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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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델로탈 (Philippe Delhotal)

내용

 

바쉐론 콘스탄틴, 파텍 필립을 거쳐 2009년부터 에르메스에서 디자인을 맡고 있다. 슬림 데르메스, 스포츠 워치 H08 등 에르메스의 미학이 담긴 주요 컬렉션이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에르메스 워치 메이킹은 이제 하나의 장르로 여겨질 정도다. 소감이 어떠한가. 

조금 겸손하게 표현하자면, 이제 알려졌다 내지는 약간 유명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헤리티지, 컴플리케이션, 주얼리, 메티에 다르 등 모든 분야가 다 같이 성장했고, 팀워크도 얻었다. 매체와 고객, 그리고 수집가와 대중에게 모두 인정을 받고 있기도 하다. 우리가 창조한 작품을 통해 성장했기 때문에 더욱 값진 결과다.


에르메스 컷 워치는 어떤 의미를 지닌 시계인가.

에르메스에게는 여성을 위한 첫 번째 셀프와인딩 시계 컬렉션이다. 에르메스가 워치 메이커로서 인정받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사실도 의미하고 있다. 내게는 새로운 작품을 뜻한다. 아쏘나 케이프 코드와는 전혀 다른 형태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래서 에르메스의 그 어떤 시계보다 강한 창조성이 담겼다. 이런 점에서 남자도 같이 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컷(Cut)’이라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생각해냈는가.

처음에는 간결한 형태를 생각했었다. 그러다 형태를 어떤 식으로 표현할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면서 ‘절삭’이라는 요소를 도입했다. 그렇게 원형도 아니고 사각형도 아닌 케이스가 탄생했다. 멀리서 보면 원형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조약돌처럼 마냥 매끄럽지만은 않다. 새틴 면과 폴리싱 면이 형태적으로 다양성을 추구하며 강렬한 개성을 만들어낸다. 재미있는 점은 그런 개성이 여성의 모든 순간에 함께할 수 있는 시계가 되기 위해 큰 몫을 했다는 것이다. 에르메스 컷을 차고 파티에 갈 수도 있고, 운동도 할 수 있다. 어쩌면 시대를 초월하는 시계라는 생각도 든다. 모두 그 형태 덕분에.


다축 투르비용과 미니트 리피터를 결합한 아쏘 뒥 아틀레는 정말 인상적이다. 

여타 시계들과는 다른, 정말 예외적인 시계를 만들고 싶었다. 투르비용이나 미니트 리피터는 다른 브랜드에도 존재하지만, 에르메스는 미학적이면서도 창조적인 답안을 보여주려 했기 때문이다. 말머리 모양의 미니트 리피터 해머와 무브먼트 미니트 랙, 창립자의 결합을 상징하는 파리 포부르 매장의 엘리베이터 장식을 차용한 투르비용 케이지 등 투르비용과 미니트 리피터를 에르메스의 상징으로

표현한 것도 그 예시로 들 수 있다. 공식 영상을 보면 아쏘 뒥 아틀레의 기술적인 특성뿐 아니라 미학적인 특징을 더 잘 알 수 있다.


소리를 크고 아름답게 울리는 일도 중요하다.

그렇다. 소리에도 사실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썼다. ‘대성당 차임’으로 알려진 ‘캐서드럴 리피터’에 비견할 정도로 크고 아름답게 울리기 위해 사운드를 조정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들였다. 다이얼의 튜닝 포크를 보라. 소리를 울리는 공의 완전히 새로운 타입으로, 현재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글라스백에서 볼 수 있는 H1926 무브먼트의 데커레이션도 더없이 아름답다.

(6시 방향 미니트 랙을 가리키며)이게 아주 기능적인 부품인데, 미학적으로 표현해냈다. 기어 트레인의 멀티 스포크 휠은 에르메스 로고에 있는 마차의 바퀴에서 따왔다. 그 마차의 이름이 뒥 아틀레다. 무브먼트 브리지를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로 만들어 밑에 있는 톱니바퀴까지 샅샅이 들여다볼 수 있다. 이 시계는 기술적으로도 아주 뛰어나지만, 그 전에 오브제의 하나로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를 원한다. 와인더에 애지중지 보관하는 그런 시계가 아닌, 매일 함께할 수 있는 반려자 같은 소지품이 되었으면 좋겠다.


 

패션 하우스의 워치 메이킹이 나날이 발전하는 추세인데.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창조성이 중요한 분야에 몸담은 입장에서 언제나 새로운 지평을 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두 자신만의 여정과 개성을 잘 풀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인정받을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고, 수준과 다양성이 올라갈수록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에르메스의 워치 메이킹이 이미 수준급인데도 순수주의자들은 아직도 보수적인 견해를 보이기도 한다.

내가 설득할 문제는 아니다.(웃음) 일부 사람들이 세컨드 핸드 마켓에서 에르메스 시계의 투자 가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것도 그럴 수 있다. 우리 시계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그 사람의 자유다. 우리는 작품을 통해 설득할 뿐이다. 에르메스가 정통성을 지닌 진정한 워치 메이커라는 사실도 작품으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에르메스는 이미 충분히 많은 고객과 컬렉터를 지니고 있다. 이런 사람은 에르메스 시계에 굉장히 만족하고 재구매를 이어간다. 무엇보다 에르메스에는 모든 취향을 만족시킬 제품군이 전부 다 있다. 그래도 매년 스스로에게 도전 과제를 설정한다. 훨씬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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