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라이프스타일]
메르세데스-AMG GT

레이서의 수공예품

내용

GT는 벤츠의 고성능 브랜드 메르세데스 -AMG가 SLS에 이어 두 번째로 자체 개발한 스포츠카다. 이 브랜드의 첫 차 SLS는 희소성과 가격 모두 슈퍼카를 꿈꿨다. 반면 GT는 메르세데스-AMG의 영토를 확장할 첨병이다. 쿠페와 로드스터 두 가지 차체에 V8 4.0L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을 얹고 모델에 따라 출력에 차등을 뒀다.  



 

메르세데스-AMG GT R의 주요 제원

ENGINE 형식 V8 가솔린 트윈터보 배기량 3,982cc

TRANSMISSION 형식 AMG 스피드시프트 자동 7단(듀얼클러치) 굴림방식 앞 엔진, 뒷바퀴 굴림

BODY 형식 2도어 쿠페 구조 알루미늄 합금 모노코크 길이×너비×높이 4,551×2,007×1,284mm 휠베이스 2,630mm

CHASSIS 스티어링 랙앤피니언 서스펜션앞/뒤 모두 더블 위시본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 타이어 앞/뒤 225/55 R 18

PERFORMANCE DATA 0→100km/h 가속 3.6초 최고속도 시속 318km 원산지 독일 가격 미정


고성능 벤츠의 꿈, 메르세데스-AMG


세상엔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 수많은 스포츠카가 있다. 이 틈에서 자신을 부각시키기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누구나 한 판 붙고 싶어 하는 롤 모델이 있다. 포르쉐 911이 대표적이다. 하늘과 땅, 바다에서 최고가 되고 싶어 이마에 세 꼭지 별 새긴 메르세데스-벤츠도 911 킬러를 자청했다. 벤츠의 고성능 브랜드 메르세데스-AMG를 '싸움닭'으로 앞세웠다. 


메르세데스-AMG의 뿌리는 AMG다. 독일어로 '아엠게'라고 읽는다. 레이싱에 푹 빠진 벤츠 엔지니어 한스 베르너 아우프레흐트와 에르하르트 멜허가 1967년 그로사스파후에서 창업했다. AMG는 이 둘의 성과 창업한 지역명의 첫 글자를 조합해 지었다. 이후 AMG는 모터스포츠와 튜닝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럴 듯한 '꽃단장'보다 레이싱 공식에 충실했다. 


1999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두 엔지니어가 미련 없이 사표 던졌던 메르세데스-벤츠가 AMG의 지분 51%를 샀다. 2005년엔 남은 지분을 몽땅 사들여 100% 자회사로 품에 안았다. 벤츠 튜너 AMG가 메르세데스-AMG로 거듭난 순간이었다. AMG의 주된 업무는 벤츠의 모터스포츠 활동 및 고성능 버전 제작. 그러나 AMG의 역할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0년 메르세데스-AMG는 SLS AMG를 선보였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첫 차였다. 벤츠의 전설적 스포츠카 300SL 걸 윙을 계승하는 슈퍼카였다. 2014년 SLS AMG는 다음 세대에 바통을 넘기고 사라졌다. 뉴 페이스는 GT였다. 그런데 SLS의 후속은 아니었다. 성능과 가격 모두 동생뻘이었다. 그리고 메르세데스-AMG의 영토 확장을 꿈꾸며 태어난 첨병이었다. GT는 메르세데스-AMG의 간판 스포츠카다. 2014년 데뷔했으니 쟁쟁한 라이벌과 비교하면 역사를 운운하기엔 머쓱하다. 그러나 GT는 무서운 기세로 기존 스포츠카의 영토를 장악하고 있다. AMG GT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모델이 아니다. 광기 어린 속도 경쟁을 벌이던 과거 다임러 벤츠 경주차의 유전자를 오롯이 물려받은 주인공이다. 


비율에 대한 집착


"비율이 전부인 차예요." 지난 2014년, 메르세데스-AMG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치른 GT 시승회 때 만난 벤츠 익스테리어 디자인 총괄 로버트 레스닉은 GT를 이렇게 정의했다. 20세기 초, '실버 애로우'라는 애칭으로 이름 날린 벤츠 레이스카의 비율을 고스란히 재현했다는 뜻이다. 그는 '벤츠 디자은은 비율→표면→디테일 순서로 완성한다."고 설명했다. 


로버트 레스닉은 "현재 벤츠는 '극단적인 곡면' 테마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GT 표면에서 날카로운 그림자를 드리운 선을 찾아볼 수 없는 이유다. 그는 형뻘인 SLS와 GT 사이엔 공통점이 많다고 했다. "일단 크기가 비슷해요. GT는 SLS보다 오버행과 휠베이스가 50mm씩 짧을 뿐이죠. 너비는 똑같아요. 높이는 지붕이 봉긋 솟은 GT가 2~3cm 높고요."


하지만 그는 "성향이 다르다."고 말한다. "가격으로 봤을 때 SLS는 슈퍼 스포츠카였어요. 반면 GT는 스포츠카지요. SLS의 후속도 아니고요. 그래서 걸 윙 도어(갈매기 날갯짓하는 것처럼 여닫는 문)를 계승하지 않았어요." GT를 디자인하는 덴 3년 걸렸다고 밝혔다. 보통 벤츠의 신차 디자인 기간은 4년. 반면 GT는 1년이나 앞당겼다. 여기엔 사연이 있었다.  

내용

썸네일 이미지

메르세데스-AMG는 GT 라인업을 적극적으로 늘려가는 중이다. 지붕을 벗길 수 있는 로드스터 버전도 선보였다. GT 특유의 우아한 비율을 보존하기 위해 철판 대신 직물 지붕을 씌운다.

썸네일 이미지

GT는 앞뒤 표정이 사뭇 다르다. 앞에서 알짱대는 차에겐 사나운 표정으로 위협하고, 선선히 차선 내주고 뒤따르면 차는 온화한 표정으로 다독이는 느낌이다.

내용

"메르세데스-AMG가 이번 모델은 예산이 많지 않으니 4~5개의 안을 만들 필요 없이 딱 하나만 그려달라고 주문해 왔어요. 우리로서도 좋았죠. 여러 안 준비하느라 시간 투자할 필요 없으니까요. 대신 위험부담이 아주 컸지요. 최종 승인을 담당하는 회사 임원이 거부하면 해당 프로젝트가 말짱 도루묵 될 수 있으니까요. 다행이 GT는 흔쾌히 승인받았어요."


'코가 길어진 피노키오'. 미국의 디자인 컨설턴트 로버트 쿰버포드는 <오토모빌>에 연재 중인 디자인 비평에서 GT의 보닛을 이렇게 묘사했다. "너무 긴 보닛 때문에 비율이 어색해졌다"고도 주장했다. 물론 단서도 달았다. "이 차에 대한 인식은 시간이 더 흐른 뒤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이 디자인을 이해했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슬그머니 덧붙였다. 



전투적인 분위기의 인테리어


사실 GT를 사진으로 봤을 땐 너무 밋밋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보면 그렇지 않다. 까마득히 뻗은 노즈와 쫑긋 끊어 붙인 힙의 조화가 예술이다. 차체 표면은 물수제비 뜰 때 쓰는 조약돌처럼 매끄럽다. 실내 디자인은 매끈한 외모와 대조적이다. 면과 선이 과감히 가로지른다. 입체적인 데다 번쩍이는 부품도 많아 굉장히 현란하다. 호기심을 자극한다. 


GT의 도어는 일반적인 스윙(여닫이) 방식이다. 레스닉에게 배경설명을 들은 터였지만 여전히 아쉬웠다. 과감히 걸 윙 도어를 붙였다면, 포르쉐 911에게 결정적으로 한 방 먹이고 시작했을 텐데.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경우다. 실내 공간은 웅장한 보닛과 대조적이다. 빠듯하다. 그나마 천장에 씌운 유리가 막힌 숨통을 조금이나마 틔워준다. 


기어 레버는 조막만 하다. 바이 와이어(by wire) 방식이다. 주차와 전진, 후진, 중립으로 나뉜다. 살짝 위로 뽑아 오르내려야 한다. 조작감이 가볍고 단계가 뚜렷하지 않아 처음엔 퍽 낯설다. D컷 스티어링 휠은 림을 울룩불룩 주물러놨다. 손아귀에 딱 맞는다. 시트는 버킷 타입. 걱정보단 편안하다. 가운데 부위엔 알칸타라를 씌워 일단 앉으면 꿈쩍 않고 고정된다. 



실내는 동그라미 천지다. 송풍구도, 변속기 좌우의 다이얼도 온통 원이다. 게다가 반짝이는 부품이 많아 호기심을 한껏 자극한다. 

내용

썸네일 이미지

GT 시리즈는 V8 4.0L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을 세로로 얹고, 뒷바퀴를 굴린다. 이 한 가지 유닛으로, 모델에 따라 476~585마력을 맨다. 변속기는 듀얼클러치 방식 자동 7단이다.

썸네일 이미지

스포츠카가 마음껏 달리려면, 언제든 멈처 세울 수 있는 고성능 브레이크가 필수다. 메르세데스-AMG GT의 브레이크가 딱 그런 경우다. 휠 안쪽을 가득 채운 캘리퍼는 언제 봐도 믿음직스럽다.

내용

예상대로 시야는 빠듯하다. 시트를 웬만큼 높이지 않는 이상 보닛 끝은 가늠하기 어렵다. 뒷유리도 납작하다. 그런데 철옹성에 둘러싸인 듯한 느낌이 싫지만은 않다. 스포츠카니까 기꺼이 참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사이드 미러는 큼직하다. 기어 레버를 D로 옮기고 가속 페달을 툭 치면 GT는 묵직하게 발걸음을 뗀다. 뻑뻑한 움직임에 서늘한 긴장이 몰려온다. 


운이 좋게도 메르세데스-AMG GT를 경험할 기회가 많았다. 2014년 데뷔 직후 메르세데스-AMG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치른 시승회 때 누구보다 먼저 운전대를 쥐었다. 지난달엔 독일 빌스터베르크 서킷에서 메르세데스-AMG GT 시리즈의 꼭짓점 GT R을 몰았다. GT 시리즈를 몰 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다.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메르세데스-AMT GT 패밀리카의 꼭지점은 GT R이다. 편의장비를 더한 레이싱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구성이나 운전감각 모두 전투적이다. 


'레이서의 수공예품', AMG GT 패밀리


AMG GT는 2014년 데뷔 이후 세를 키워가는 중이다. GT와 GT S로 시작해 지붕을 벗길 수 있는 GT와 GT C 로드스터를 더했고, GT R로 방점을 찍었다. GT 패밀리는 코드네임 M178의 V8 4.0L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을 얹고 모델별로 출력에 차등을 뒀다. 476 마력을 내는 GT를 시작으로, GT S는 522마력, GT C는 557마력, GT R은 585마력을 낸다. 


터보차저는 실린더 뱅크 사이에 넣었다. 공간을 아끼고 효율은 높이기 위해서다. 터보차저는 18만6,000rpm까지 돈다. 이때 최대 1.2바의 압력으로 엔진에 공기를 쑤셔 넣는다. 같은 배기량의 자연흡기 엔진보다 2.3배 더 많은 공기를 퍼붓는 셈이다. 참고로, GT3는 터보차저를 금지한 경기 규정에 맞춰 V8 6.2L 자연흡기 엔진을 품고 622마력을 낸다. 


메르세데스-AMG의 원칙에 따라 기술자 한 명이 엔진 한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조립한 뒤 자기 이름을 새긴다. GT 패밀리의 변속기는 듀얼 클러치 방식의 AMG 스피드시프트 7단. 최신 터보 엔진답게 반응은 빠르되 신경질적이지 않다. 힘은 펄펄 끓는다. 가령 GT R의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3.6초에 불과하다. 최고속도는 시속 318km다. 


GT는 레이싱카 제작 공식에도 충실하다. 가령 보닛엔 엔진, 뒤 차축엔 변속기와 구동축을 물려 앞뒤 무게를 47:53에 맞췄다. 차체 무게의 93%는 알루미늄이다. 섀시는 알루미늄 합금, 크렁크 뚜껏은 주철, 차체 앞부분은 마그네슘을 썼다. 골격 무게는 231kg. 엔진이 209kg인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가벼운지 알 수 있다. 심지어 프로펠러 샤프트도 카본이다. 


GT 시리즈는 911의 대척점에 있다. 비율뿐 아니라 성향까지 완벽한 경주차를 꿈꾼다. 단서는 붙는다. 정교하고 섬세한 운전이 뒷받침돼야 한다. 대충 몰아도 기분 우쭐하게 만드는 911과 가장 큰 차이다. 메르세데스-AMG는 GT를 "레이서의 수공예 작품(Handcrafted by Racer)"이라고 정의한다. 한번만 몰아보면, 무슨 말인지 단박에 피부에 와 닿는다. 

태그
#메르세데스-벤츠#벤츠#AMG#Mercedes-AMG#GT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밴드

댓글목록 0

댓글작성

recommend

배너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