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비통 하이 워치 메이킹의 신기원

내용

기능 시·분, 투르비용 무브먼트 핸드와인딩 칼리버 LV 104, 21,600vph, 80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41mm, 플래티넘, 50m 방수, 글라스백 


뉴 땅부르는 시작에 불과했다. 루이 비통은 올해 컴플리케이션과 메티에 다르 신제품으로 갈고닦은 실력을 아낌없이 펼쳤다. 하이 워치 메이킹 메종으로 도약하는 루이 비통의 포부를 새삼 확인할 수 있다.

2022년 2월, 일명 ‘커피 테이블 북’이라 불리는 고급 서적 전문 출판사 ‘애슐린(Assouline)’은 〈루이 비통 매뉴팩처(Louis Vuitton Manufactures)〉를 펴냈다. 16개가 넘는 루이 비통의 분야별 아틀리에(공방)를 전문 사진 작가 올리버 필처(Oliver Pilcher)의 생생한 사진으로 담아낸 책이다. ‘여행’이라는 모티프를 패션을 넘어 예술로 승화한 루이 비통. 그 근간은 화려한 부티크나 부를 과시하는 셀러브리티가 아닌, 공방에 있었다. 장인 정신을 소중히 여기는 프랑스 브랜드답게, 루이 비통은 오직 장인의 재능에 입각해 공방의 입지를 세우고 그들이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혁신은 자연스럽게 꽃피웠다. 루이 비통의 시그니처 트렁크를 담당하는 아니에르(Asnières) 아틀리에, 슈즈만 제작하는 피에소 다르티코(Fiesso d’Artico) 아틀리에, 런웨이 프레젠테이션과 맞춤 제품을 위한 뒤시(Ducey) 아틀리에, 볼리외 쉬르 레이옹(Beaulieu-sur- Layon)의 가죽 세공 아틀리에, 그리고 아틀리에 오롤로주 루이 비통(Atelier horloge louis vuitton). 

 

2002년 패션 아이템의 하나로 치부하던 시계의 가능성을 일찍이 가늠한 루이 비통의 워치 메이킹 공방이었다. 회중시계, 트렁크 손잡이 형태의 러그, 북 모양의 케이스로 ‘여행’을 손목에 담아낸 땅부르(Tambour) 시계가 그렇게 태어났다. 20년에 걸친 워치 메이킹의 노하우와 과감한 투자를 거쳐 ‘라 파브리끄 뒤 떵 루이 비통(La Fabrique du Temps Louis Vuitton)’으로 새 시작을 알린 루이 비통 워치 매뉴팩처는 이제 시계 공방을 넘어 생산 기지로서 더 높은 목표를 위해 도약하고 있다. LVMH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의 막내 아들이자 루이 비통 워치 디렉터인 장 아르노가 ‘메종의 워치 메이킹 역사를 새롭게 쓸 시계’라고 평한 2023년의 뉴 땅부르에 이어, 이번에 선보인 일련의 시계들이 이를 증명한다.



스켈레톤 다이얼에 반투명 에나멜을 채워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완성한 다이얼. 



글라스백에서 두 개의 ‘V’가 기어 트레인을 지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LOUIS VUITTON VOYAGER FLYING TOURBILLON PLIQUE-À-JOUR

루이 비통 보야제 플라잉 투르비옹 플리크아주르

LV 이니셜은 루이 비통 투르비용의 얼굴과도 같다. 루이 비통은 다 계획이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스켈레톤 구조에 최적화된 형태를 갖췄을뿐더러, 브리지나 플레이트를 설계할 때에도 유리하다. 특히 대칭을 이루는 V는 플라잉 투르비용 케이지에 제격이다. 보야제 플라잉 투르비옹 플리크아주르는 한발 더 나아가 V 모티프의 조형미를 다이얼과 글라스 양쪽에서 보여준다. V 모티프는 투르비용 케이지에서 시작해 다이얼 전체로 퍼져나가며, 글라스백에서는 두 개의 V가 기어 트레인을 지지하고 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떠오르게 하는 반투명 다이얼은 플리크아주르(Plique-à-jour) 에나멜 기법을 적용한 결과다. 스켈레톤 가공한 플레이트에 반투명 에나멜을 채워 독특한 투명감을 살렸다. 울트라마린, 아주르, 블루 그레이가 바다처럼 일렁이는 에나멜 컬러는 ‘라 파브리끄 데 아트(La Fabrique des Arts)’ 아틀리에의 장인들이 수개월에 걸쳐 완성해냈다. 여행을 뜻하는 ‘보야제’에도 잘 어울리는 배색이다. 시계에 강한 빛을 투영하면 투명한 색채 아래에서 투르비용 핸드와인딩 칼리버 LV104의 구조미가 훤히 드러난다. 심플한 핸드와인딩 투르비용처럼 보이지만 168개 부품을 120여 시간의 인내심을 들여 조립한 무브먼트다. 스테인드글라스에 비춰 보이는 칼리버 LV104의 부품 하나하나는 제네바 실(Poinçon de Genève) 규격에 따라 섬세하고 정성스럽게 마무리해 더욱 아름답다. 예술과 기술, 그리고 장인 정신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 하이 워치 메이킹의 진수를 보여주는 모델이다.



ESCALE CABINET OF WONDERS

에스칼 캐비닛 오브 원더스

루이 비통의 에스칼 컬렉션은 등장할 때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루이 비통의 상징적인 스티머(Steamer) 트렁크 식별용 픽토그램을 활용한 에스칼 월드타임이 그렇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루이 비통은 에스칼을 다시 한번 예술품으로 부활시켰다. 호기심 왕성한 크리에이터이자 컬렉터, 루이 비통 3대손 가스통 루이 비통의 소장품 중 일본 에도시대 가타나(검)의 날밑 장식 ‘츠바(Tsuba, 鍔)’에서 영감을 받은 메티에 다르 3부작이다. 시계를 들여다보면 동양의 신비가 눈 앞에 펼쳐진다. ‘경이로운 캐비닛’이라는 이름이 와닿는 대목이다. 거의 모든 수공 예술을 총동원해 구름 속에서 노니는 용, 잉어가 헤엄치는 정원, 뱀이 도사린 정글을 환상적으로 담아냈다. 모노그램 플라워와 LV 모티프, 가스통 루이 비통의 이니셜처럼 루이 비통을 상징하는 요소를 곳곳에 활용한 점도 비밀스러운 소유욕을 자극한다.

에스칼 시계 자체에서도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루이 비통 트렁크의 시그니처 리벳을 적용한 러그는 그대로지만 폴리싱 처리한 베젤은 더 부드럽게 케이스에 이어지고 창(Lance) 모양 핸즈도 빛을 더 잘 반사한다. 다이얼의 아름다움은 케이스와 버클에 이어 인하우스 칼리버 LFT023으로도 이어진다. 일본 도상학에서 쓰는 세이가이하(Seigaiha) 파도 문양을 손수 새겼다. 가죽 스트랩 역시 츠바 모양으로 마무리했다.



DRAGON’S CLOUD 

드래곤즈 클라우드

기능 시·분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LFT023, 28,800vph, 50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40mm, 로즈 골드, 50m 방수, 글라스백




KOI’S GARDEN 

코이즈 가든

기능 시·분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LFT023, 28,800vph, 50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40mm, 화이트 골드, 50m 방수, 글라스백




SNAKE’S JUNGLE 

스네이크스 정글

기능 시·분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LFT023, 28,800vph, 50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40mm, 화이트 골드, 50m 방수, 글라스백



에스칼 캐비닛 오브 원더의 수공예술


Engraving 

인그레이빙

무브먼트나 케이스, 다이얼 표면에 가느다란 끌 같은 도구로 문양이나 조각을 새기는 것. 인그레이버 페니 퀠로즈(Fanny Queloz)가 옐로 골드 조각으로 드래곤즈 클라우드 모델의 용과 구름을 구현해냈다.



Gem Setting 

젬 세팅

총 105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와 스모키 쿼츠, 록 크리스털, 그리고 모노그램 플라워 자개 디스크를 덮은 블루 크리스털은 고요한 파문 속 반짝이는 조약돌을 표현한다.



Marquetry 

마케트리

쪽매붙임. 스네이크스 정글의 배경은 마케트리 장인 로즈 사뉠(Rose Saneuil)이 나무, 양피지, 지푸라기 등 367개의 조각을 14가지 그린 컬러로 염색하고 손수 모자이크처럼 조립한 것이다.



Champlevé 

샹르베

골드 플레이트에 조각하거나 홈을 파낸 후 각기 다른 컬러의 반투명 에나멜 도료를 채우고 고온의 가마에 굽는 과정을 반복한다. 스네이크스 정글에서는 화려한 뱀의 무늬를 만들어냈다.



Vallonné 

바요네

샹르베 에나멜링의 변형. 부조의 높낮이를 달리해 깊이감과 입체감을 부여한다.



Paillonné 

파이요네

에나멜링과 상감 기법의 결함. 드래곤즈 클라우드의 용 비늘처럼 반투명 에나멜 위에 얇은 금박을 올린 것이다.



TAMBOUR SLIM VIVIENNE JUMPING HOURS SAKURA & ASTRONAUT

땅부르 슬림 비비엔 점핑 아워 사쿠라 & 아스트로넛

루이 비통의 마스코트 비비엔이 벚꽃이 만발한 봄과 우주로 모험을 떠났다. 2020년 비쥬 시크릿 땅부르 쿼츠로 시계에도 등장하기 시작한 비비엔은 2021년 땅부르 스핀 타임, 2022년 땅부르 슬림 점핑 아워의 세 가지 버전인 포춘텔러(Fortuneteller), 딜러(Croupier), 저글러(Juggler)의 주인공을 맡았다. 이번 사쿠라와 우주비행사 버전은 두 개의 창에 번갈아 시간을 표시하는 방식에서 루이 비통의 위트를 엿볼 수 있는 2022년의 더블 점핑 아워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삼았다. 화사한 벚꽃의 계절과 별빛이 반짝이는 우주를 각각 담은 다이얼은 어벤추린(Aventurine)과 자개 소재와 미니어처 페인팅, 인그레이빙, 젬 세팅으로 이루어졌다.



땅부르 슬림 비비엔 점핑 아워 사쿠라  

기능 점핑 아워, 분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LV180, 28,800vph, 42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38mm, 화이트 골드, 50m 방수, 글라스백




땅부르 슬림 비비엔 점핑 아워 아스트로넛 

기능 점핑 아워, 분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LV180, 28,800vph, 42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38mm, 화이트 골드, 50m 방수, 글라스백




기능 시·분, 투르비용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LFTMM05.01, 21,600vph, 17스톤, 80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43.8mm,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30m 방수, 글라스백 


TAMBOUR MOON FLYING TOURBILLON SAPPHIRE FRANK GEHRY 

땅부르 문 플라잉 투르비옹 사파이어 프랭크 게리

루이 비통의 포트폴리오에서 유명 건축가의 이름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가에 아우렌티(Gae Aulenti), 막스 빌(Max Bill), 안도 다다오(Ando Tadao), 그리고 프랭크 게리. 그는 청담동의 랜드마크인 루이 비통 메종 서울과 파리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등 루이 비통의 핵심 파사드를 책임진 인물이다. 지난해에는 특유의 해체주의를 루이 비통 카퓌신 백으로 풀어내기도 했다. 이번에는 땅부르 문 시계가 두 번째 협업의 주인공이 되었다. 원래도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를 케이스로 사용한 모델이었으나, 협업 모델은 200kg의 사파이어 크리스털 단일 블록을 케이스로 가공하고 투명한 다이얼에 프랭크 게리의 숨을 불어넣었다.

그 형태는 다름 아닌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의 지붕이다. 라 파브리끄 뒤 떵에서 탄생한 시계 중 가장 고난도 제작 공정을 거쳤다고 알려졌을 만큼, 다이얼에만 약 250시간을 들였다. 비대칭 형태와 소용돌이 같은 곡선을 재현하기 위해 다이아몬드 툴은 물론 의료 도구까지 동원했다고 한다. 시침과 분침조차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다. 투명함과 섬세함을 극한까지 추구한 이 모델은 핸드와인딩 투르비용 칼리버 LFT MM05.01에서 클라이맥스에 다다른다. 루이 비통 메종 서울 오픈 기념 인터뷰에서 ‘움직임, 이동성, 속도의 개념 등을 자연스럽게 구현해내는 바다, 물고기, 배 같은 해상의 세계는 내게 많은 영감을 준다’는 프랭크 게리의 말은 예언처럼 다시 실현되었다. 이 시계는 역동적으로 살아 숨쉰다.



프랭크 게리의 서명을 새긴 글라스백. 



프랭크 게리의 입체 조형을 수작업으로 다이얼에 구현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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