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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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 엘 프리메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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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 데피 엘 프리메로 21.



제니스가 1969년 1월 10일에 소개한 엘 프리메로 칼리버는 셀프와인딩 방식으로 작동하는 최초의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였다. 하지만 제니스만이 이 도전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3개의 개발팀이 세계 최초의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를 만들기 위해 분투하고 있었다. 이 드라마틱한 상황은 마치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을 두고 미국과 소련이 벌인 경쟁을 연상시켰다.


제니스가 첫 번째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공급한 시기는 1969년 가을이다. 세이코는 같은 해 5월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6139를 탑재한 세이코 5 스피드타이머를 시장에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브라이틀링과 호이어-레오니다스, 뷰렌, 뒤부아 데프라가 연합한 세 번째 팀도 1969년 칼리버 11을 시장에 선보였다. 흥미롭게도 세 팀의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는 모두 구조가 달랐다. 호이어와 뷰렌의 개발팀은 마이크로 로터가 있는 모듈 칼리버 위에 캠과 스윙 피니언을 갖춘 크로노그래프 추가 모듈을 결합하는 간단한 생산 방식을 택했다. 반면, 칼럼 휠과 현대적인 수직 클러치를 통합한 세이코 크로노그래프는 기술적으로나 기능적으로 과감한 시도였다. 이에 비해 제니스 엘 프리메로는 전적으로 크로노그래프의 혈통을 따라 칼럼 휠과 수평 클러치 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에 시각적으로도 보여줄 것이 가장 많았다. 3개의 칼리버 중 엘 프리메로만 유일하게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이기도 하다.


엘 프리메로에 고진동 밸런스를 적용하는 작업도 대단한 일이었다. 엘 프리메로의 밸런스는 여전히 36,000vph로 빠르게 진동하며, 덕분에 엘 프리메로 크로노그래프는 1/10초까지 정확하게 잴 수 있다. 게다가 지름 29.33mm, 두께 6.5mm의 엘 프리메로 칼리버는 가장 작고 얇은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이기도 했다. 따라서 활용도가 매우 높았다. 제니스는 ‘엘 프리메로’를 처음부터 칼리버뿐만 아니라 시계의 이름으로도 사용했다. 대부분의 제니스 시계 다이얼에서 그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엘 프리메로가 성공적으로 출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계 업계에는 쿼츠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더 저렴하고 더 정확한 전자 시계가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으며, 기계식 시계의 존재 이유에 의문을 제기하던 시절이었다. 대부분의 기계식 시계가 폐기될 운명에 처했고, 제니스 엘 프리메로도 하마터면 영영 사라질 뻔했다. 1975년 제니스 소유자가 엘 프리메로에 대한 모든 도안과 공구, 그리고 부품을 폐기할 것을 명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발자 찰스 베르모는 이 명령을 거역하고 엘 프리메로에 대한 모든 것을 매뉴팩처 지붕 아래 다락방에 몰래 숨겨두었다. 그의 기지 덕분에 1987년에 들어서 서서히 기계식 시계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제니스는 신속하게 엘 프리메로 칼리버를 다시 제조하고 시계를 생산할 수 있었다.



롤렉스의 러브콜
새로운 시작의 또 다른 이유는 롤렉스에 있다. 롤렉스가 제니스에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칼리버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엘 프리메로는 1988년부터 롤렉스의 첫 번째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모델인 데이토나에 탑재됐다. 대신 제니스는 진동수를 28,800vph로 낮추는 등 롤렉스가 요구한 대로 엘 프리메로를 수정했다. 둘의 협업은 롤렉스가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칼리버를 자체 개발 및 생산한 2000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끝났다. 그 이후에도 제니스는 엘 프리메로 칼리버를 특정 브랜드에 공급했다. 물론 같은 LVMH 그룹에 속한 위블로와 불가리에 우선권을 주었다.

제니스 시계는 부분적으로 옛 매력을 유지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디자인과 기능 면에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 결과 풀 캘린더와 퍼페추얼 캘린더, 그리고 플라이백과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가 탄생했다. 2005년에는 엘 프리메로 베이스 무브먼트에 미니트 리피터, 분 단위의 정확한 알람, 빅 데이트, 듀얼타임, 그리고 두 개의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장착한 그랜드 클래스 트래블러 미니트 리피터 모델을 출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시계에 탑재한 무브먼트는 엘 프리메로의 가장 복잡한 버전으로, 총 부품수가 무려 744개에 달했다.


2011년에는 여행자를 위해 복잡한 기능을 더한 파일럿 더블매틱이 탄생했다. 알람과 월드타임, 그리고 빅데이트를 엘 프리메로 칼리버와 결합한 모델이다. 알람 시간은 끝에 붉은색으로 포인트를 준 추가 핸드로 설정할 수 있었다. 그러면 9시 방향 윈도 안에 초록색 종 모양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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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층권에서의 점프를 위한 엘 프리메로 스트라토스 플라이백 스트라이킹 10th 크로노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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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바움가르트너는 성층권에서 뛰어내리는 도전을 할 때 엘 프리메로 시계를 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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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에 출시한 첫 번째 엘 프리메로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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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프리메로 베이스 칼리버에 알람과 월드타임, 그리고 크로노그래프를 추가한 파일럿 더블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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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그래프가 없는 크로노그래프
심지어 크로노그래프 기능이 없는 엘 프리메로가 나오기도 했다. 그것이 엘 프리메로 시놉시스 모델로, 크로노그래프 메커니즘을 완전히 제거한 대신 두께는 더 얇았다. 그래도 36,000vph의 고진동은 그대로였다. 현대의 제니스 시계가 거의 그렇듯, 엘 프리메로 시놉시스 모델도 글라스백을 적용했다. 하지만 엘 프리메로 크로노그래프보다는 볼거리가 적을 수 밖에 없었다.


크로노그래프 기능이 없는 엘 프리메로 시놉시스.

지금 제니스에는 크로노마스터 엘 프리메로 그랜드 데이트 풀 오픈 모델의 것처럼, 빅 데이트와 문페이즈를 장착한 엘 프리메로 무브먼트도 있다. 한편, 크로노마스터 엘 프리메로 투르비용 스켈레톤의 엘 프리메로 칼리버에는 투르비용을 적용했다.스켈레톤이나 오픈워크 방식으로 처리한 다이얼은 여전히 인기가 많다. 또한 기존 엘 프리메로 모델의 회색, 검은색, 파란색 세 가지로 이루어진 서브 다이얼도 호응이 좋았다. 심지어 레트로 디자인으로 인기를 얻은 파일럿 시계인 브론즈 케이스의 파일럿 타입 20 크로노그래프 엑스트라 스페셜도 엘 프리메로 칼리버를 탑재했다.


2012년 지상에서 40km 떨어진 성층권에서의 스페이스 점핑에 성공한 펠릭스 바움가르트너 덕분에도 엘 프리메로는 유명세를 탔다. 그를 후원한 레드불의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 흥미로운 이벤트를 생중계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때 펠릭스 바움가르트너는 스페이스 점핑에 맞추어 제니스가 특별히 개발한 엘 프리메로 스트라토스 플라이백 스트라이킹 10th 크로노그래프를 여압복 위에 착용했다. 1969개 한정 생산한 이 모델에 플라이백 메커니즘 외 1/10초 단위로 측정할 수 있는 인디케이터를 적용하기 위해 제니스는 혁신적인 기능을 개발했다. 크로노그래프 초침이 60초 대신 10초에 한 바퀴씩 회전하도록 했고, 다이얼 플랜지에도 1/10초 단위를 표기한 것이다.

 


수많은 컴플리케이션 영역으로 확장한 엘 프리메로 중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은 문페이즈와 투르비용, 그리고 빅데이트가 전부다.

 스켈레톤 방식으로 처리한 크로노마스터 엘 프리메로 투르비용 스켈레톤.


​엘 프리메로 풀 캘린더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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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제니스 엘 프리메로의 컬러를 보여주는 엘 프리메로 클래식 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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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블로의 스피릿 오브 빅뱅은 엘 프리메로 칼리버를 탑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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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바, 롤링스톤즈, 그리고 레인지로버
제니스는 쿠바의 시가 제조업체 코이바와 록밴드 롤링스톤즈에 이어 최근 럭셔리 SUV로 손꼽히는 영국의 레인지로버와 협업 관계를 맺었다. 특별 한정판 엘 프리메로 크로노마스터 1969 롤링스톤즈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혀 심벌로 다이얼을 장식했다. 또한 이 모델의 오픈워크 서브 다이얼은 디자인과 기능의 만남이라 할 수 있다. 푸른색을 띠는 실리콘 소재 앵커와 이스케이프먼트 휠은 보기에도 독특할 뿐 아니라 부품의 마찰을 줄여주는 역할도 한다.



​엘 프리메로 크로노마스터 1969 롤링스톤즈 헌정 모델은 250개만 생산했다.


레인지로버와 협업한 엘 프리메로 모델은 이미 두 개나 있다. 그중 가장 최신 모델은 레인지로버의 새로운 쿠페형 SUV를 따라 레인지로버 벨라라고 명명했다. 케이스는 레인지로버의 차체처럼 알루미늄 소재며, 흠집에 강한 검은색 무광 세라믹으로 코팅했다. 또한 로터에도 레인지로버라고 각인했다. 스트랩은 겉면에 송아지 가죽을 덧댄 천연 고무 소재다. 레인지로버 벨라의 내부 장식에서 착안해 스트랩에도 유니언잭 모양으로 작은 구멍 장식을 뚫었다.

레인지로버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크로노미터 엘 프리메로 레인지로버 벨라.


그렇다면 엘 프리메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LVMH 그룹의 수장인 장 클로드 비버는 작년에 소개한 엘 프리메로 9004 칼리버가 엘 프리메로의 새로운 밀레니엄이라고 말했다. 이 칼리버를 처음으로 탑재한 시계의 이름 역시 데피 엘 프리메로 21이다. 엘 프리메로답게 크로노그래프의 작동 안정성은 여기서도 어김없이 향상했다. 이제 무려 1/100초를 측정할 수 있다.


무브먼트에는 시간과 크로노그래프를 위해 서로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핸즈와 기어트레인이 있으며, 이스케이프먼트 시스템도 각각 분리해 적용했다. 시간을 담당하는 밸런스 휠이 36,000vph로 작동하는 반면, 크로노그래프를 위한 밸런스 휠은 매우 빠른 360,000vph로 작동한다. 따라서 끝이 빨간 크로노그래프 초침은 1초에 한 바퀴 회전하며 1/100초를 측정하고, 6시 방향의 카운터에서 초를, 3시 방향 카운터에서 분을 기록한다. 초고진동으로 작동하는 크로노그래프에 동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크로노그래프의 파워리저브는 최대 50분이다. 데피 엘 프리메로 21은 현대적인 스켈레톤 버전 외에도 색상 대비가 인상적인 카운터와 케이스의 생김새가 1969년에 출시한 첫 번째 엘 프리메로를 연상시키는 버전도 마련했다.



완전히 새로운 엘 프리메로 칼리버를 탑재한 데피 엘 프리메로 21은 1/100초까지 측정할 수 있다.



문의 제니스 02-3479-6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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