말았다. 사고를 계기로 메르세데스-벤츠는 모터스포츠에서 무기한 철수했다.
영화 속 포뮬러 1팀 APXGP의 드라이버 조슈아 피어스. 댐슨 이드리스가 연기를 맡았다.
메르세데스-AMG가 모터레이싱에 복귀한 건 2000년대가 되어서다. 처음에는 모터레이싱 제조업체로 복귀했고, 2010년 시즌에는 포뮬러 1 팀으로 복귀했다. IWC와 메르세데스-AMG는 뛰어난 기술력과 장인정신이라는 공통된 가치 아래 협업을 결심했다. 파트너십을 보여주기 위한 첫 워치로는 인제니어가 선택됐다. IWC의 헤리티지를 보여줄 수 있는 컬렉션이자, 초창기 럭셔리 스포츠 워치를 대표하는 아이템이라는 판단에서다. IWC는 드라이버를 위해 인제니어 SL을 변형한 인제니어 크로노그래프 루이스 해밀턴 vs 니코 로즈버그 에디션을 선보였다.
IWC는 드라이버 장갑에 큼직한 빅 파일럿 워치를 프린트해 올리며 마케팅 업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포뮬러 1 머신과 선수들은 경기 중 높은 중력 가속도를 견뎌야 한다. 높은 압력을 견뎌야 하는 건 물론 경기에 대한 집중도도 높아야 하는 상황에서 손목 위에 실제 시계를 올리는 건 위험한 일이다. 경기 흐름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IWC는 포뮬러 1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장갑에 시계를 프린트해 선수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제품을 효과적으로 홍보했다. 오늘날에도 메르세데스-AMG 선수들의 장갑에서는 IWC 시계가 큼직하게 프린트된 모습을 볼 수 있다.
IWC 인제니어 인제니어 오토매틱 40 그린
IWC는 2023년 인제니어 컬렉션에 대대적인 변화를 줬다. 제랄드 젠타가 디자인한 인제니어 SL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습이다. 인제니어는 클래식한 외관에서 럭셔리 스포츠 워치로의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신제품은 영화 속 소니 헤이즈가 착용한 그린 다이얼 인제니어 워치다. 인제니어 SL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지름 40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넓은 베젤에는 5개의 나사가 올라갔다. 옅은 그린 다이얼에는 인제니어의 시그너처인 그리드 패턴을 더했다. 인덱스와 핸즈, 날짜창의 프레임은 골드 컬러로 꾸려 다이얼과 빈티지하게 어우러진다. 시계 구동은 IWC의 셀프와인딩 칼리버 32111이 담당한다. 오리지널 모델과 마찬가지로 연철 내부 케이스를 적용해 무브먼트를 자기장으로부터 완벽하게 보호한다. 1000개 한정 판매한다.
Ref. IW328908
기능 시·분·초, 날짜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32111, 28,800vph, 120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40mm, 두께 10.7mm, 스테인리스 스틸, 100m 방수, 솔리드백
가격 1850만원
IWC MERCEDES-AMG 파일럿 마크 XX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포뮬러 원™ 팀
IWC는 2025년 포뮬러 1 시즌이 시작 단계에 접어들 무렵, 새로운 팀스태프를 위한 모델이다. 시계는 마크 XX를 기반으로 한다. 전통적인 파일럿 워치의 디자인을 컴팩트하게 풀어냈다. 시계는 지름 40mm 크기에 샌드 블래스트 처리된 티타늄으로 만들어졌다. 매트한 블랙 다이얼 위에 올라간 모든 요소에는 페트로나스 그린 컬러가 적용됐다. 인덱스와 핸즈, 로고, 날짜창까지 모두 팀컬러로 꾸려 강렬한 인상을 자아낸다. 러버 스트랩에도 동일한 컬러가 적용됐다. 내부에는 120시간이라는 견고한 파워 리저브를 자랑하는 인하우스 칼리버 32111이 탑재됐다. 케이스백은 마치 포뮬러 1 머신의 타이어처럼 장식됐다. 가운데에는 메르세데스-AMG 팀 로고를 올려 협업을 기념한다.
Ref. IW328210
기능 시·분·초, 날짜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32111, 28,800vph, 120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40mm, 두께 10.6mm, 티타늄, 100m 방수, 솔리드백
가격 1000만원
IWC APXGP 파일럿 워치 퍼포먼스 크로노그래프 퍼페추얼 캘린더 디지털 데이트-먼스
파일럿 워치 퍼포먼스 크로노그래프 라인업에서 영화를 위한 두 번째 시계가 탄생했다. 퍼포먼스 크로노그래프 라인업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퍼페추얼 캘린더 워치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은 세라타늄®으로 제작됐다. IWC가 독자 개발한 소재로, 가벼운 티타늄과 단단하면서도 스크래치에 강한 세라믹의 강점을 모두 챙겼다. 세라타늄®은 소재 가공 후 가마에서 열처리 과정을 거치며 매트한 블랙 컬러를 띠게 된다. 여기에 광택이 나는 블랙 컬러 세라믹 베젤을 더해 현대적인 이미지를 완성했다. 블랙 다이얼에는 해머링 효과를 줬다. 3시와 9시 방향에는 날짜와 월 디스크를 위한 개구부가 적용됐다. 큼직한 골드 디스크로 날짜와 월을 각각 표시한다. 독특한 디스플레이는 1880년대 IWC의 폴베버 포켓 워치에서 영감을 받았다. 별도의 기어 트레인이 매일 밤 날짜 디스플레이를 한 단계씩 전진시키는 방식이다. 글라스백을 통해 셀프와인딩 칼리버 89802의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다. 더블 폴와인딩 시스템을 적용해 68시간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스켈레톤 로터는 매트한 블랙 컬러로 세련되게 마감됐다.
Ref. IW388801
기능 시·분, 스몰 세컨드, 크로노그래프, 퍼페추얼 캘린더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89802, 28,800vph, 68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43mm, 두께 16.5mm, 세라타늄®, 10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1억2810만원
IWC APXGP 파일럿 워치 퍼포먼스 크로노그래프 41
영화에서 포뮬러 1 팀 APXGP의 드라이버 조슈아 피어스가 착용하고 등장하는 시계다. 연기는 미국 범죄 드라마 〈스노우폴〉로 유명세를 얻은 댐슨 이드리스가 맡았다. 퍼포먼스 크로노그래프 라인업에서 처음으로 골드를 사용한 모델이다. 시계 전체에 블랙과 레드 골드, 화이트 컬러만 사용해 우아하고 차분한 느낌을 자아낸다. 레드 골드 케이스와 크라운, 푸셔는 골드 도금 인덱스 및 핸즈와 함께 블랙 래커 다이얼과 대비된다. 다이얼은 IWC의 시그너처인 수직 레이아웃을 갖췄다. 3시, 6시, 9시 방향에 놓인 카운터는 모두 개별 마감 및 프린팅됐다. 광택이 나는 세라믹 베젤에는 타키미터 스케일이 올라갔다. 시계 구동은 46시간 파워 리저브를 보장하는 셀프와인딩 칼리버 69385가 맡았다. 블랙 틴티드 마감된 글라스백을 통해 코트 드 제네바 및 페를라주 기법으로 마감된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다.
Ref. IW388309
기능 시·분, 스몰 세컨드,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69385, 28,800vph, 46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41mm, 두께 14.7mm, 레드 골드, 10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3870만원
게재호
99호(07/08월호)
Editor
서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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