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S BIG CROWN POINTER DATE CALIBRE 403
오리스 빅 크라운 포인터 데이트 칼리버 403
Ref. 403 7776 4065-07 5 19 11
기능 시·분·초, 날짜
무브먼트 매뉴팩처 셀프와인딩 칼리버 403, 28,800vph, 24스톤, 5일 파워리저브
케이스 지름 38mm, 스테인리스스틸, 5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390만원
스위스 홀슈타인의 워치메이커 오리스는 항공 시계와 인연이 깊습니다. 1938년 조종사가 장갑을 낀 상태로 시계를 수월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커다란 크라운을 장착한 빅 크라운 시계를 선보였으며, 이때부터 오리스를 대표하는 포인트 데이터 기능도 이미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 역사적인 파일럿 워치는 지금도 브랜드를 대표하는 컬렉션으로 남아 있죠. 현행 빅 크라운 포인터 데이트 컬렉션은 빈티지와 달리 더욱 고전적인 플루티드 패턴 베젤과 캐서드럴 핸즈를 갖춘 것이 특징입니다.
올해 오리스는 117번째 창립 기념일인 6월 1일 그들의 고향에 헌정하는 한정판 홀슈타인 에디션 2021을 빅 크라운으로 선보였는데요, 케이스 사이즈를 38mm로 줄이고 매끈한 베젤을 사용해 오리지널 빅 크라운에 훨씬 가까운 모습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범용 무브먼트 대신 오리스의 차세대 워크호스이자 미래라고 불릴만한 매뉴팩처 무브먼트 칼리버 400 시리즈를 탑재했습니다. 빅 크라운 80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멋진 업그레이드가 이뤄진 순간입니다.
그리고 오늘 매뉴팩처 무브먼트를 탑재한 두 번째 빅 크라운 포인터 데이트가 등장했습니다. 차가운 은빛 스틸 케이스에 마치 청명한 밤하늘 같은 짙은 블루 다이얼을 조합했네요. 다이얼은 시인성이 중요한 파일럿 워치답게 6시 방향 스몰세컨즈를 제외한 나머지 11개의 인덱스는 커다란 아라비아 숫자입니다. 모두 슈퍼 루미노바로 어둠 속에서도 쉽게 시간을 확인할 수 있고, 가까이에서 보면 홀슈타인 에디션과는 조금 다른 거친 질감과 함께 살짝 솟아올라 입체적인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바깥쪽에는 분을 표시하는 레일웨이 트랙과 붉은색 포인트 핸즈로 날짜를 알려주기 위해 31일이 둘러져 있는데요, 파일럿 워치의 심플함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멋진 개성과 고전적인 감성을 더해주는 멋진 디테일입니다. 또한 돔형 글라스 덕분에 이 부분은 각도에 따라 멋진 왜곡과 반사광으로 신선함을 더해주죠.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탑재한 빅 크라운과 기존 모델의 가장 큰 차이는 핸즈와 베젤의 디자인입니다. 복잡한 형태의 캐서드럴 핸즈와 플루티드 베젤 대신 직관적인 소드 핸즈와 매끈한 미러 폴리싱 베젤을 사용했죠. 분명 빈티지 빅 크라운에 더 가까워진 모습인데, 오히려 전작보다 세련되고 현대적인 느낌입니다. 베젤 아래 미들 케이스는 정면만 브러시 마감하고 옆면은 베젤과 마찬가지로 미러 폴리시로 마감했습니다. 케이스 품질은 딱히 나무랄 데가 없네요. 마감과 조형 모두 만족스럽습니다. 스트랩은 바느질이 전혀 없는 고전적인 타입의 검은색 가죽이 채워져 있습니다. 다만 너무 진한 검은색이라 조금 채도를 낮춘 색을 조합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빅 크라운은 솔리드백 대신 글라스백을 사용해 내부에 있는 칼리버 403을 볼 수 있습니다. 빅 크라운 포인트 데이트에 탑재한 칼리버 403은 칼리버 400의 스몰 세컨즈 버전입니다. 칼리버 400은 2014년 창립 11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최초의 매뉴팩처 무브먼트 칼리버 110 시리즈에 이어 2020년 발표한 두 번째 인하우스 칼리버입니다. 개성적인 기능과 큰 지름 때문에 탑재에 제한이 있는 칼리버 110과 달리 칼리버 400은 가장 기본적인 심플 스리 핸즈인데다가 기존에 사용하던 범용 무브먼트와 크기도 비슷했기에 오리스의 차세대 워크호스 무브먼트임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최신 무브먼트답게 강력한 스펙으로 무장했죠. 오리스가 새로운 표준이라 말하는 칼리버 400 시리즈의 특징은 크게 세가지 입니다.
5일 파워리저브
칼리버 400은 오리스 최초의 인하우스 셀프와인딩 칼리버이기도 합니다. 시계를 매일 착용한다면큰 문제가 아니지만 시계의 동력은 길수록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대응이 가능한데요, 2000년대 이후 탄생한 신형 무브먼트는 대부분 파워리저브가 72시간대입니다. 즉 3일 파워리저브가 시장의 표준이 되는 상황에 칼리버 400은 그보다 훨씬 긴 5일 파워리저브를 자랑합니다. 비결은 각각 2.5일의 동력을 축적하는 트윈 배럴입니다. 게다가 신형 칼리버답게 일반적인 무브먼트가 메인 스프링에서 전달되는 에너지의 70%를 밸런스 휠로 전달하는데 비해 칼리버 400은 85%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이는 효율이 높은 새로운 기어트레인 설계 덕분인데 마모에 강하고 힘이 전달되는 부품의 압력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합니다. 덕분에 5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에도 안정적인 토크를 유지하며 정확한 시간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특히 롱 파워리저브임에도 불구하고 정확도에 유리한 높은 진동수 28,800vph를 유지한 것도 장점입니다.
높은 항자기성
자성은 현대 사회에서 기계식 시계에 자주 트러블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각 제작사는 앞다투어 신소재를 도입하며 자성에서 점점 자유로워지고자 하죠. 칼리버 400도 마찬가지입니다. 앵커와 이스케이프 휠은 실리콘으로, 밸런스 휠과 팔렛 포크의 고정하는 축도 비철 재료로 제작하는 등 약 30개의 부품을 비철 소재나 비자성 합금으로 만들었습니다. 현재 반자성 시계 규정인 ISO 764의 기준을 충족하려면 시계가 200 가우스에 노출된 후 하루 오차가 30초 미만이어야 하는데요, 칼리버 400은 기준치의 11배 이상으로 노출한 후 테스트에서 10초 미만의 오차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실리콘 헤어스프링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 조금 의문입니다만, 다양한 테스트 과정에서 칼리버 400은 금속 헤어스프링을 사용한 경우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아마 10년 보증이라는 내구성과도 관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10년 보증
오리스의 최신 기술을 집약해 완성한 칼리버 400 시리즈의 보증 기간은 10년입니다. 과거 대부분의 시계가 제공한 2~3년 단위의 보증 기간은 물론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5~7년의 보증 기간을 제공하는 일부 브랜드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긴 시간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적인 특성 중 눈에 띄는 건 새로운 로터 고정 방식입니다. 셀프와인딩 시계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인 나사로 고정하는 볼 베어링 방식 대신, 탄력적인 얇은 금속 링 사이에 축을 끼우는 저마찰 슬라이드 베어링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는 눈으로 보기에도 기존 방식보다 덜 복잡하고 효율적이며, 마모와 파손 가능성이 훨씬 적어 보입니다. 최신 무브먼트이기에 아직 내부를 분해한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10년 보증이라는 숫자를 생각하면 분명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기어 트레인의 최적화가 훌륭하게 이뤄졌을 것입니다.
이번 빅 크라운 포인터 데이트 칼리버 403의 출시로 인해 수많은 베리에이션을 지닌 빅 크라운 컬렉션에도 드디어 매뉴팩처 무브먼트를 탑재한 정규 모델이 탄생했습니다. 게다가 가장 트렌디한 컬러 블루를 선택했죠. 그리고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디자인, 어디에나 소화할 수 있는 지름 38mm 케이스 사이즈, 매뉴팩처 무브먼트까지 더해져 첫 시계를 고려하는 소비자부터 시계 애호가까지 모두 관심을 가질만한 신제품입니다. 브레이슬릿에 대한 옵션이 없는 것이 아쉽지만 데일리 워치로 손색이 없네요.