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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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HH 2019 리포트 - 에르메스

내용

올해 두 번째 SIHH를 치른 에르메스는 지난해와 확실히 달랐다. 처음이 탐색전이었다면 두 번째는 본격전이다.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전문성과 함께 고유의 색을 드러냈다. 이름 높은 워치메이커와 손잡고 올해 SIHH에서 손에 꼽을 만한 컴플리케이션을 선보이는가 하면, 산업 디자이너와 함께 디자인한 새로운 컬렉션도 마련했다. 스카프의 그림을 미니어처 페인팅으로 재해석하는 메티에 다르 컬렉션 역시 빼놓으면 섭섭하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번 새로운 작품으로 에르메스의 예술성을 드높인다.





아쏘 레흐 드 라 룬 

에르메스 워치메이킹과 오푸스 10을 개발한 장 프랑수아 모종의 만남. 기발한 아이디어와 메커니즘을 추구하는 둘의 성향이 만나 기존과 결이 다른 새로운 문페이즈 워치가 탄생했다. 무브먼트 설계를 맡은 장 프랑수아 모종은 제작에 있어 기존 에르메스 무브먼트를 베이스로 서브 다이얼이 회전하는 오푸스 10의 메커니즘을 활용했다. 그래서 시간과 날짜를 각각 표시하는 두 개의 서브 다이얼이 59일에 한 번씩 회전하며 남반구(12시 방향)와 북반구(6시 방향)의 문페이즈를 동시에 표시한다. 각각의 달은

자개로, 배경이 되는 메인 다이얼은 운석 또는 어벤추린으로 만들었다.


Ref. AR1.890.740/MM881(100개 한정)

기능 시·분, 날짜, 문페이즈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H1837(문페이즈 모듈 추가), 28,800vph, 42스톤

케이스 지름 43mm, 화이트골드, 30m 방수, 글라스백




갤롭 데르메스

완전히 새로운 컬렉션으로서 산업 디자이너 이니 아르키봉이 함께 했다. ‘미래지향적 라인에 빛의 반사를 최대한으로 활용한 디자인을 추구했다’는 그의 말처럼, 갤롭 데르메스는 둥그스름한 마름모꼴 케이스에 비대칭 러그의 아래쪽은 마구의 등자처럼 와이어 형태로 제작했다. 오팔 다이얼에 주얼리 세팅 모델과 골드 버전도 있다.


Ref. GA1.210.220/ZZ8C

기능 시·분

무브먼트 쿼츠

케이스 26×40.8mm, 스테인리스스틸, 30m 방수, 솔리드백




아쏘 아우우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나오는 메티에 다르 컬렉션은 에르메스의 또 다른 자랑이다. 스카프의 그림을 밀리미터의 공간으로 소환해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 올해는 밤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늑대를 에나멜링으로 묘사했다. 밤하늘의 별과 늑대의 털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표현한 정교함이 돋보인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사실주의를 위해 여러 단계의 말리고 굽는 과정을 반복했다고 한다.


Ref. AR8.790.115/MM88

기능 시·분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H1837, 28,800vph, 28스톤, 50시간 파워리저브

케이스 지름 41mm, 화이트골드, 30m 방수, 글라스백

내용



장 프랑수아 모종

JEAN-FRANÇOIS MOJON

1966년 프랑스 출신의 워치메이커. 스와치 그룹과 IWC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며 기반을 마련했다. 2005년에 자신의 회사 크로노드(Chronode SA)를 설립해 독특한 컴플리케이션 무브먼트에 특화된 기술력을 갈고 닦았다. 명성을 얻게 된 건 2010년, 기발한 컴플리케이션으로 이름 높은 해리 윈스턴 오푸스 시리즈의 10번째 제품을 개발하면서부터다. 이후 MB&F LM 시리즈와 HYT H1 제작에도 참여하는 등 남다른 워치메이킹을 통해 고유의 영역을 구축했다.




서브 다이얼 부착 전의 아쏘 레흐 드 라룬. 




| 아쏘 레흐 드 라룬과 같은 컴플리케이션을 만들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아쏘 레흐 드 라룬은 3년 전 에르메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필립 델호탈과의 만남에서 비롯했다. 그후 본격적으로 작업에 돌입했는데, 처음은 에르메스의 감성에 맞는 달을 구상한 것에서 시작했다. 달 표현 방식에 있어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했고, 결국 문페이즈 메커니즘을 다이얼 중앙에 배치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 문페이즈 워치인데 당신의 대표작인 오푸스 10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회전하는 서브 다이얼 같은 것 말이다.

관찰력이 좋은 것 같다. 위성처럼 떠다니는 서브 다이얼과 같은 메커니즘은 오푸스 10과 유사하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설계했다. 먼저, 달의 위치를 아래위로 고정하고, 특정한 형태의 틀로 이루어진 위성(서브 다이얼)이 59일에 걸쳐 메인 다이얼을 한 바퀴 회전하며 달의 주기를 두 번 표시하는 구조로 만들었다. 이러한 모든 움직임은 베이스 무브먼트 H1837에서 비롯한다. 미니트 휠이 모듈의 각종 휠과 맞물려 서브 다이얼로 연결되고, 특별한 기어 장치를 통해 분과 함께 시를 표시한다.



| 특별한 장치라 하면. 

모듈의 중앙에 위치해 서브 다이얼과 연결된 휠이다. 어떤 포지션에서든 시간 표시 기어트레인과 맞물려 달의 주기에 맞춰 작동한다. 그리고 서브 다이얼의 방향은 항상 위를 향한다. 가령, 시간 표시 다이얼의 에르메스 로고는 수평으로 언제나 위쪽에 위치한다. 바깥쪽 링에 서브 다이얼의 위치를 계속해서 조정하는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날짜는 자정에 넘어가고, 문페이즈는 02:30~03:00 사이에 작동한다. 시간 차이를 둔 건 둘 다 점핑 방식으로 작동하기에 에너지 사용을 분산한 것이다. 만약, 같은 시간대에 동시에 움직인다면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은 물론 오작동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시계 케이스가 생각보다 좀 두껍다.

알다시피 이러한 모듈을 추가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에게도 큰 관건이었고 적정 수준으로 최대한 맞춘 것이다. 두껍지만 케이스 직경 대비 비율은 괜찮다.



| 풀 로터의 H1837보다 마이크로 로터의 H1950을 사용했다면 두께를 좀 더 줄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좋은 지적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파워리저브를 고려했다. 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메커니즘 때문에 H1950보다 8시간 더 긴 파워리저브를 지원하는 H1837을 선택했다.



| 새로운 무브먼트 설계에 있어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두께다. 구조상 메인 플레이트부터 모듈까지 전체 무브먼트의 층이 높아진다. 그리고 다이얼을 포함해 각종 부품을 지지하는 틀이 있기에 케이스가 두꺼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를 감안하고서라도 최대한 얇게 만드는 게 우리의 과제였다. 두께 외에 고려했던 또 다른 부분은 충격 대비다. 두 서브 다이얼을 이루는 커다란 틀은 비중이 크고 많은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충분히 견고해야 한다. 그래서 충격으로부터 이 부분을 보호하기 위해 고정의 용도로 추가적인 검은색 링을 사용했다.



| 초침을 생략했다. 독특한 구조 때문인가. 

앞서 말한 첫 번째 과제와 연관된다. 두께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건 아니다. 이미 오푸스10을 통해 서브 다이얼에 스몰 세컨드를 사용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아쏘 레흐 드 라룬 역시 충분히 초침을 둘 수 있지만, 사용하게 되면 시계가 두꺼워진다. 그리고 에너지 소비도 많기에 굳이 초침을 사용해야 할 큰 이유가 없었다.



| 두 번째 다이얼이 날짜 인디케이터 대신 듀얼 타임을 표시해도 좋았을 것 같다. 

맞다. 그럼에도 날짜 기능을 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이 시계의 핵심인 문페이즈와 기능적으로나 메커니즘적으로 연관되기에 날짜 인디케이터가 필요했다.



| 에르메스와 다시 한번 작업한다면, 도전해보고 싶은 컴플리케이션이 있나.

나와 크로노드(Chronode)가 원하는 것은 중요치 않다. 에르메스 같은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브랜드를 위해 더 많이 교류하고 같이 일하며 최적의 무브먼트와 방향성을 찾는다. 앞으로의 협업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이 그들을 이해하고, 브랜드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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