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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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T EFFECTIVENESS

내용


불황의 그늘이 드리운다고 해서 시계 애호를 중단할 수는 없는 법. 지금이야말로 시계의 본질이 더욱 철저하게 드러나는 때다. 궁극의 가격 대비 성능을 추구하는 250만원 이하의 시계들. 

에디터 유현선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는 소비가 크게 위축되었다. 시계 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감염자가 확산하며 문을 닫는 작업장이 속출했고, 생산 능력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다행히 백신 개발에 발맞춰 전 세계 각국은 팬데믹을 타개하기 위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고, 시계 시장도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했다. 신제품을 판매하는 1차 시장은 물론 중고를 거래하는 2차 시장에서도 시계 가치는 급상승했다. 당시 ‘성배’라 추앙받던 몇몇 시계는 리테일가의 곱절에 달하는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였다. 이윽고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엔데믹이 선포되자 시장은 하향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한 조치로 인해 금리는 가파르게 상승했고, 이자 부담이 커진 소비자는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를 견디기 위해 아이러니하게도 팬데믹 초창기처럼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나갔다. 이런 시기에는 자연히 가격 대비 성능비가 높은 물건이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시계도 마찬가지. 디자인, 무브먼트, 퍼포먼스까지 가격대가 믿기지 않는 제품을 선별했다.





 

50만원

SEIKO

세이코 5 SRPK33K1

지금 소개하는 시계의 가격이 말해주듯, 세이코에게 불경기는 되레 호재다. 심지어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보급형 애플워치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시계의 주요 스펙은 가격을 상회한다. 셀프와인딩 칼리버 4R36은 오랜 생산 기간을 거치며 방대한 노하우를 축적해 뛰어난 안정성과 실용성을 확보했다. 하루 오차 범위가 ±30초로 다소 넓지만 가격대를 고려하면 포용할 수 있는 수치다. 높이 솟은 다이버 베젤은 옆면에 또렷하게 홈을 내 조작성을 고려했고 케이스는 글라스백 사양에 100m 방수를 구현해 퍼포먼스와 심미성을 동시에 추구한 점도 눈에 띈다. 지름 38mm의 적당한 사이즈, 상큼한 터콰이즈 다이얼 위의 골드 핸즈까지, 트렌드도 빈틈없이 따랐다.

Ref. SRPK33K1 기능 시·분, 날짜, 요일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4R36, 21,600vph, 24스톤, 40시간 파워리저브 케이스 지름 38mm, 스테인리스 스틸, 10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50만원





100만원 

TISSOT

PRX 파워매틱 80

1970년대를 관통하는 스포츠 워치 코드의 하나는 케이스 일체형 브레이슬릿이었다. 몇 년 전과 달리 럭셔리 스포츠 워치의 가치가 급등하면서 그 위상이 달라졌다. 티쏘 역시 아카이브에서 스포츠 워치 하나를 찾아냈다. 정확함(Precise), 튼튼함(Robust), 그리고 10기압(100m 방수)을 뜻하는 로마 숫자 ‘X’를 이름으로 쓴 시계, 바로 PRX였다. 평평한 배럴형 케이스에 유연한 링크를 단 일체형 브레이슬릿 같은 흥행 조건은 이미 갖춰져 있었다. 티쏘는 트렌드를 기민하게 파악해 와플 패턴 다이얼과 아이스 블루 컬러를 반영하고, 80시간 파워리저브가 가능한 파워매틱 80 라인업을 구축했다. 가격은 정확하게 100만원(2024년 2월 기준). 결과는 성공 그 이상이었다. 티쏘 CEO 실방 돌라에 따르면 초기 생산량을 20배로 늘려야 할 정도였다고. PRX의 소장 가치는 이미 판매량으로 검증한 것이나 다름없다.

Ref. T137.407.11.351.00 기능 시·분·초, 날짜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Powermatic 80, 21,600vph, 25스톤, 80시간 파워리저브 케이스 지름 40mm, 스테인리스 스틸, 10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100만원






126만원 

MIDO

멀티포트 M

100만원 초반의 드레스 워치는 흥행을 보증하는 장르다. 그만큼 달성 난이도도 높다. 시계 가격이 나날이 상승하던 시절에도 묵직하게 자리를 지킨 덕분에 100만원 초반의 미도 드레스 워치는 대부분 절대우위를 점하고 있다. 미도 멀티포트 M은 비슷한 가격대의 드레스 워치와 달리 모던하다. 선배격의 모던 드레스 워치 가격대가 높아지자 자연스레 멀티포트 M이 나선 것. 구성이 상대적으로 단출한 드레스 워치에서 영리하게 개성을 드러낼 줄도 안다. 세로 헤어라인 마감한 그러데이션 다이얼에 양각이 아닌 음각 인덱스로 풍부한 입체감을 연출했고, 미니트 인덱스는 깔끔하게 플린지로 격리했다. 스와치그룹에서 공유하는 셀프와인딩 칼리버 80은 항자성을 갖춘 니바크론 밸런스 스프링에 80시간 파워리저브를 제공해 미도 멀티포트 M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

Ref. M038.430.11.051.00 기능 시·분·초, 날짜, 요일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80, 21,600vph, 25스톤, 80시간 파워리저브 케이스 지름 42mm, 스테인리스 스틸, 10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126만원





140만원 

HAMILTON

카키 에비에이션 파일럿 데이 데이트 오토 42mm

해밀턴 파일럿 워치의 역사는 1918년 미국의 대륙 횡단 항공 우편 서비스에서 시작했다. 이런 항공 헤리티지가 카키 에비에이션으로 이어졌고, 그중 카키 에비에이션 파일럿 데이 데이트는 초기 군용 파일럿 워치 ‘B-우렌 타입 B’의 디자인 코드를 따르고 있다. 올해 리뉴얼을 거친 지름 42mm 모델은 미니트 인덱스를 강조한 특징을 계속 유지하면서, 다이얼 세부를 정돈하는 동시에 전체적인 입체감을 끌어올렸다. 올리브 그린 컬러 다이얼은 밀리터리 느낌을 물씬 풍긴다. 남녀 모두 착용할 수 있는 지름 36mm 모델에서는 빛이 들어오는 각도에 따라 바이올렛 컬러로도 보이는 블루블랙 컬러의 다이얼이 ‘킬링 아이템’. 공통 디테일은 오픈워크 디자인의 시침과 분침으로, 교대로 야광을 채우거나 공간을 비워, 둘이 겹쳐 있어도 시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Ref. H64635560 기능 시·분·초, 날짜, 요일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H-30, 21,600vph, 25스톤, 80시간 파워리저브 케이스 지름 42mm, 스테인리스 스틸, 10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140만원





150만원 

LONGINES

하이드로 콘퀘스트

시계의 본질은 계측의 정확성이다. 그런 관점에서는 쿼츠가 기계식에 비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인이나 만듦새 등 브랜드의 네임밸류가 보장하는 요소를 포기할 수 없다면 론진을 대표하는 다이버 워치인 하이드로 콘퀘스트 쿼츠 버전이 좋은 예다. 300m 방수를 구현하는 케이스는 겉보기에도 견고하고, 깊은 바다를 표현한 선레이 블루 다이얼과 베젤 인서트의 컬러감도 나무랄 데 없다. 물속에서도 가독성을 보장하는 커다란 숫자 인덱스와 또렷한 미니트 인덱스는 크라운 가드와 마찬가지로 물 한 방울 묻힐 일 없어도 다이버 워치다운 신뢰감을 주는 디테일이다. 가드가 있어도 손쉽게 뽑을 수 있도록 바깥 부분에 홈을 낸 크라운처럼 사용자를 배려한 편의성도 돋보인다.

Ref. L3.740.4.96.6 기능 시·분·초, 날짜 무브먼트 쿼츠 L157 케이스 지름 41mm, 스테인리스 스틸, 100m 방수, 솔리드백 가격 150만원




157만9000원 

DOXA

서브 200 프로페셔날

다이버 워치에서 컬트적 존재감을 지닌 독사는 방수 능력에 따라 명료하게 컬렉션을 구분지었다. 레크리에이션 다이버에게 충분한 200m 방수부터 프로페셔셜 스펙의 상징인 300m에 이어, 숫자 자체가 신뢰를 주는 600m와 심해를 위한 1500m까지 세분화했다. 엔트리급은 당연히 서브 200 프로페셔날이지만 프로용으로도 실속있다. 다이얼에는 강렬한 오렌지나 옐로 컬러를 사용한다. 이런 원색 다이얼은 컬러 베리에이션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전부터 독사 다이버 워치의 상징 중 하나였다. 컬러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지만 1960년대에 실시한 다이빙 테스트에서 오렌지 다이얼의 가독성이 가장 뛰어났기 때문에 채택한 역사에 기반한다. 독사 서브 200 프로페셔날도 성능과 디테일, 역사와 개성을 망라했는데 가격은 150만원 남짓. 상위 모델로 눈을 돌릴 명분을 남기지 않는 옹골찬 엔트리 모델이다.

Ref. 799.10.351.10 기능 시·분·초, 날짜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ETA 2824-2, 28,800vph, 25스톤, 38시간 파워리저브 케이스 지름 42mm, 스테인리스 스틸, 200m 방수, 솔리드백 가격 157만9000원




209만원 

RADO

다이아스타 오리지날

자유로운 케이스의 형태는 일체형 브레이슬릿과 더불어 1970년대 시계 사조를 풍미했다. 라도는 일찍이 1962년에 텅스텐 카바이드 같은 흠집에 강한 하드 메탈로 오벌 케이스를 만든 이력이 있다. 지금 라도의 전위적 이미지를 대표하는 다이아스타가 그렇다. 다이아스타 오리지널은 오묘한 3차원 프로포션으로 1970년대를 오마주한다. 소재만 울트라 유광 세라모스로 바뀌었을 뿐, 특유의 레트로 감성과 흠집에 강한 특성은 그대로다. 가로와 세로 두 방향으로 결을 드러내며 언뜻 마케트리 세공처럼 보이는 그린 다이얼과 6시 방향에 세로로 배치한 데이데이트 윈도는 다이아스타 오리지널의 독보적인 장르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시대를 앞서간 혜안을 즐기는 비용은 약 200만원. 스와치그룹 소속 브랜드의 특혜인 80시간 파워리저브, 자성에 강한 니바크론 헤어스프링에 5년의 보증기간을 담보해 든든하기까지 하다.

Ref. R12160303 기능 시·분·초, 날짜, 요일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R764, 28,800vph, 25스톤, 80시간 파워리저브 케이스 38×45mm, 세라모스 및 스테인리스 스틸, 100m 방수, 솔리드백 가격 209만원




209만원 

VICTORINOX

이녹스 크로노

빅토리녹스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군용 나이프의 원조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만들어왔다. 1989년부터는 시계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정통성, 견고함, 그리고 신뢰성을 추구하는 스위스 아미 나이프의 노하우는 시계에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빅토리녹스에게 시계는 극한의 생존 장비였다. 프랑스어로 ‘스테인리스 스틸’을 뜻하는 ‘이녹스(INOX)’ 컬렉션이 거쳐야 하는 130가지 테스트만 봐도 알 수 있다. 2014년 창립 130주년을 기념하는 컬렉션을 선보이며 스스로 혹독한 담금질을 시작한 것이다. 테스트의 일부를 보면 이녹스는 10m 높이에서 떨어지고, 64톤의 군용 탱크에 깔리고, 영하 57℃에서 얼렸다가 곧바로 영상 71℃까지 끓여지기도 했다. 이런 사양이라면 쿼츠 방식은 오히려 장점이다. 사진의 이녹스 크로노는 가볍고 흠집에 강한 카본 케이스와 유사 시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파라코드(Paracord) 스트랩을 장착해 ‘생존 장비’로서의 성격을 더욱 부각한다. 

Ref. 241989.1 기능 시·분·초, 날짜, 요일,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쿼츠 케이스 지름 43mm, 카본, 200m 방수, 솔리드백 가격 209만원




240만원 

ORIS

빅 크라운 포인터 데이트

2020년 자체 제작한 셀프와인딩 칼리버 400은 오리스의 차세대 워크호스로 떠올랐다. 강력한 항자성능, 5일의 긴 파워리저브, 업계 최고 수준인 10년 보증 같은 스펙은 가격이 아깝지 않은 수준이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오리스에서 오랜시간 안정성을 인정받은 셀리타 무브먼트는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빅 크라운 포인터 데이트는 셀리타의 SW200을 예스러운 포인터 데이트 기능으로 수정한 셀프와인딩 칼리버 Oris 754를 주력으로 탑재한다. 클래식 파일럿 워치인 빅 크라운을 대표하는 특징에는 코인 베젤, 모델명을 낳은 크라운의 크기, 레트로 컬러 다이얼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커시드럴 핸즈와 넓은 삼각형 모양 레드 팁 포인터 핸드는 셀리타 버전에서만 즐길 수 있는 제원이다. ‘마이오리스’에 가입해 시계를 등록하면 기본 보증 기간 2년에 3년을 추가로 제공하는 제도도 가격 대비 만족스럽다.

Ref. 01 754 7741 4068-07 5 20 50 기능 시·분·초, 날짜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Oris 754, 26스톤, 28,800vph, 38시간 파워리저브 케이스 지름 40mm, 스테인리스 스틸, 5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24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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