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09.01

    2025.09.04

까르띠에 프리베 탱크 아 기쉐

까르띠에는 올해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까르띠에 프리베 컬렉션의 주인공으로 탱크 아 기쉐를 공개했다. 시간을 경험하는 방식을 재정의한 시계다.

내용


 

1928년, 까르띠에는 전통적인 시계 제작 문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손목시계를 내놓았다. 그것이 바로 ‘탱크 아 기쉐(Tank à Guichets)’였다. 당시까지 손목시계의 시간 표시 방식은 바늘과 다이얼이라는 질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까르띠에는 다이얼 위의 모든 요소를 지워내고, 단 두 개의 창만을 남겼다. 기쉐가 ‘창’을 뜻한다. 위쪽 창에는 정각마다 순간적으로 숫자가 바뀌는 점핑 아워 디스크가, 아래쪽 창에는 분 단위를 부드럽게 이어가는 드래깅 미니트 디스크가 자리했다. 기계식을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구현한 이 실험적 발상은 1920년대 아르데코 양식과 맞물려 당시 시계 디자인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케이스 상판을 금속으로 완전히 매끈하게 덮은 구조는 내부 무브먼트를 보호하는 동시에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보여줬고, 전면을 새틴 브러시드 처리한 뒤 모서리에만 얇은 폴리시드 베벨을 두른 피니싱은 시대적 세련미와 기능적 보호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까르띠에 프리베 탱크 아 기쉐 플래티넘 리미티드 에디션. Valentin Abad © Cartier


탱크 아 기쉐는 극히 제한된 수량만 제작되어 오늘날까지도 현존 개체가 손에 꼽힌다. 경매 시장에서는 항상 고가에 거래된다. 실제로 1931년 제작된 플래티넘 모델은 2024년 경매에서 44만 8000달러(약 6억 원)라는 기록적인 낙찰가를 남겼다. 1990년대 중반과 2005년에 소규모 복각이 있었지만, 역시 철저히 제한된 숫자에 머물렀다. 오히려 이런 간헐적 부활이 탱크 아 기쉐에 신비성을 더했고, 창의적인 워치메이킹에 대한 까르띠에의 끝없는 도전 정신을 다시금 엿볼 수 있는 사례가 됐다.



1928년 탱크 아 기쉐 오리지널 모델.


까르띠에 프리베라는 역작

오늘날 탱크 아 기쉐의 이름이 다시 부각된 것은 까르띠에 프리베(Cartier Privé) 컬렉션을 통해서다. 까르띠에 프리베는 메종의 역사적 디자인을 오늘의 기술로 되살리는 무대다. 1990년대 말 ‘컬렉션 프리베 까르띠에 파리(CPCP)’가 보여준 장인 정신과 정밀성을 계승해, 2015년부터 매년 하나의 아이코닉 모델을 선정해 한정 생산한다. 첫 번째 모델은 크래쉬였고, 이후 탱크 상트레, 또노, 탱크 아시메트리크, 클로쉬, 탱크 쉬누아즈, 탱크 노말, 똑뛰가 차례로 등장했다. 단순한 복각이 아니라 오리지널 디자인의 핵심 정신을 유지하면서 현대 워치메이킹 기술과 소재, 마감을 통해 한층 높은 완성도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까르띠에 애호가와 수집가들에게는 역사적 아이콘을 현대의 품질로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라 불린다. 올해 까르띠에 프리베의 주인공으로 선택된 모델이 바로 탱크 아 기쉐다.



 

칼리버 9755MC

까르띠에가 탱크 아 기쉐를 위해 개발한 핸드와인딩 무브먼트. 점핑 아워와 드래깅 미니트 윈도로 시간을 표시하는 구조를 위해 맞춤 설계된 전용 엔진이다. 점핑 아워 디스크를 정각마다 순간적으로 전환시키는 점핑 아워 메커니즘과 미니트 디스크를 부드럽게 이동시키는 드래깅 미니트 기능을 결합시켰다. 두께 6mm의 얇은 케이스 안에서 이 기능들이 안정적으로 구현되도록, 까르띠에는 일정하게 축적한 에너지가 정확히 정각에 해제되도록 설계했다. 결과적으로 점핑 아워는 미세한 흔들림 없이 정확하게 창에 맞춰 전환되고, 사용자는 손목 위에서 그 순간을 또렷하게 체감할 수 있다. 진동수는 28,800vph, 파워 리저브는 약 42시간이다.


탱크의 창문으로

2025년, 까르띠에 프리베 컬렉션은 마침내 탱크 아 기쉐를 다시 무대 위로 불러냈다. 탱크 아 기쉐는 옐로 골드, 로즈 골드, 플래티넘의 세 가지 정규 모델과 두 개의 창이 각을 이루는 플래티넘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구성된다. 정규 모델은 1928년 오리지널 디자인을 충실히 따른다. 12시 윈도에 점핑 아워, 6시 윈도에 드래깅 미니트, 수직 새틴 브러시드 상판과 얇은 베벨링 모서리, 그리고 12시 방향에 위치한 크라운까지 그대로 계승됐다. 리미티드 에디션은 점핑 아워 윈도와 드래깅 미니트 윈도가 10시와 4시 방향으로 기울여 배치됨으로써 색다른 리듬감을 선사한다. 케이스는 가로 24.8mm, 세로 37.6mm, 두께 6mm로, 손목 위에서 얇고 우아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크라운은 역사적 디자인을 따라 12시 방향에 위치한다. 방수 기능은 의도적으로 제외됐는데, 이는 드레스 워치이자 역사적 복원의 순도를 유지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디스크 색상은 모델에 따라 달라진다. 옐로 골드는 그린 컬러 트랙, 로즈 골드는 다크 그레이 컬러 트랙, 플래티넘은 버건디 컬러 트랙과 조합됐다. 스트랩 또한 케이스와 어울리는 컬러의 악어가죽이 채택됐다.



칼리버 9755MC를 탱크 아 기쉐 케이스에 장착하는 모습.


전용 칼리버

새롭게 개발된 핸드와인딩 칼리버 9755MC가 탑재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9755MC는 점핑 아워와 드래깅 미니트를 위한 전용 설계를 기반으로, 두께 6mm의 얇은 케이스에 맞춰 무브먼트 구조가 최적화됐다. 점핑 아워의 메커니즘은 스프링에 에너지를 축적했다가 정각에 순간적으로 해제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정각이 되면 점핑 아워 디스크가 한 치의 오차 없이 전환되며, 손목 위에서 ‘찰칵’ 하고 시간이 바뀌는 순간감을 분명히 전달한다. 까르띠에는 칼리버 9755MC의 핵심은 내구성이라 설명했다. 덕분에 얇고 우아한 탱크 아 기쉐는 점핑 아워 메커니즘을 탑재하고도 일상생활 정도는 충분히 버텨낸다.



탱크 아 기쉐의 의미

탱크 아 기쉐는 까르띠에 프리베 컬렉션 속에서 메종의 디자인 언어를 가장 순도 높게 보여주는 사례다. 20세기 초반에 시도한 시간을 읽는 새로운 방법이 21세기 기술과 마감으로 재현됐다. 바늘과 인덱스 없이 금속 표면과 숫자만으로 완성한 시계의 얼굴은 미니멀리즘과 기능미의 교차점에 있다. 정각에 맞춰 순간적으로 바뀌는 시간의 리듬감은 오늘날에도 더없이 신선하다. 전용 칼리버 9755MC는 탱크 아 기쉐의 모든 디테일이 단순한 시각적 기믹(gimick)이 아니라, 구조와 메커니즘까지 포함한 종합적 재해석임을 증명한다. 20세기 초반 시간을 읽는 새로운 방식은 21세기에도 유효하다.



 

까르띠에 프리베 탱크 아 기쉐 옐로 골드 모델. 점핑 아워와 드래깅 미니트 인덱스는 그린 컬러를 적용하고 악어가죽 스트랩과 컬러를 맞췄다.


CARTIER PRIVÉ

까르띠에 프리베 컬렉션



2015년

크래쉬 스켈레톤

까르띠에 프리베 컬렉션의 첫 시작. 크래쉬 워치의 전설은 한 고객이 사고로 파손된 시계를 런던 부티크에 가져오면서 탄생했다. 지금까지도 최상위 수집 대상으로 꼽힐 정도다. 까르띠에는 크래쉬 스켈레톤 워치를 위해 9618MC 칼리버를 특별 제작했다. 브랜드 최초의 셰이프드 무브먼트 중 하나다.



2017년

탱크 상트레

1921년 오리지널 탱크 상트레는 손목을 따라 부드럽게 휘어지는 구조가 특징이었다. 프리베 버전은 오리지널의 슬림한 비례를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현대적인 무브먼트와 마감을 적용해 착용감을 극대화했다. 곡선형 케이스 덕분에 까르띠에 탱크 디자인 언어의 정수를 보여주는 모델로 평가된다.



2019년

또노

1912년에 처음 등장한 또노는 까르띠에가 가장 일찍 선보인 비(非)원형 손목시계 중 하나였다. 2019년 프리베에서는 클래식 투 핸즈 핸드와인딩 모델과 함께, 두 개의 시간대를 표시하는 스켈레톤 듀얼타임 버전까지 공개됐다.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2020년

탱크 아시메트리크

탱크 특유의 직선과 사각형의 균형을 일부러 비튼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다이얼과 케이스 전체가 기울어진 비대칭 구조는 1936년 모델에 기반한다. 프리베 모델은 핸드와인딩 칼리버 1917MC를 탑재하고, 100개 한정 판매됐다.



 

2021년

클로쉬

1920년대 초반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종(Bell) 모양의 시계. 특이하게도 케이스와 다이얼이 90도로 회전되어, 손목 위에서는 옆으로 누운 형태이지만 책상 위에 놓으면 탁상시계처럼 읽히는 구조가 재미있다. 프리베 컬렉션에서는 핸드와인딩 칼리버 1917MC 버전과 스켈레톤 칼리버 9626MC 버전을 함께 선보였다.

2022년

탱크 쉬누아즈

중국 건축의 가로 ‘량(梁)’에서 영감을 받은 1922년 디자인을 재해석했다. 두꺼운 가로 바(Bar)가 케이스 전면을 가로지르며 탱크의 기하학적 구조미를 강조한다. 프리베 버전은 초슬림 핸드와인딩 칼리버 430MC를 탑재했으며, 각 버전마다 150개 한정 제작됐다. 아르데코와 동양적 영감을 절묘하게 결합한 까르띠에만의 미학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2023년

탱크 노말

1917년 처음 제작되어 탱크 워치의 ‘원형’으로 자리 잡은 모델이다. 루이 까르띠에가 전차의 실루엣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이 최초의 탱크는 프리베 컬렉션에서 충실히 재현됐다. 전통적인 브레이슬릿 버전과 더불어,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적용한 현대적 변주도 포함됐다. 프리베 컬렉션으로 등장하자, 탱크의 본질을 다시금 상기시킨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4년

똑뛰

1912년에 등장한 거북(Tortue) 모양 케이스를 계승한 모델이다. 원형도 사각형도 아닌 부드럽게 굽은 쿠션형 실루엣이 특징이며, CPCP 시절에도 사랑받았던 디자인이다. 2024년 프리베에서는 투 핸즈 모델과 함께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가 선보였다. 까르띠에의 기계식 크로노그래프의 유산을 이어가는 동시에, 프리베 컬렉션의 폭넓은 시도를 보여준 사례다.



Valentin Abad © Cartier


2025년

탱크 아 기쉐

두 개의 창을 통해 시간을 표시하는 1928년 오리지널 ‘몽트르 아 기쉐(Montres à Guichets, 창문 시계)’ 콘셉트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옐로 골드, 로즈 골드, 플래티넘 세 가지 정규 버전과 시·분 윈도를 대각으로 배치한 플래티넘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구성됐다. 신형 핸드와인딩 칼리버 9755MC가 탑재됐으며, 까르띠에가 시간 표시를 새롭게 해석했던 과거의 실험적 시도를 21세기에 되살린 작품이다.


1

까르띠에 프리베 탱크 아 기쉐 Ref. WGTA0236

기능 점핑 아워, 드래깅 미니트

무브먼트 핸드와인딩 9755MC, 28,800vph, 42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24.8×37.6mm, 두께 6mm, 플래티넘, 솔리드백


2

까르띠에 프리베 탱크 아 기쉐 Ref. WGTA0234

기능 점핑 아워, 드래깅 미니트

무브먼트 핸드와인딩 9755MC, 28,800vph, 42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24.8×37.6mm, 두께 6mm, 옐로 골드, 솔리드백


3​

까르띠에 프리베 탱크 아 기쉐 Ref. WGTA0235

기능 점핑 아워, 드래깅 미니트

무브먼트 핸드와인딩 9755MC, 28,800vph, 42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24.8×37.6mm, 두께 6mm, 핑크 골드, 솔리드백


4

까르띠에 프리베 탱크 아 기쉐 Ref. WGTA0237 (200개 한정)

기능 점핑 아워, 드래깅 미니트

무브먼트 핸드와인딩 칼리버 9755MC, 28,800vph, 42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24.8×37.6mm, 두께 6mm, 플래티넘, 솔리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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